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권력 무력화 노리는 자본
작성자 어용
본문
현대차 노동운동 대혁신해야
1사1조직부결 대의원대회 참관기 … 사무관리직 만장일치․비정규직 51% 반대
회사 결사항전․활동가 무관심 … 현장투쟁 통해 정규직-비정규직 연대해야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1사1조직 규정개정안이 또 다시 부결됐다. 찬성 153, 반대 163명. 2/3를 넘기기는커녕 과반수도 미치지 못하는 역대 최악의 결과였다.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았지만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온 것은 충격이었다.
<한겨레>신문은 20일 ‘연대 거부한 현대차 노조의 오판과 책임’이라는 사설에서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과의 통합을 다시 무산시켰다. 벌써 세번째다. 이로써 비정규직을 고용의 안전판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정규직의 이기심은 그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실랄하게 비난했다. 예상됐던 결과다. 그러나 ‘정규직의 이기심’이 부결의 핵심 원인은 아니다.
<한겨레> “정규직의 이기심” 힐난
현대차지부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조합원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맞바꾸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라는 노동운동의 대의를 배반함으로써 사실상 식물노조로 전락한 상태였다. 현장의 신뢰와 지도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현대차지부는 1/4분기와 2/4분기 감사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의원대회를 열어야했고, 원하지 않았지만 비정규직과 약속한대로 ‘1사1조직’ 규정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두 차례의 부결을 경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사1조직’ 가입대상에서 ‘공장(사업장)’을 벗어난 ‘딜러’와 ‘그린서비스’ 노동자들을 제외하자는 안을 제출했다. 15일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열린 ‘원하청 연대회의’에서 ‘가입범위’와 ‘조직편제’에 대해 “원하청 연대회의의 결과를 존중하여 확대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거와 달리 논란의 소지를 없앴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결단만이 남은 상태였다.
가입범위․조직편제 ‘확대운영위’로
15일 대의원대회가 시작됐다. 빨리 끝날 것으로 예견됐던 1/4분기와 2/4분기 감사는 15일과 16일, 17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회장 밖에서 ‘1사1조직’ 안건이 상정되기만을 목을 빼고 기다렸지만 감사는 끝도 없이 이어졌고, 대의원대회는 17일까지 연기됐다. 17일 오후 5시, 대회가 시작된 지 3일이 지나서야 ‘1사1조직’ 안건이 상정됐다.
전태일 동지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호소하는 동영상까지 상영되고, 금속노조에서 ‘1사1조직’ 규정개정안의 의미를 호소했다. 사무관리직 노동자들에 대한 ‘1사1조직’ 규정개정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규정개정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호락호락하게 당할 회사가 아니었다. 회사의 입김이 큰 사무관리직에 대한 노조가입은 가볍게 허용했지만,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결사항전을 했다. 윤해모 지부장이 세 차례에 걸쳐 만장일치를 호소했지만 10여명의 대의원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며 이를 막았다.
비정규직 가입 격렬하게 저항한 대의원들
주용관 대의원이 총대를 맸다. 그는 딜러와 그린서비스를 포함한 비정규직 3만 8천명이라는 회사 자료를 근거로 “우리 주체가 준비되지 않았다”며 노골적인 반대 선동을 했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몇 배에 이르는 ‘현대모비스’의 한 대의원은 노조 간부가 비정규직이 되는 것 아니냐며 반대를 부추겼다. 회사 측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를 격하게 반대했다. 똑같은 규정개정안이 전부 ‘거수투표’로 이뤄졌지만 '1사1조직‘ 안건은 비밀무기명 투표로 처리됐다. 결과는 반대 51.5%였다.
만 4일째 대의원대회장 앞에서 정규직 대의원들의 ‘처분’을 기다렸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망했다. 아니, 두 차례의 부결을 경험했기 때문에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희망마저 사라지면서 패배감에 휩싸였다.
회사는 결사항전, 활동가는 무관심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1사1조직 사업이 추진되자 한 고위 임원은 노조 간부에게 “1사1조직 하면 회사 망한다”고 말했다. 20년 전 “노동조합 만들면 회사 망한다”에서 3년 전 “산별노조 전환하면 회사 망한다”로 바뀐 후 이제 “1사1조직 하면 회사 망한다”로 이어졌다.
