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후보] 금속 기륭노동자들에게 듣는다
작성자 정승호
본문
위기의 민주노총, 현장은 이렇게 진단한다 ②
- 금속노조 기륭동지들 인터뷰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추위에도 기륭동지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기륭동지들과 출근투쟁을 함께하고 농성장으로 이동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5년 동안의 투쟁. 이제는 날짜 세는 것도 지겹답니다. 94일 동안의 단식투쟁. 악질 중에서도 최악질인 사측. 침탈, 협박, 폭행, 회사 이전... 그래도 기륭동지들은 지치지 않았습니다. 도데체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인내심의 끝은 어디인지, 도저히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 정승호 : 민주노조운동 역사에 크게 남을 만큼 장기투쟁인데요. 중간평가 겸 소감 한마디씩 해주시죠?
▸기륭동지1 : 왜 그리 다들 바쁜지 모르겠어요. 하긴 노숙자도 바쁘지. 바쁘다는 핑계 좀 그만해야 돼요. 서울에만 해도 전임간부가 얼마나 많은데, 다들 어찌나 바쁘신지. 우리 8명이서 날마다 몇 명씩 쪼개서 오만데 연대투쟁 다니는데 서글퍼 죽겠어요.
▸기륭동지2 : 언제더라... 우리가 처절하게 투쟁하다가 민주노총에서 하도 관심을 안가져주길래, 총연맹 사무실에 위원장 만나러 간 적이 있어요. 근데 아 글쎄 “미리 선약을 해야 된다”는 거에요. 알지, 선약해야 하는 거 모르나. 근데 왜 우리가 막무가내로 찾아갔겠어요. 이렇게 길게 장투를 하는데... 참... 말을 말아야지. 누군가는 “공문 접수”하래요. 민주노총이 뭐 회사에요. 위원장 만나려고 공문 접수하게. 하이고 참... 결국은 끝까지 위원장 못 만나고, 그 때 금속 부위원장인가 만나고 내려왔죠 뭐.
▸기륭동지3 : 다른 건 다 빼도, 이 말은 꼭 좀 전해주세요. 그 동안 연대해주신 동지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요. 장기투쟁해서 연대 동지들한테 정말 미안해요. 제가 진짜 미안해한다고 꼭 전해줘요.
▸기륭동지4 : 민주노총이 도로에 자주 나가야 돼요. 그게 자본하고 정부를 압박하는 방법이라니까. 노동자가 가진 게 몸뚱이밖에 없는데, 도로에 안나오고 자꾸 탁자에 앉아서 해결할라니까, 일이 안풀리는 거에요.
▸기륭동지5 : 회사가 망하든지 우리가 복귀하든지 둘 중에 하납니다. 끝까지 투쟁해야죠.
▸기륭동지6 : 명박이는 주저없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데, 우리는 계속 주저하거든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인간이 우리가 이러면 안되죠.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는 기개를 보이는 게 필요해요. 그런 정도의 기개 없으면 자본이 겁을 안먹거든요.
▸ 정승호 : 요즘은 투쟁이 장기화되거나, 패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왜 그럴까요?
▸기륭동지1 : 기륭 투쟁만 보더라도 기륭회사 대 기륭노동자, 1 : 1의 대결이 아니에요. 자본은 경총, 전경련, 한나라당 등등 전방위로 총공세를 하거든요. 반면에 우리는 각개분산되어 있어요. 대부분 장투사업장의 공통 사항이에요. 쌍차 투쟁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니 판판히 깨지는 거죠. 협소한 시각으로만 보기 때문에 늘 밀리는 겁니다. 산별노조들이나 민조노총 입장에서는 각종 현안문제도 많고, 장기투쟁사업장도 여러개라서 집중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이대로 계속되면 장투사업장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기륭동지2 : 장투사업장 대부분 초기 대응에 실패해서 장투가 되는 것 같아요. 초기에 연대투쟁을 광범위하게해서 집중투쟁했다면, 투쟁대오의 이탈도 막을 수 있고, 사측을 굴복시킬 수도 있다고 봐요.
▸기륭동지3 : 작년 복수노조 전임자 투쟁 때보면 우리는 계속 끌려다녔어요. 국회일정이나 자본의 공세에 맞추지 말고, 우리가 공세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서 투쟁을 주도해야 된다고 봐요.
