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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단결투쟁 당당하게 현장속으로
쌍차 고 조00 조합원 아내가 고인이 된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글
작성자 상용차 지부
댓글 0건 조회 340회 작성일 20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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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오빠가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구나.
이 펜을 들고 있는 이 상황이 그저 기가 막힐 뿐인데….

지금도 내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실감도 안 나는데….
속절없는 시간은 잘도 흘러가는구나. 오빠. 왜 그랬어. 왜. 조금만 참아 줄 순 없었을까.

만난 지 6개월만의 결혼, 결혼한 지 3년 9개월만의 사별.
그 사이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두 아이들.
 너무나도 짧은 이 시간에 우리에겐 너무나도 많은 일이 일어났고.
내겐 감당하지 못할 큰 고통이 됐어.
분명 내게 일어난 일이 맞기는 한 것 같은데…. 난 실감이 안나.

지금도 저 문을 열고서 '◯◯야, □□야' 하며 환하게 웃으며 들어올 것만 같은데….
내가 아무리 울어도 오지 않는 걸 보면, 오빠가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건가봐.
내가 이렇게 우는데…. 기다리는데도 안 오는 걸 보면 말이야.

오빠가 발견되기 하루 전 우리 ◯◯ 생일이었는데. 그 때까지도 돌아올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겨우 네 번째 생일을 아빠 없이 보내야 했어.

근데, 다가오는 우리 □□의 첫 돌은 어떻게 하지.
 태어나서 단 한번도 아빠에게 축하받지 못하는 우리 가여운 아기를 어떻게 하니….

오늘도 '아빠 언제와?'하며 기다리는 우리 딸. 눈이 펄펄 오면 올거라 했는데….
진짜 눈이 내리는 날엔 또 뭐라고 할까.
오빠. 너무해. 정말 너무해.

이 세상이 너무해. 희망퇴직 후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몸도 힘들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텐데도 '오빠 힘들지'라고 물으면
'아니야. 이게 뭐라꼬 하나도 안 힌들어'라고 했으면서. 그게 아니었나봐.
정말 많이 힘들고 지쳐가고 있었나봐. 나와 우리 아이들만으로 위로가 안될 만큼 힘들었나봐.


내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내게 한번만 기대 보지 그랬어.
오빠보단 많이 좁은 어깨지만, 그대로 한번쯤은 기대볼 만했을 텐데….
하루라도 안 보고는 안 된다던 우리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이제 나 혼자 우리 두 아이를 지켜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이 험한 세상 속에 우리 아이들 지킬 수 있을까. 너무 겁나고 무서워.
오빠 보고 있지? 하늘나라는 어때? 이제 행복해? 고민도 없이 행복해? 그래 푹 쉬어.

일도 하지 말고 돈 걱정도 하지 말고 푹 쉬어. 우리 두 아이들 내가 지킬게.
 오빠 몫까지 내가 지켜야지.
오빠 도와줄 거지?
내 생애의 가장 아름다웠던 4년3개월, 고마웠어. 그리고 사랑했어.

이 다음에, 이 다음에 우리 다시 만나면 지금처럼 너무 짧게 사랑하지 말고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 줘.
부탁이야. 다음 생애엔 꼭 우리 행복한 가정 이룰 수 있기를….
오빠와 나의 꿈이었는데….
 다음 생애엔 우리 꼭 이루자 사랑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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