1사1조직을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자본가들이었다.
회사는 1사1조직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싸운 정규직 활동가들은 보이지 않았다. 비정규직들이 대회장 입구에서, 쉬는 시간마다 아는 대의원들을 붙잡고 읍소하고 애원하는 것이 전부였다. 정규직 활동가들은 윤해모 지부장의 사퇴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1사1조직을 설득하고 다니는 활동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입 굳게 다문 현장조직들
그 흔한 현장조직 공동유인물도 없었다. 단 한 곳의 현장조직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하부영 본부장 개인의 성명서 한 장이 전부였다. 2006년 산별노조 전환 당시에도 자본은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현장조직 전체와 활동가들이 발로 뛰어 70%의 찬성을 끌어냈다. 그러나 1사1조직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모른 척하기’였다.
만약 현대차지부가, 현장조직들이, 현장활동가들이 지부장 선거를 하듯이, 대의원들의 성향을 표시해놓고 끈질기게 설득하고 전략을 짰다면 이런 참혹한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1사1조직 부결 그것은 현대차 노동운동의 현주소였다. 자본이 주범이었고, 활동가들이 공범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대의원대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한 현대차 비정규직 간부는 “기아차는 비정규직이 현장에서 난리를 쳐서 1사1조직이 됐고, 타타대우차는 정규직이 착해서 1사1조직이 됐는데 우리는 둘 다 아니어서 1사1조직이 되기 어렵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그랬다.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는 지난 2~3년 동안 현장의 라인을 멈춰 세우는 의미 있는 투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올해도 정규직노조의 대리교섭으로 어떤 의미있는 투쟁도 하지 못한 채 끝내고 말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1사1조직을 끝까지 거부하는 자본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결사적으로 싸워 1사1조직을 만들어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내년 임단협에서 조기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투쟁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진정한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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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노동자
“한국 IMF 유령 돌아왔다”
경제위기(1) 진짜 위기가 오고 있다 … 철강․조선․자동차의 위기
“한국이 10년만에 IMF유령이 돌아왔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 브라질,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 작은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은 압박된 상태고 달러조달이 차단돼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미 외국 언론들은 한국이 신용위기에 처해 있고, IMF위기가 다시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긴급하게 외환 보유액(2396억7000만달러, 9월 기준)의 60%에 해당하는 1,450억달러를 시장에 풀었다. 국내총생산(GDP)의 15%가량에 해당된다. 그 중 1,000억달러는 은행이 내년 6월말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 하면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돈이다.
이 배경에는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호주 외에 거의 유일하게 자본 자유화가 이뤄진 데다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로 외화조달이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기획재정부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 국내 은행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연방지급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 정책으로 생긴 미국 저달러를 엄청나게 빌려왔다.
집값폭락 가계부실로 은행부실 눈앞
그러나 미국발 경제위기로 대출기관들이 돈줄을 묶고 신용등급을 높이거나 제한하자 한국 은행들은 갑자기 돈줄이 말라 달러가 모자랐고, 전반적인 신용위기로 나아갔다. 은행들은 싼 달러를 빌려와 기업대출이나 개인을 상대로 주택담보대출을 해줬다. 기업이 수익성이 생겨 은행에 대출금을 갚거나 혹은 개인이 대출이자 및 원금을 갚아야 은행은 대출을 통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기업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이 빌려준 대출금은 부실채권이 된다.
예컨대 70조원 규모의 부동산대출금융(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부실폭탄’이다. 이것은 금융권, 건설업자 등이 결탁해 금융권은 건설업자에게 대출해 주고 받은 증권을 다시 투자펀드로 팔아 돈을 모았다. 그런데 미분양 아파트가 무려 16만가구를 넘어서고 건설업자들의 연체 및 부도 위험성이 늘면서 은행까지 부실되는 ‘동반부실’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가계 부실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던 서민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주택대출금리가 10%가 넘자 가계 파산 위협에 빠졌다.
철강 조선 자동차로 이어지는 위기
그러나 근본문제는 금융이 아니라 실물경제의 수익성 하락에 있다. 10년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이미 철강은 무역적자고 주식가격은 다른 업종에 비해 하락폭이 두 배 가량 컸다. 철강 금속은 건설, 자동차 등 모든 업종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주식의 향배는 실물경기의 측정 지표로 활용된다.