▸ 정승호 : 자본의 고전적인 노무관리수법이 정규직/비정규직, 여성노동자/남성노동자 이렇게 세분화해서 분리통치하는 건데요. 노동자는 단결해야 이길 수 있는데, 자본이 친 노동자간 분리장벽을 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기륭은 어땠나요?
▸기륭동지1 : 기륭은 정규직 10명에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이었어요. 정규직은 월급제에다 상여금도 받았지만, 우린 상여금 꿈도 못꿨죠. 우리의 경우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챙겨주는 게 아니라 그 반대였어요. 정규직 중에 한명이 지각한다고 상여금 30% 삭감당한 적이 있는데, 비정규직들이 함께 잔업거부를 했죠. 또 정규직 중 한명이 출산휴가를 가려는데, 회사에서 못가게 했어요. 그 때 비정규직들이 도와주겠다며 응원을 해서 출산휴가를 갔다왔어요. 그랬더니, 회사가 이제부터 미혼 비정규직은 6개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거에요. 그러면서 이게 다 정규직 출산휴가자 때문이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비정규직들은 그 정규직에게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회사에게 분노를 했죠. 이런 일상적인 연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노조도 같이 만들었고, 파업도 같이 할 수 있었어요. 정규직들도 3년 동안 같이 파업했어요. 일상적인 연대가 정말 중요해요.
▸기륭동지2 : 정규직 비정규직이 함께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운동이 아닌 노동운동을 해야 돼요. 노조운동을 잘못하면, 조합원들의 요구와 이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무시하게 되거든요.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 대상자, 고용의 안전판, 우리와는 다른 사람’으로 여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관점을 가진 간부들이 필요해요.
▸ 정승호 : 노동운동의 위기라는 지적을 많이들 하는데요. 어떤 게 제일 위기라고 보세요?
▸기륭동지1 : 싸워야 할 때 안 싸우는 거요.
▸기륭동지2 : 전노협 건설할 때의 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해요. 노동자들의 연대, 단결, 계급성 이런 걸 회복해야 합니다. 처음처럼... 자본이 뭉치듯이 노총도 뭉칠 수 없나?
▸기륭동지3 : 공식적인 회의에 참여해서 이야기할 구조가 없는 거요. 그렇다고 일상적인 소통구조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제발 “공문으로 보내라”는 소리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노총이 뭐 자본인가요?
▸기륭동지4 : 싸우는 당사자들의 말에 집중했으면 해요. 그리고 막상 싸우려고 하면 민주노총이 없어요. 그래서 자본만 의기양양하죠.
▸기륭동지5 : 자본의 단결력을 못 따라가는 거요.
▸ 정승호 : 민주노총의 관성화에 대해서도 한말씀씩 해주시죠?
▸기륭동지1 : 맨날 준비된 투쟁 운운하는데, 언제까지 준비만 할 겁니까. 저는 투쟁 속에서 준비도 되고 대안도 만들어진다고 봐요. 운동이란 건 역동적인 거거든요. 투쟁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결과가 바뀌는 거에요. 윗분들은 우리가 이런말하면 ‘아마추어’라고 욕하시죠.
▸기륭동지2 : 간부들이 나이가 많아서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자꾸만 자기경험으로 투쟁을 예단해요. 예단하니까 투쟁을 제한하게 되죠. 근데요, 투쟁이란 건 할수록 달라지거든요.
▸기륭동지3 : 금속만 보더라도 간부들이 나이가 많아요. 이제 사수대 구하기도 힘들어요. 저번에 집회하는데 “만장 들 사람 나와라” 하니까 아무도 안나와요. 그래서 사회자가 “50대 밑으로 다 나오세요” 하는 거에요. 민주노총도 이제 고령화 사회 라니까요. 진짜로 후배양성해야 돼요. 고인물은 썩는다니까. 어쩌면 민주노총이 관성화되는 건 당연한 거에요. 나이들면 생활적인 부분이나 육체적인 부분이나 어쩔 수 없이 관성화될 수밖에 없어요.
▸ 정승호 : 이제 대안적인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죠?
