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에는
작성자 퍼옴
본문
울산 현대중공업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크레인이 있다. 2002년 스웨덴 조선업체 코컴스의 말뫼조선소에서 1달러에 산 것이다. 수년간 일감이 없어 방치돼 있었고 해체 비용이 없어 1달러에 가져왔다. 당시 스웨덴 언론은 “‘말뫼가 울었다”고 보도했다. 23일 말뫼 크레인 앞에서 소진명(58)씨가 뱃머리를 조립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선박 조립에 30년7개월을 보냈다. 예정대로라면 31일 정년퇴직해야 했지만 재고용이 확정돼서인지 손놀림이 매우 가벼워 보였다.
“내년에도 ‘말뫼의 눈물(크레인의 애칭)’을 보며 동료·후배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데 걱정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10월 말 2만6000여 명의 현대중공업 근로자 사이에 “우리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텐데”라는 걱정이 번졌다. 특히 정년퇴직을 앞둔 근로자들의 걱정은 태산 같았다. “중소 조선업체에 가봤자 얼마를 버티겠어.” 이런 불안에 휩싸였다. 선박 주문 취소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소씨는 “말뫼의 눈물이 ‘미포의 눈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우리는 회사를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조 능력뿐만 아니라 노사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
이달 초 경영진이 결단을 내렸다.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재고용하기로 했다. 583명의 정년 퇴직자 가운데 88%인 513명이 1년 계약직으로 재고용됐다. 기업들이 일부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한 적은 있지만 현대중공업처럼 대규모로 재고용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회사가 재고용 방침을 정하자 195명의 임원들이 성과급 50여억원을 반납했다. 관리직이 뒤를 따랐지만 반려됐다.
재고용된 근로자들의 임금은 종전의 80%, 학자금과 의료혜택 등 복지는 퇴임 전과 같다. 이들을 1년간 재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1인당 1억여원이다. 여기에 수백억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신입사원 채용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예년처럼 300여 명을 채용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김종욱 상무는 “엄동설한에 회사를 나가면 오갈 데가 없다. 일부는 중소기업에 가겠지만 거기서 구조조정의 불안에 떨어야 한다”면서 “우리 회사를 키운 사람은 종업원과 그들의 가족”이라고 재고용 배경을 설명했다.
소씨는 “여기서 일하며 아들(34)·딸(32)을 다 키우고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렸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나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나 노조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씀씀이를 줄여 봉사활동에 쓸 생각이다.
대조립부에서 소씨와 함께 일하는 박진환(58)씨도 이번에 정년퇴직한 뒤 재고용됐다. 1977년 8월 입사한 그는 “빈털터리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지금은 제일 좋은 아파트에 산다”면서 “계속 일할 수 있으니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 오종쇄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삼각파도의 꼭대기에 있는데도 생산성이 다소 떨어지는 고령자를 끌어안아준 데 대해 감사한다”며 “내년에 노조가 생산성을 높이는 각종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김동원(경영학) 교수는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재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이 어려움 속에서도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며 “현대중공업 케이스는 고용보장형 일자리 나누기의 대표적 사례이며 조직원의 사기를 진작시켜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말뫼의 눈물(크레인의 애칭)’을 보며 동료·후배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데 걱정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10월 말 2만6000여 명의 현대중공업 근로자 사이에 “우리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텐데”라는 걱정이 번졌다. 특히 정년퇴직을 앞둔 근로자들의 걱정은 태산 같았다. “중소 조선업체에 가봤자 얼마를 버티겠어.” 이런 불안에 휩싸였다. 선박 주문 취소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소씨는 “말뫼의 눈물이 ‘미포의 눈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우리는 회사를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조 능력뿐만 아니라 노사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
이달 초 경영진이 결단을 내렸다.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재고용하기로 했다. 583명의 정년 퇴직자 가운데 88%인 513명이 1년 계약직으로 재고용됐다. 기업들이 일부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한 적은 있지만 현대중공업처럼 대규모로 재고용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회사가 재고용 방침을 정하자 195명의 임원들이 성과급 50여억원을 반납했다. 관리직이 뒤를 따랐지만 반려됐다.
재고용된 근로자들의 임금은 종전의 80%, 학자금과 의료혜택 등 복지는 퇴임 전과 같다. 이들을 1년간 재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1인당 1억여원이다. 여기에 수백억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신입사원 채용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예년처럼 300여 명을 채용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김종욱 상무는 “엄동설한에 회사를 나가면 오갈 데가 없다. 일부는 중소기업에 가겠지만 거기서 구조조정의 불안에 떨어야 한다”면서 “우리 회사를 키운 사람은 종업원과 그들의 가족”이라고 재고용 배경을 설명했다.
소씨는 “여기서 일하며 아들(34)·딸(32)을 다 키우고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렸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나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나 노조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씀씀이를 줄여 봉사활동에 쓸 생각이다.
대조립부에서 소씨와 함께 일하는 박진환(58)씨도 이번에 정년퇴직한 뒤 재고용됐다. 1977년 8월 입사한 그는 “빈털터리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지금은 제일 좋은 아파트에 산다”면서 “계속 일할 수 있으니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 오종쇄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삼각파도의 꼭대기에 있는데도 생산성이 다소 떨어지는 고령자를 끌어안아준 데 대해 감사한다”며 “내년에 노조가 생산성을 높이는 각종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김동원(경영학) 교수는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재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이 어려움 속에서도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며 “현대중공업 케이스는 고용보장형 일자리 나누기의 대표적 사례이며 조직원의 사기를 진작시켜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전글추풍낙업 09.01.05
- 다음글단결을 위장한 분열 인가? 08.12.2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