수출 주력업종인 반도체와 컴퓨터, 자동차 등은 미국, 유럽시장 등의 경기침체로 수출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종은 수주가 줄어들었다. 내년엔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 역시 경기부진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계, 화학 분야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투자의 추세를 가늠하는 설비투자도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으며 추가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전년동기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7월 9.9%에서 8월 1.6%로 내려앉았다.
근본문제는 다음과 같다. “은행의 모럴 해저드 문제는 나중에 따지고, 지금 당장은 시스템 마비를 막아야 한다”(한 증권사 연구원). 정부의 지원 목적은 단지 부자들의 재산 보호가 아니라 경제위기가 낳을 체제 자체 위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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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운동
무너지는 펀드열풍과 노동자
부동산․주식․펀드 등 ‘합법적 노름’ 횡행․노조 조장 … 정치적 노동운동 절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조합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명촌에 최근 새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섰다. 38평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780~800만원이니까 3억원 정도 된다. 남구에는 평당 1천만원인 아파트들도 등장했다. 20년 근속인 현대차 조합원들은 그동안 모아놓았던 1억~1억 5천만원에 퇴직금 중간정산, 아파트 담보대출로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
주말농장과 전원주택도 새로운 유행이다. 울주군이나 언양 주변에 주말농장을 하기 위해 시골집을 사서 수리하거나 전원주택을 구입한다. 1억원을 넘는 전원주택도 많다. 당연히 은행대출을 받는다.
3년 전부터 우리 사회를 휩쓴 ‘펀드열풍’은 생산직 노동자들도 덮쳤다. 작게는 1천만원에서 많게는 몇 억까지 대부분 펀드 통장에 월급을 갖다 바쳤고, 대출을 해서 ‘합법적인 노름’에 끼어든 조합원도 적지 않았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소나타나 산타페 등 중형차를 타고 다닌 지는 오래 됐다. 회사는 근속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용해 중형차를 30%, 1천만원 정도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어 2년마다 차를 바꾸는 조합원들이 많다.
월급통장은 은행이자로 갖다 바치고…
결국 조합원들이 밤낮으로 컨베이어를 타서 받는 월급 400만원은 아파트와 전원주택 대출 이자, 자동차 할부금으로 빠져나간다. 조합원들이 아이들 학원이라도 하나 더 보내려면 잔업 특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래도 울산은 분양가가 낮은 편이다. 분양가가 1천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도권에 사는 조합원들은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너나 할 것 없이 3~5억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담보대출로 구입했다. 보통 1억원이 넘게 대출을 받아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시작된 전 세계 경제위기로 주식과 집값은 폭락하고, 물가와 주택대출이자는 폭등해 8%를 넘어섰다. 펀드 통장은 반토막이 났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은행에 갔다 바쳐야 할 이자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돈이 돈을 버는 미친 세상
땀 흘려 일하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아닌 돈이 돈을 버는 ‘미친 세상’에 노동자들만 빠져들었던 게 아니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노동조합 간부들도 부동산 열풍, 펀드 열풍에 휩싸였다. 노조 간부들 컴퓨터에는 실시간 주식 현황표가 떠 있고, 주식이나 펀드 투자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노동조합이 회사의 주식을 요구하는 일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2007년 현대자동차지부는 임단협 교섭에서 조합원들에게 주식 30주를 나눠지는 합의를 한 후 “조합원들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자 올해 현대차 조합원들은 “올해는 왜 주식을 주지 않느냐?”고 말할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노조운동의 모범으로 꼽히는 만도지부도 올해 주식을 요구해 30주씩 받았다. 선거 때가 되면 주식을 공약으로 거는 후보가 많아질 정도가 됐다.
펀드 열풍에 빠진 노조 간부들
주식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또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매각 투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식은 동시에 회사와 노동자를 동일시하게 만든다. 노조가 정치파업이나 연대파업을 하려고 하면 조합원들은 “주가가 떨어진다”며 파업에 반대하게 된다. 내일의 이익을 포기하고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돈이 돈을 버는 미친 신자유주의 사회가 그 중심부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돈과 시장이라는 괴물이 쓰러지고 있다. 부시가 9개 은행을 사실상 국유화하면서 사회주의 정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파산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을 폭락하고 있으며, ‘묻지마 펀드’에 빠져있던 노동자들을 각성시키고 있다. 금융, 투기, 주식, 편드, 모기지, CMA 등 온갖 사기들이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자들은 성실한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달아가고 있다.
