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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단결투쟁 당당하게 현장속으로
현대차 비정규직에 더 많은 임금을
작성자 이계안(전 현대자동차 대표)
댓글 0건 조회 422회 작성일 201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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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로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나라가 외환위기 때 구제금융을 받아 연명하던 때 현대차 대표이사·사장으로 일한 필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현대차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

 현대차는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근로자가 2년을 채우기 전 하도급 업체를 바꾸고, 그 근로자를 바뀐 하도급 업체의 또다른 비정규직 근로자로 고용해왔다. 동일 직장에서 2년 근무 시 정규직으로 간주된다는 조항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근무 성격과 장소 등 고용관계의 실질적인 변경이 없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고등법원에 파기 환송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현대차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아야 하며 당해 근로자의 고용관계 당사자는 하도급 업체이기 때문에 노사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궁색하다. 이미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인 현대차의 논리로서는 궁색한 형식논리라 하겠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걸친 매우 심각한 논쟁거리다. 특히 현대차와 같이 경기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변하는 회사는 고용의 유연성을 갖는 것이 회사 존립의 선결요건이라 할 만하다.

 불황일 때 미국의 지엠·포드 등 다른 나라 경쟁업체와 같이 일시해고 등 고용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수단은 회사가 지속할 수 있는 선결조건이라 할 만하다. 현대차가 비정규직을 선뜻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비단 현대차 등 자동차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수출 의존도가 유달리 높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산업과 회사가 부딪쳐 있는 문제라 하겠다. 노동의 유연성 확보는 ‘국가의 과제’이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경제의 기본으로, 경제원리로 돌아가자. 일반적으로 고용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되는 근로조건은 무엇인가? 임금과 고용 보장이다. 고용의 유연성 확보는 고용 보장과 부딪친다(상충된다). 안정된 고용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고용의 유연성 확보, 바꿔 말해 안정된 고용의 포기가 공짜로 되는 것인가?

 요즘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현실은 어떤가? 고용 보장이라는 보호막이 없는 비정규직의 임금은 어떤가? 회사, 산업, 나라의 경쟁력 확보, 나아가 지속가능하기 위한 고용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고용 보장이라는 보호막을 벗기는 것도 부족해서, 비정규직의 임금, 연금, 건강보험 등 부가급부(프린지 베니핏, 임금 외에 받는 부가혜택)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경제는 1997년 아이엠에프 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고용 분야에서는 나아진 것이 보이지 않는다.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꼴이다.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고용 불안정에 낮은 임금으로 산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아이를 낳을 것인가.

 저출산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 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열심히 공부한 청년들은 직장을 잡기 어렵고, 잡는다고 할지라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런 경제에서 어떤 활력이 있을까? 비정규직 문제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 전체에 관한, 우리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이 문제를 현대차 한 회사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가 기업 쪽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듯해서는 안 된다. 아주 단순한 경제원리를 적용해볼 때 해법은 나와 있다. 고용의 안정성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한쪽에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은 공정사회가 아니다.
 바로 이 점에서 정부가 할 일이 있다. 단계적으로 노사관계를 전향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법제화하는 것, 이에 대한 노사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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