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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단결투쟁 당당하게 현장속으로
진짜노동자의 분노
작성자 노동자
댓글 0건 조회 285회 작성일 200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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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성 강한 강경 투쟁노선으로 1995년 설립 이후 노동운동 현장을 장악해온 민주노총의 '14년 아성'에 균열이 뚜렷해졌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의 이탈이나 투쟁노선 불참 움직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현장과 괴리된 과도한 투쟁노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민주노총 핵심 인사들의 입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노총의 노선을 "정권과의 야합"으로 규정하며 출범한 민주노총은 과거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서 노동운동의 적자(嫡子)임을 자부했고, 이는 짧은 시간 안에 조합원수에서 한국노총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부상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그러나 지나친 투쟁 노선은 민주노총 내부의 '파업 피로증'을 불렀고, 지도부 방침이 현장의 목소리와 괴리되는 '동맥 경화증'이 갈수록 심화됐다. 노동 현장에서 벗어나 한 번 민주노총 지도부에 포함되면 계속 지도부 언저리에 머무는 '회전문 인사'로 인해 "지도부가 일종의 특수계층화(化)했다"(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는 지적도 받고 있다.

최근 제기되는 민주노총 극복론의 특징은 '아래로부터의 개혁' 양상을 띠었다는 점이다. 기존 노동운동의 중심이 소수의 활동가들이었다면, 이번 지각변동의 주역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조합원들이다. 잦은 파업과 강경투쟁에 지친 국민 여론을 피부로 체감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변화 요구가 단위 사업장 노조위원장의 잇단 교체로 나타났다.

많은 지하철 노조에서 강경파 지도부가 온건파로 교체되고, 민주노총 탈퇴 혹은 정치투쟁 불참 움직임이 표면화됐다. 그런가 하면 현장과 괴리된 민주노총 지도부의 '기득권화(化)'를 비판하는 지적들이 민주노총 핵심 인사들의 입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노총의 근간을 이루는 공기업 노조의 변화는 '정치성 파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작년 서울지하철노조(1~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5~8호선)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파업 직전까지 갔다가 철회한 것도 "월급도 많이 받는 노조가 파업을 일삼아 시민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비난 여론에 굴복한 것이었다.

'상향식' 개혁의 압력은, 소수 운동가 중심의 폐쇄적·이념적 노동운동 대신, 합리적 대안과 사회공헌을 앞세운 '제3의 노동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계에선 "양대 노총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아래로부터의 개혁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천지하철노조 이성희 위원장 등 합리적 개혁 성향의 공기업 노조위원장들은 '제3의 노동운동'을 구체화할 공기업 노조 중심의 연맹체 결성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한국노총도 아닌 새로운 노동 조직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태동 단계일 뿐 새 노동운동의 주역들조차 "조심스럽고 단계적인 접근법"을 강조하는 수준이다.

노동운동의 지각 변동이 민주노총에 집중되는 이유에 대해 곽민형(52) 전(前) 민주노총 화섬연맹 수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현 상태는 현장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말기 암 환자와 같다"는 비유로 진단했다.

그는 8일 본지 인터뷰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아래부터 시작된 조직의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구시대적 강령을 움켜잡고 극단적 노동운동을 펴는 민주노총은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들 사이에 새로운 노동운동에 대한 갈망이 높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념으로 나뉜 파벌들의 정파 싸움에 매몰돼 있다"고 말했다,

곽 전 부위원장은 작년 10월 "민주노총이 현장 노동자들 의사와는 관계없이 친북·반미 운동에 빠져 있다"고 비판하며 민주노총에서 탈퇴했었다.

◆"파업능력 잃은 '뻥 파업'"

민주노총의 이념적 투쟁과 거리를 두는 모습은 파업의 핵심 조직이던 공기업 노조들에서 이미 몇 년 전부터 표면화됐다. 지하철·철도·발전노조 등 2000년대 중반까지 금속노조와 함께 민주노총 투쟁의 주력이던 공공연맹 소속 노조들은, 2007년 이후 민주노총의 정치성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 노조들도 민주노총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영진약품 노사는 지난달 26일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임금 동결과 고용 유지를 골자로 하는 노사화합 선언을 했고, 지난주엔 울산의 폐기물 처리업체 ㈜NCC가 두 번째 노사화합 선언에 나섰다.

민주노총이 1995년 창설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반성은 민주노총 핵심인사들로부터도 나오고 있다.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현 지도위원)은 지난달 한 인터넷 매체 인터뷰에서 "이대로라면 20년 전 한국노총이 '타도 대상'이었던 것처럼 민주노총 또한 타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위원장은 "무조건 싸움만 해서는 안 된다. 자본과 정권을 갈라 세우기만 하는 것은 혁명하자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에 지금은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현장의 파업 능력을 따지지도 않고 자주 '총파업'을 외치는 것에 대해 '뻥 파업'이란 자조적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작년 11월 월간 '노동사회' 기고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80만명 중 총파업 돌입이 가능한 조직은 23만명에 불과하다"며 "투쟁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리한 투쟁계획을 제출하거나, 총파업 찬반투표조차 실행하지 못하는 조직에서 민주노총 총파업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사기와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자성론이 현장에선 강렬하게 분출되고 있으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파 싸움에 매몰돼 여기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성희 인천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변화 속도를 민주노총 간부들이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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