노동운동은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철폐하는 운동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미친 신화를 박살내고, 신성한 노동이 가장 중요한 사회를 만드는 운동이다. 눈앞의 이익에 함몰돼 주식과 펀드에 빠진 노동운동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로 자본의 탐욕에 맞서야 한다.
하루 8시간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노동운동은 사용자들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일시금, 성과급, 주식 등 자본이 주는 떡고물이 아니라 통상임금을 높여 잔업과 특근 없이도 가족들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정부에 공공주택을 마련하고, 노동자들이 병원비와 등록금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공장 안에서만 이뤄지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넘어 전체 노동자에게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이뤄지도록 투쟁해야 한다.
이명박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공공성 파괴 정책에 맞서 연대투쟁, 연대파업에 과감히 떨쳐나서는 정치적 노동운동, 변혁적 노동운동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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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운동
현장권력 무력화 노리는 자본
[현장에서] 현대차 승용1공장 김동찬 대표 구속 … 18~19일 특근 거부 투쟁
검찰은 지난 15일 08투쟁과 관련하여 승용1공장대표위원회 김동찬 대표에게 출두를 요구했고, 임단협 투쟁이 마무리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김동찬 대표는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16일 검찰은 난데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출두한 지 이틀 만에 영장실질심사가 이어졌고, 법원마저 김동찬 대표에게 영장을 발부했다. 현대차지부가 101차 임시대의원대회를 늦은 시간까지 진행하고 있는 바로 그 시간이었다.
구속 사유는 7월 2일 촛불파업과 지난 3월 1공장에서 벌어진 현장 파업이었다.
그러나 7.2 총파업으로 자진출두했던 현대차지부 사무국장이 석방된 것으로 볼 때 검찰이 노린 것은 지난 3월 진행된 현장파업이었다. 지난 승용 1공장에서 합의서 일방 파기를 이유로 한 다섯 차례의 현장 파업에 대한 책임으로 사업부위원회 대표를 구속시킴으로써 향후 현장 투쟁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3월 현장파업으로 10월 구속시키다
지난 승용1공장의 투쟁 과정을 되짚어보면 사측의 합의서 위반으로 3월 3일 주야 1시간씩 작업거부에 돌입하였고 프레스 잔업거부, 본관 연좌농성, 본관 앞 투쟁 등등 많은 투쟁들을 선봉에서 진행하였다. 승용 1공장만의 싸움이 아닌 현대차 자본을 향한 싸움이었고, 현대차지부가 싸워야 할 투쟁들을 만들고 타 사업부 위원회와 함께 연대투쟁을 만들어 갔었던 것이다.
이러한 투쟁을 꼭 짚어 승용1공장 사업부위원회 김동찬 대표를 구속 수감시킨 것은 명백한 현장탄압의 일환이다.
승용1공장 대의원회는 임시대대가 진행되는 과정이었지만 긴급회의를 통하여 18~19일 주말 철야특근을 거부키로 결의를 모으고 사업부위원회 대표가 구속됨으로써 현장투쟁을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사측 또한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지는 않았다. 대의원들이 대의원대회로 현장을 비운 틈을 타서 관리자와 현장 조, 반장을 통하여 대의원회의 결의사항을 무시하고 주말 특근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식으로 현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다시금 특근 여부를 묻는 등 현장 분열을 조장하였던 것이다.
현장 혼란으로 조합원 반발 부추긴 자본
이 결과 현장조합원은 극도로 혼란이 발생하였고 특근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현장에서 빗발치게 됐다. 당연히 현장의 대표격인 사업부 위원회 대표가 투쟁하다가 구속수감이 되었는데 이에 따라 특근거부를 진행한 결과가 역으로 사업부위원회로 다시금 돌아온 것이다.
물론 현장의 홍보도 부족했겠지만 관리자를 동원한 현장분열이 심각했던 것이었다. 긴 시간의 08투쟁이 우여곡절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이번 특근 거부는 현장조합원의 납득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이토록 현장이 많이 침체되어 있고 집행부의 신뢰가 무너진 만큼 현장 활동가에 대한 믿음 또한 많이 무너진 상황이다.
