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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덫’에 걸린 귀족노조 실태
작성자 욕망
댓글 0건 조회 290회 작성일 200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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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덫’에 걸린 귀족노조 실태
일요신문 | 기사입력 2009.02.20 16:30

민주노총 내부의 성폭행 미수 사건으로 인해 노동운동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동운동도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노동권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도 문제지만 노조 집행부의 부패'가 더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한 대기업 노무 관계자는 "한국의 노사문화에 편승해서 특권을 누리려는 조합 간부들의 행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운동의 본래 의미는 퇴색한 채 간부들의 욕심과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일부 귀족노조의 현실을 짚어봤다.

↑ 민주노총 성폭행 미수 파문으로 인해 노동운동이 위기를 맞았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뼈를 깎는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 시위 장면.
지난 12월 한 대기업 지방공장에서는 소속 노조원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공장 내 일부 직원들은 몇 개월 전부터 사기도박단과 어울리며 도박을 하다 거액의 노름빚을 지게 됐다. 결국 돈을 잃은 직원 대 여섯 명이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사기도박단을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과정에서 신고자 중 3명이 구속됐고, 2명이 집행유예를 받았다.

회사도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징계위원회를 소집했다. 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던 중 노조원인 한 직원이 회사 징계에 대한 부담감과 그동안 잃은 돈 때문에 결국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공장 직원들 사이에서 거액의 도박이 벌어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때에 따라서는 사기도박단이 노름판에 끼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은 데다 작업 자체가 단순해서 고달픈 삶을 달래기 위해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고 전임 노조원들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도박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노동조합은 큰 틀에서 운동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이번처럼 성추문, 도박, 채용비리 등의 사건이 터지면 다른 집단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다"며 "처신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노조 간부들의 사치에 가까운 '호의호식'도 문제다.

A 대기업의 노조위원장은 한 달에 영수증 처리 없이 쓸 수 있는 금액만 2000만 원이라고 한다. 회사 측에서 고급 승용차를 내주며 여기에 들어가는 연료비도 모두 제공한다. 운전기사도 붙는다. 모 건설사 노조 위원장은 고층 빌딩 거의 최상층에 있는 넓은 개인 사무실을 제공받고 있다.

일부 금융권이나 공기업 노조 위원장에 대한 대우도 이보다 못하지 않다고 한다. 전임자들은 높은 연봉에 개인 사무실이 보장돼 있다. 지난해 한 은행 노조 위원장은 은행 부행장과 함께 외유를 다녀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물론 대기업 노조의 경우 일반 노조원들이 누리는 혜택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학자금 지원제도다. 한 대기업 직원의 말에 따르면 "노조원의 경우 둘째 자녀까지는 학자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셋째 자녀는 반액까지 지원한다"며 "생산직은 정년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사무직 근로자 같은 경우에도 같은 지원 대상이지만 자녀가 대학생이 되면 본인이 임원급 나이가 되는데 사무직에서 임원을 달기란 하늘에 별따기"라며 "실제 이 혜택을 받는 사무직 직원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대기업 노조에서는 의료부담금 중 본인이 내야 하는 금액은 전액 회사가 지원한다. '귀족노조'란 말이 나올 법하다.

A 기업 노조에 속해있는 한 일반 노조원은 "적어도 일부 노조간부들에게는 귀족노조란 말이 맞다"며 "이들은 노동운동을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노사문화 분위기에 편승해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노조원은 "대다수의 노조원들에게 귀족 노조란 표현을 붙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언론에 알려진 연봉은 과장된 부분이 많으며 실제로 시간외 수당을 제외하면 이마저도 안 된다"고 말했다.

노동운동에 이처럼 '귀족노조'란 오명이 씌워진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노동운동의 권력화'를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한 정치인은 "노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차원에서 노조에 힘을 실어줬더니 이제는 그것이 권력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사 협상 대표로 노조 측에서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나오면 사측에서는 공장장이나 사장급이 나가야지만 대화가 가능하다"며 "밑에 있는 임직원이나 실무자가 나가면 노조에서 짜증을 낸다"고 말했다.

일선 공장에서 회사 간부와 노조 간부가 동등한 대우를 받다보니 노조 대의원들이 임원 방에 들어가서 집기를 파손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노조간부에게 힘이 실렸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 내부에서도 '상명하복'식의 문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민주노총의 성폭력 사건이 확대된 것도 노동권 내부의 '군대식 문화'가 일반화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처음부터 사건을 수습하려 한 것이 아니라 윗선에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사건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은폐 시도, 수습 과정, 해명 과정 등에서 집행부의 권위주의적 자세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노조간부가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게 하나의 관례가 돼버린 것도 노조운동의 권력화를 부추긴다.

구청장,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많이 배출한 한 대기업 노조는 '노조원 → 대의원 → 전임 노조간부'를 거치면 다음은 노조위원장을 꿈꾸게 되고 이를 발판으로 중앙정치나 지역정치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한다. 이처럼 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노조위원장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노조 내부에도 갈등이 발생한다. 이른바 '노-노 갈등'이다. 일부 기업 노조에는 10여 개에 이르는 계파들이 있으며 노조위원장, 대의원 선거 때가 되면 상대 조직을 짓누르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각종 음해를 일삼는 일이 빈번해지고 끝내 파업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노조위원장이 회사의 채용문제 등에 대해서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도 비리의 원인이 된다. 시스템에 의해서 채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노조의 행태로 인해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모 대기업 노조원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개혁을 하지 않으면 머지 않아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일부 노조 간부의 도덕적 해이만으로 전체 노동조합을 매도할 수는 없다. 또한 회사 측의 잘못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한국노동연구원 모 연구위원은 "정치자금으로 수십억 원씩 바치는 회사가 제대로 된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영이 투명하지 않는 한 기업과 노조의 야합 구조나 노조에 질질 끌려 다니는 상황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회사 측의 개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일부 노조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관련 노조에 소속된 한 노조원은 "노조 간부들이 개혁을 운운하다간 '왕따'당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라 위에서부터의 개혁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반적인 노조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노동운동 개혁은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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