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0건 조회 489회 작성일 2009-02-10

중앙일보 김성탁.김태성.안성식] 　구직자들은 임금과 회사의 발전 가능성과 함께 복지·교육 혜택을 살핀다. 입사 후 전문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최고경영자(CEO)가 주먹구구식 경영을 하는 것은 아닌지에도 관심이 많다. 상당수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복지나 교육,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근무조건을 갖춘 중소기업이 곳곳에 숨어 있다. 대기업에 취업해야 알아주는 사회적 시선만 개선된다면 일할 만한 알짜 직장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인터컴　3년차 연봉이 3600만원

◆직원부터 감동시킨다=5일 오후 서울 역삼동 인터컴 사무실. 최태영 대표가 책상에 놓인 이력서 더미를 살펴 보고 있었다. 직원이 50명인 이 회사는 이번에 10명을 뽑고 연말까지 10명을 더 채용한다. 국제회의 기획·진행 업무를 하기 때문에 직원 대부분이 영어나 제2외국어를 구사한다. 지원자 중에도 외국 대학이나 유수 대학 출신이 많다. 하지만 최 대표는 선발 때 지방대에 30%가량 할애한다. 일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이들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경영전략을 ‘고객에 앞서 직원부터 감동시키자’로 정했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가 결국 잘 된다’는 판단에서다. 대졸 초임이 2800만원인 연봉은 1년 지나면 3200만원, 3년 지나면 3600만원으로 오른다. 올 초 ‘나눔 경영 성과급’ 4억원을 배분했는데, CEO가 쓴 편지와 함께 10만원짜리 수표로 전달했다. ‘제게는 꿈과 희망이 있는데, 꿈은 회사의 성장이고 희망은 직원 여러분입니다. 어렵다는 시기에 웃으며 성과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직원 집 넓혀주기 운동도 벌인다. 근속 3년 이상 된 직원에게 무이자로 3000만원을 빌려준다. 퇴사 때까지 갚기만 하면 된다. 최 대표는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열 명이나 될 정도로 장기근속자가 많다”며 “젊음을 바친 이들을 위해 2010년부터는 회사가 돈을 대 분사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컴투스　 100만원 복지카드 지급

◆외제차 인센티브도=서울 잠원동에 사는 이시은(37·여)씨는 매일 오전 9시10분쯤 유치원 다니는 아들을 셔틀버스에 태워주고 출근길에 오른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10시쯤. 회사가 준비한 과일과 샐러드로 아침식사를 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이 회사 직원들은 오전 9~10시 자유롭게 출근한다. 그에 맞춰 퇴근 시간이 달라진다. 그의 직장은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 직원이 250명이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나 대기업 못지않은 근무환경과 복지혜택을 자랑한다.

6일 오후 이 회사 휴게실을 가봤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직원들이 대형 화면을 보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안마의자에서 피로를 푸는 여직원 모습도 보였다. 에스프레소 커피머신과 각종 음료가 비치된 이곳에서 직원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팀 회의를 했다. 모든 직원에겐 한 해 60만~100만원을 쓸 수 있는 복지카드가 지급된다. 공연을 보거나 책·게임기를 살 수 있고 헬스클럽에서 써도 된다. 게임품질관리팀장 이원근(31)씨는 다음 달 부모님과 일본 여행을 간다. 근속 5년이 되면 회사가 한 달 유급휴가를 주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공채로 신입사원 50명을 뽑았다. 연내에 20명가량 수시 채용할 예정이다. 대졸 초임은 2400만원. 성과급으로 지난해 초 연봉의 14%를 준 데 이어 올해도 10%가량을 줄 계획이다. 지난해 게임을 개발해 대박을 터뜨린 한 직원은 별도 인센티브로 BMW 미니 승용차를 받았다.

코맥스 　본인·자녀 학자금 지원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운영=경기도 성남시 상대원공단에 있는 코맥스. 비디오폰과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만드는 곳이다. 6일 오전 찾아간 이 회사는 직원 170명의 중소기업 치고는 꽤 큰 6층짜리 건물에 연구소와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경쟁사의 스카우트를 의식해 회사 측이 이름 공개를 꺼려한 연구팀장 한모(40)씨는 재직 중 고려대 공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전자컴퓨터학)를 받았다. 일주일에 두세 번 야간과정을 다녔는데, 회사가 지난해 장학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마지막 학기 등록금 6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는 “중소기업에선 대기업에 비해 많은 분야를 접하게 되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바로 도전할 수 있다”며 “대기업에 다녔다면 돈은 더 받았겠지만 나만의 역량을 쌓았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지원을 받아 박사과정까지 마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회사는 자체적으로 ‘코맥스 아카데미’ 과정을 만들어 사내외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직원 교육을 한다. 참여 결과를 승진과 연봉 협상에 반영한다. 우수 사원은 거래처가 있는 남미나 중동에 6개월간 파견한다. 회사 인근에 아파트를 얻어 미혼 직원 기숙사로 제공하고 직원의 초·중·고생 자녀에겐 학비를 대준다. 변우석 부사장은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더 개발해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신사업 분야 진출을 위해 해외영업·기획·개발 파트를 맡을 사원을 상반기 중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서기연 　미혼 직원에 원룸 제공

◆사람에 투자한다=부산시 송정동 녹산공단에 있는 동서기연은 직원이 42명인 소규모 업체다. 선박 엔진이나 대형 발전기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만드는 회사여서 생산직이 대부분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야근 체계를 바꿨다.

소규모 제조업체에선 12시간 교대근무가 일반적이지만 이곳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조가,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2조가 근무한다. 잔업수당을 받을 수 있게 하면서 새벽근무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5월 이후 이 회사는 고졸·전문대졸 생산직 사원 20여 명을 채용했다.

제2 공장을 지을 계획이어서 올해도 10명가량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가공 일을 하다 정년이 된 송상명(64)씨는 2007년 회사가 촉탁사원으로 재고용해줘 지금까지 일한다. 회사 발전을 위해 제안을 한 직원에겐 마일리지 점수를 부여해 포상하는 제도도 있다. 미혼 직원에겐 회사 근처에 원룸을 얻어줘 가스비 등만 내고 지낼 수 있게 한다. 유준일 이사는 “일반적인 소기업으로 남지 않고 회사가 발전하려면 당장의 이익을 떠나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신입사원 1900만원, 직원 평균 2460만원가량인 연봉도 전국 금속가공 업체 중 상위 30% 이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