20일 승용1공장 사업부위원회는 향후 투쟁방침을 위한 비상간담회를 진행했다. 정권과 자본이 한 통속인 이러한 압박이 앞으로 현장 싸움에서 어떻게 어떠한 변화로써 현장을 파고들지 모른다. 침체된 현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자본과 정권의 현장 탄압에 맞서 더욱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1사1조직부결 대의원대회 참관기 … 사무관리직 만장일치․비정규직 51% 반대
회사 결사항전․활동가 무관심 … 현장투쟁 통해 정규직-비정규직 연대해야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1사1조직 규정개정안이 또 다시 부결됐다. 찬성 153, 반대 163명. 2/3를 넘기기는커녕 과반수도 미치지 못하는 역대 최악의 결과였다.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았지만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온 것은 충격이었다.
<한겨레>신문은 20일 ‘연대 거부한 현대차 노조의 오판과 책임’이라는 사설에서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과의 통합을 다시 무산시켰다. 벌써 세번째다. 이로써 비정규직을 고용의 안전판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정규직의 이기심은 그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실랄하게 비난했다. 예상됐던 결과다. 그러나 ‘정규직의 이기심’이 부결의 핵심 원인은 아니다.
<한겨레> “정규직의 이기심” 힐난
현대차지부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조합원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맞바꾸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라는 노동운동의 대의를 배반함으로써 사실상 식물노조로 전락한 상태였다. 현장의 신뢰와 지도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현대차지부는 1/4분기와 2/4분기 감사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의원대회를 열어야했고, 원하지 않았지만 비정규직과 약속한대로 ‘1사1조직’ 규정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두 차례의 부결을 경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사1조직’ 가입대상에서 ‘공장(사업장)’을 벗어난 ‘딜러’와 ‘그린서비스’ 노동자들을 제외하자는 안을 제출했다. 15일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열린 ‘원하청 연대회의’에서 ‘가입범위’와 ‘조직편제’에 대해 “원하청 연대회의의 결과를 존중하여 확대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거와 달리 논란의 소지를 없앴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결단만이 남은 상태였다.
가입범위․조직편제 ‘확대운영위’로
15일 대의원대회가 시작됐다. 빨리 끝날 것으로 예견됐던 1/4분기와 2/4분기 감사는 15일과 16일, 17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회장 밖에서 ‘1사1조직’ 안건이 상정되기만을 목을 빼고 기다렸지만 감사는 끝도 없이 이어졌고, 대의원대회는 17일까지 연기됐다. 17일 오후 5시, 대회가 시작된 지 3일이 지나서야 ‘1사1조직’ 안건이 상정됐다.
전태일 동지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호소하는 동영상까지 상영되고, 금속노조에서 ‘1사1조직’ 규정개정안의 의미를 호소했다. 사무관리직 노동자들에 대한 ‘1사1조직’ 규정개정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규정개정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호락호락하게 당할 회사가 아니었다. 회사의 입김이 큰 사무관리직에 대한 노조가입은 가볍게 허용했지만,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결사항전을 했다. 윤해모 지부장이 세 차례에 걸쳐 만장일치를 호소했지만 10여명의 대의원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며 이를 막았다.
비정규직 가입 격렬하게 저항한 대의원들
주용관 대의원이 총대를 맸다. 그는 딜러와 그린서비스를 포함한 비정규직 3만 8천명이라는 회사 자료를 근거로 “우리 주체가 준비되지 않았다”며 노골적인 반대 선동을 했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몇 배에 이르는 ‘현대모비스’의 한 대의원은 노조 간부가 비정규직이 되는 것 아니냐며 반대를 부추겼다. 회사 측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를 격하게 반대했다. 똑같은 규정개정안이 전부 ‘거수투표’로 이뤄졌지만 '1사1조직‘ 안건은 비밀무기명 투표로 처리됐다. 결과는 반대 51.5%였다.
만 4일째 대의원대회장 앞에서 정규직 대의원들의 ‘처분’을 기다렸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망했다. 아니, 두 차례의 부결을 경험했기 때문에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희망마저 사라지면서 패배감에 휩싸였다.
