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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게 두렵습니다
작성자 [냇물아 흘러라]
댓글 0건 조회 435회 작성일 201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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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공사와 가축살처분을 보며
 
누그러진 날씨에, 언제부터인가 연둣빛이 슬몃슬몃 보이기 시작한 잔디밭에, 부쩍 높아진 새소리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열기엔, 2011년 우리의 봄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40년 전 레이첼카슨은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무분별하게 쓰인 살충제 로 봄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는 자연을 경고했습니다. 봄이 되어도 살아나지 않는 강변, 봄이 되어 오히려 문제가 되는 땅을 보면서, 침묵의 봄을 떠올립니다.
 
봄이 오는 강가에 서면, 겨우내 얼었던 강물이 마치 겨울 잠 자고 난 산짐승이 기지개를 켜는 듯한 소리가 있지요. 흐르는 그 강물엔 뭔가 다른 냄새도 나지요. 강가에 선 버드나무 가지엔 아직 잎도 나지 않았는데도 연한 초록의 기운을 느낄 수 있지요. 봄이 오는 강가에서 늘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왔음을 비로소 깨닫곤 했지요.

그러나 그 봄이, 이제 다시 올 수 있을까요? 며칠 전 늘 봄을 맞던 남한강변에 나가 보았습니다. 겨울추위와 눈보라 속에서도 기어이 봄은 찾아오던 그 강변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지난겨울 강물은 마음껏 얼지도 못했고, 연초록기운을 전해주던 버드나무는 송두리째 뽑혀 나갔습니다. 그 자리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의 요란한 소리와 먼지만 있을 뿐입니다. 이 강에, 다시 꽃을 심고, 풀을 심는다고, 그 봄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지금만큼 봄이 오기를 두려워했던 적은 또 있을까요? 봄이 되어 날이 풀리고, 언 땅이 녹으면, 봄비가 오면, 그 비로 겨우내 잠들었던 모든 것들이 다시 살아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지난겨울 우리는 언 땅에 350여만 마리의 가축을 묻었습니다. ‘살처분’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실은 생매장이라는 잔혹한 방식으로 돼지 335여만 마리를 묻었고, 소 15만 마리를 묻었습니다.

그 땅은 좀 전까지 소와 돼지를 키우던 땅, 작물을 재배하던 땅, 맑은 물이 흐르던 땅이었습니다. 그 땅이 하루아침에 가축들의 무덤이 돼버렸고, 이제 봄이 되니 그 땅이 썩어가는 가축들의 악취로 핏물로 오염된 지옥이 되고 있습니다. 전쟁 뒤에 전염병이 돌듯이, 날이 풀리면 재앙이 시작될 거라는 누군가의 말은 정말 사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이 ‘봄’에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침묵의 봄을 떠올리지 않고, 마음껏 기뻐하고 마음껏 즐기던 그 봄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비록, 강을 죽이는 저들의 횡포를 막지는 못했지만, 강을 죽은 것이라 여기는 자들의 욕망에 나도 휩쓸려가지는 않겠다는 다짐합니다. 가축 350여만마리와 농민들과 그 차마 못할 짓을 했어야 할 많은 이들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못하지만, 이런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적어도 고기 먹는 일이라도 줄여야겠다고 이 봄에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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