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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단결투쟁 당당하게 현장속으로
김진숙조합원의 85크레인에서 보내는 편지글1
작성자 노동자
댓글 0건 조회 544회 작성일 201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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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좋고 전망 쥑이고 젤 좋은게 뭔지 아십니까? 사람들이 다 알루 보입니다.

방이 좀 좁아서 그렇지 발코니도 널찍하지요. 봄이 오면 텃밭을 가꿔서 가을에 걷어먹을 생각입니다.

저 나름으로 크레인 생활 수칙도 정했습니다. 양치질은 짝수날만 한다. 세수는 윤석범 동지 장가가는 날은 꼭 한다. 샤워는 국경일 날 한다. 오늘은 빨랫줄 매고 빨래해서 널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군고구마 먹어본 분 계십니까? 아마 '명바기'도 그건 못했을 겁니다.

오늘 아침엔 밑에서 부르고 난리를 칠 때까지 늦잠을 자서 많은 분들이 놀랬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지닌 상처는 깊고도 아픕니다. 8년동안 한번도 주익씨 이름을 편하게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김주익이라고 발음하는 순간 대화는 거기서 끊어지곤 했습니다.

저는 지금 주익씨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주익씨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잠을 잤고 주익씨가 살아생전 마지막 봤던 세상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저는 주익씨가 못해봤던 일, 너무나 하고 싶었으나 끝내 못했던 내 발로 크레인을 내려가는 일을 꼭 할 겁니다.

그래서 이 85호 크레인이 더 이상 죽음이 아니라 더 이상 눈물이 아니라 더 이상 한과 애끓는 슬픔이 아니라 승리와 부활이 되도록 제가 가진 힘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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