▸기륭동지1 : 현장조합원들의 정서 때매, 동력이 없어서 총파업 못한다는 말 많이 합니다. 근데요, 현장을 믿어야 해요. ‘조합원들이 힘들다해서 안된다’가 아니라(이때 갑자기 옆에 있는 동지가 “그럴 땐 또 조합원들 말 더럽게 잘들어~”라고 한다), ‘힘들어하는 조합원들이 있으니 이렇게 이렇게 설득해내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조합원 핑계대지 말라는 소리죠. 현장조합원들은 정말 역동적입니다. 한참 움츠리는 듯 하다가도, 폭발할 때는 정말 무섭거든요. 그 폭발은 간부들이 만드는 거에요. 현장을 믿어야 합니다.
▸기륭동지2 : 노조는 해결사가 아닙니다. 간부가 되고, 상급단체가 되면 이 싸움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는데요, 당사자들이 원하는 건 최선을 다해 함께 투쟁하는 겁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던 함께 싸워주는 것이 중요해요.
※인터뷰 후기 : 인터뷰가 끝날 무렵 각자 새해 소망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어떤 기륭동지가 늦게 농성장에 왔다. 이 동지에게 동료들이 “야, 새해 소망 말하고 있다. 넌 뭐냐?”라고 물으니, 자리에 앉기도 전에 답한다. “뭐긴 뭐야 싸우는 거지!” 이 동지가 오기 전에 다들 “2008년(94일 단식투쟁 당시)처럼 원~없이 한번 싸워봤으면 좋겠다!”라고 새해 소망을 밝히고 있었는데, 투쟁을 오래하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이런 것도 통하는구나 싶다. 이심전심이라는 말은 기륭동지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왜, 대의원 만나기를 포기하고 현장과의 인터뷰를 하는가?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했습니다. 진정한 전체 노동자의 희망 민주노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쓴소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쓴소리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나 혼자서 쓴소리를 하는 건 재미도 없고 의미도 미약하겠다. 장기투쟁․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들의 쓴소리를 듣고 대변하는 게 더 의미가 깊겠군. 비록 그들의 의견이 나와는 다를지라도...’
현장 조합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천이 잘 안됩니다. 대의원 간선제임을 생각해서 대의원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 득표전략에는 훨씬 도움이 되겠지만, 어짜피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며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저로써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의원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현장 조합원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노총의 위기에 대해 들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부위원장으로 당선된다면, 이들의 주장 중 많은 부분이 곧 저의 주장이 되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겁니다.
- 금속노조 기륭동지들 인터뷰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추위에도 기륭동지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기륭동지들과 출근투쟁을 함께하고 농성장으로 이동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5년 동안의 투쟁. 이제는 날짜 세는 것도 지겹답니다. 94일 동안의 단식투쟁. 악질 중에서도 최악질인 사측. 침탈, 협박, 폭행, 회사 이전... 그래도 기륭동지들은 지치지 않았습니다. 도데체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인내심의 끝은 어디인지, 도저히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 정승호 : 민주노조운동 역사에 크게 남을 만큼 장기투쟁인데요. 중간평가 겸 소감 한마디씩 해주시죠?
▸기륭동지1 : 왜 그리 다들 바쁜지 모르겠어요. 하긴 노숙자도 바쁘지. 바쁘다는 핑계 좀 그만해야 돼요. 서울에만 해도 전임간부가 얼마나 많은데, 다들 어찌나 바쁘신지. 우리 8명이서 날마다 몇 명씩 쪼개서 오만데 연대투쟁 다니는데 서글퍼 죽겠어요.
▸기륭동지2 : 언제더라... 우리가 처절하게 투쟁하다가 민주노총에서 하도 관심을 안가져주길래, 총연맹 사무실에 위원장 만나러 간 적이 있어요. 근데 아 글쎄 “미리 선약을 해야 된다”는 거에요. 알지, 선약해야 하는 거 모르나. 근데 왜 우리가 막무가내로 찾아갔겠어요. 이렇게 길게 장투를 하는데... 참... 말을 말아야지. 누군가는 “공문 접수”하래요. 민주노총이 뭐 회사에요. 위원장 만나려고 공문 접수하게. 하이고 참... 결국은 끝까지 위원장 못 만나고, 그 때 금속 부위원장인가 만나고 내려왔죠 뭐.
▸기륭동지3 : 다른 건 다 빼도, 이 말은 꼭 좀 전해주세요. 그 동안 연대해주신 동지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요. 장기투쟁해서 연대 동지들한테 정말 미안해요. 제가 진짜 미안해한다고 꼭 전해줘요.
▸기륭동지4 : 민주노총이 도로에 자주 나가야 돼요. 그게 자본하고 정부를 압박하는 방법이라니까. 노동자가 가진 게 몸뚱이밖에 없는데, 도로에 안나오고 자꾸 탁자에 앉아서 해결할라니까, 일이 안풀리는 거에요.
▸기륭동지5 : 회사가 망하든지 우리가 복귀하든지 둘 중에 하납니다. 끝까지 투쟁해야죠.
▸기륭동지6 : 명박이는 주저없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데, 우리는 계속 주저하거든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인간이 우리가 이러면 안되죠.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는 기개를 보이는 게 필요해요. 그런 정도의 기개 없으면 자본이 겁을 안먹거든요.
▸ 정승호 : 요즘은 투쟁이 장기화되거나, 패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왜 그럴까요?
▸기륭동지1 : 기륭 투쟁만 보더라도 기륭회사 대 기륭노동자, 1 : 1의 대결이 아니에요. 자본은 경총, 전경련, 한나라당 등등 전방위로 총공세를 하거든요. 반면에 우리는 각개분산되어 있어요. 대부분 장투사업장의 공통 사항이에요. 쌍차 투쟁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니 판판히 깨지는 거죠. 협소한 시각으로만 보기 때문에 늘 밀리는 겁니다. 산별노조들이나 민조노총 입장에서는 각종 현안문제도 많고, 장기투쟁사업장도 여러개라서 집중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이대로 계속되면 장투사업장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기륭동지2 : 장투사업장 대부분 초기 대응에 실패해서 장투가 되는 것 같아요. 초기에 연대투쟁을 광범위하게해서 집중투쟁했다면, 투쟁대오의 이탈도 막을 수 있고, 사측을 굴복시킬 수도 있다고 봐요.
▸기륭동지3 : 작년 복수노조 전임자 투쟁 때보면 우리는 계속 끌려다녔어요. 국회일정이나 자본의 공세에 맞추지 말고, 우리가 공세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서 투쟁을 주도해야 된다고 봐요.
▸ 정승호 : 자본의 고전적인 노무관리수법이 정규직/비정규직, 여성노동자/남성노동자 이렇게 세분화해서 분리통치하는 건데요. 노동자는 단결해야 이길 수 있는데, 자본이 친 노동자간 분리장벽을 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기륭은 어땠나요?
▸기륭동지1 : 기륭은 정규직 10명에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이었어요. 정규직은 월급제에다 상여금도 받았지만, 우린 상여금 꿈도 못꿨죠. 우리의 경우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챙겨주는 게 아니라 그 반대였어요. 정규직 중에 한명이 지각한다고 상여금 30% 삭감당한 적이 있는데, 비정규직들이 함께 잔업거부를 했죠. 또 정규직 중 한명이 출산휴가를 가려는데, 회사에서 못가게 했어요. 그 때 비정규직들이 도와주겠다며 응원을 해서 출산휴가를 갔다왔어요. 그랬더니, 회사가 이제부터 미혼 비정규직은 6개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거에요. 그러면서 이게 다 정규직 출산휴가자 때문이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비정규직들은 그 정규직에게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회사에게 분노를 했죠. 이런 일상적인 연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노조도 같이 만들었고, 파업도 같이 할 수 있었어요. 정규직들도 3년 동안 같이 파업했어요. 일상적인 연대가 정말 중요해요.
▸기륭동지2 : 정규직 비정규직이 함께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운동이 아닌 노동운동을 해야 돼요. 노조운동을 잘못하면, 조합원들의 요구와 이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무시하게 되거든요.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 대상자, 고용의 안전판, 우리와는 다른 사람’으로 여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관점을 가진 간부들이 필요해요.
▸ 정승호 : 노동운동의 위기라는 지적을 많이들 하는데요. 어떤 게 제일 위기라고 보세요?
▸기륭동지1 : 싸워야 할 때 안 싸우는 거요.
▸기륭동지2 : 전노협 건설할 때의 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해요. 노동자들의 연대, 단결, 계급성 이런 걸 회복해야 합니다. 처음처럼... 자본이 뭉치듯이 노총도 뭉칠 수 없나?
▸기륭동지3 : 공식적인 회의에 참여해서 이야기할 구조가 없는 거요. 그렇다고 일상적인 소통구조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제발 “공문으로 보내라”는 소리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노총이 뭐 자본인가요?
▸기륭동지4 : 싸우는 당사자들의 말에 집중했으면 해요. 그리고 막상 싸우려고 하면 민주노총이 없어요. 그래서 자본만 의기양양하죠.
▸기륭동지5 : 자본의 단결력을 못 따라가는 거요.
▸ 정승호 : 민주노총의 관성화에 대해서도 한말씀씩 해주시죠?
▸기륭동지1 : 맨날 준비된 투쟁 운운하는데, 언제까지 준비만 할 겁니까. 저는 투쟁 속에서 준비도 되고 대안도 만들어진다고 봐요. 운동이란 건 역동적인 거거든요. 투쟁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결과가 바뀌는 거에요. 윗분들은 우리가 이런말하면 ‘아마추어’라고 욕하시죠.
▸기륭동지2 : 간부들이 나이가 많아서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자꾸만 자기경험으로 투쟁을 예단해요. 예단하니까 투쟁을 제한하게 되죠. 근데요, 투쟁이란 건 할수록 달라지거든요.
▸기륭동지3 : 금속만 보더라도 간부들이 나이가 많아요. 이제 사수대 구하기도 힘들어요. 저번에 집회하는데 “만장 들 사람 나와라” 하니까 아무도 안나와요. 그래서 사회자가 “50대 밑으로 다 나오세요” 하는 거에요. 민주노총도 이제 고령화 사회 라니까요. 진짜로 후배양성해야 돼요. 고인물은 썩는다니까. 어쩌면 민주노총이 관성화되는 건 당연한 거에요. 나이들면 생활적인 부분이나 육체적인 부분이나 어쩔 수 없이 관성화될 수밖에 없어요.
▸ 정승호 : 이제 대안적인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죠?
▸기륭동지1 : 현장조합원들의 정서 때매, 동력이 없어서 총파업 못한다는 말 많이 합니다. 근데요, 현장을 믿어야 해요. ‘조합원들이 힘들다해서 안된다’가 아니라(이때 갑자기 옆에 있는 동지가 “그럴 땐 또 조합원들 말 더럽게 잘들어~”라고 한다), ‘힘들어하는 조합원들이 있으니 이렇게 이렇게 설득해내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조합원 핑계대지 말라는 소리죠. 현장조합원들은 정말 역동적입니다. 한참 움츠리는 듯 하다가도, 폭발할 때는 정말 무섭거든요. 그 폭발은 간부들이 만드는 거에요. 현장을 믿어야 합니다.
▸기륭동지2 : 노조는 해결사가 아닙니다. 간부가 되고, 상급단체가 되면 이 싸움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는데요, 당사자들이 원하는 건 최선을 다해 함께 투쟁하는 겁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던 함께 싸워주는 것이 중요해요.
※인터뷰 후기 : 인터뷰가 끝날 무렵 각자 새해 소망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어떤 기륭동지가 늦게 농성장에 왔다. 이 동지에게 동료들이 “야, 새해 소망 말하고 있다. 넌 뭐냐?”라고 물으니, 자리에 앉기도 전에 답한다. “뭐긴 뭐야 싸우는 거지!” 이 동지가 오기 전에 다들 “2008년(94일 단식투쟁 당시)처럼 원~없이 한번 싸워봤으면 좋겠다!”라고 새해 소망을 밝히고 있었는데, 투쟁을 오래하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이런 것도 통하는구나 싶다. 이심전심이라는 말은 기륭동지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왜, 대의원 만나기를 포기하고 현장과의 인터뷰를 하는가?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했습니다. 진정한 전체 노동자의 희망 민주노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쓴소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쓴소리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나 혼자서 쓴소리를 하는 건 재미도 없고 의미도 미약하겠다. 장기투쟁․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들의 쓴소리를 듣고 대변하는 게 더 의미가 깊겠군. 비록 그들의 의견이 나와는 다를지라도...’
현장 조합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천이 잘 안됩니다. 대의원 간선제임을 생각해서 대의원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 득표전략에는 훨씬 도움이 되겠지만, 어짜피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며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저로써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의원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현장 조합원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노총의 위기에 대해 들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부위원장으로 당선된다면, 이들의 주장 중 많은 부분이 곧 저의 주장이 되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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