회사는 결사항전, 활동가는 무관심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1사1조직 사업이 추진되자 한 고위 임원은 노조 간부에게 “1사1조직 하면 회사 망한다”고 말했다. 20년 전 “노동조합 만들면 회사 망한다”에서 3년 전 “산별노조 전환하면 회사 망한다”로 바뀐 후 이제 “1사1조직 하면 회사 망한다”로 이어졌다.
1사1조직을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자본가들이었다.
회사는 1사1조직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싸운 정규직 활동가들은 보이지 않았다. 비정규직들이 대회장 입구에서, 쉬는 시간마다 아는 대의원들을 붙잡고 읍소하고 애원하는 것이 전부였다. 정규직 활동가들은 윤해모 지부장의 사퇴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1사1조직을 설득하고 다니는 활동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입 굳게 다문 현장조직들
그 흔한 현장조직 공동유인물도 없었다. 단 한 곳의 현장조직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하부영 본부장 개인의 성명서 한 장이 전부였다. 2006년 산별노조 전환 당시에도 자본은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현장조직 전체와 활동가들이 발로 뛰어 70%의 찬성을 끌어냈다. 그러나 1사1조직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모른 척하기’였다.
만약 현대차지부가, 현장조직들이, 현장활동가들이 지부장 선거를 하듯이, 대의원들의 성향을 표시해놓고 끈질기게 설득하고 전략을 짰다면 이런 참혹한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1사1조직 부결 그것은 현대차 노동운동의 현주소였다. 자본이 주범이었고, 활동가들이 공범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대의원대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한 현대차 비정규직 간부는 “기아차는 비정규직이 현장에서 난리를 쳐서 1사1조직이 됐고, 타타대우차는 정규직이 착해서 1사1조직이 됐는데 우리는 둘 다 아니어서 1사1조직이 되기 어렵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그랬다.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는 지난 2~3년 동안 현장의 라인을 멈춰 세우는 의미 있는 투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올해도 정규직노조의 대리교섭으로 어떤 의미있는 투쟁도 하지 못한 채 끝내고 말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1사1조직을 끝까지 거부하는 자본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결사적으로 싸워 1사1조직을 만들어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내년 임단협에서 조기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투쟁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진정한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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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노동자
“한국 IMF 유령 돌아왔다”
경제위기(1) 진짜 위기가 오고 있다 … 철강․조선․자동차의 위기
“한국이 10년만에 IMF유령이 돌아왔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 브라질,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 작은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은 압박된 상태고 달러조달이 차단돼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미 외국 언론들은 한국이 신용위기에 처해 있고, IMF위기가 다시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긴급하게 외환 보유액(2396억7000만달러, 9월 기준)의 60%에 해당하는 1,450억달러를 시장에 풀었다. 국내총생산(GDP)의 15%가량에 해당된다. 그 중 1,000억달러는 은행이 내년 6월말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 하면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돈이다.
이 배경에는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호주 외에 거의 유일하게 자본 자유화가 이뤄진 데다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로 외화조달이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기획재정부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 국내 은행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연방지급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 정책으로 생긴 미국 저달러를 엄청나게 빌려왔다.
집값폭락 가계부실로 은행부실 눈앞
그러나 미국발 경제위기로 대출기관들이 돈줄을 묶고 신용등급을 높이거나 제한하자 한국 은행들은 갑자기 돈줄이 말라 달러가 모자랐고, 전반적인 신용위기로 나아갔다. 은행들은 싼 달러를 빌려와 기업대출이나 개인을 상대로 주택담보대출을 해줬다. 기업이 수익성이 생겨 은행에 대출금을 갚거나 혹은 개인이 대출이자 및 원금을 갚아야 은행은 대출을 통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기업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이 빌려준 대출금은 부실채권이 된다.
예컨대 70조원 규모의 부동산대출금융(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부실폭탄’이다. 이것은 금융권, 건설업자 등이 결탁해 금융권은 건설업자에게 대출해 주고 받은 증권을 다시 투자펀드로 팔아 돈을 모았다. 그런데 미분양 아파트가 무려 16만가구를 넘어서고 건설업자들의 연체 및 부도 위험성이 늘면서 은행까지 부실되는 ‘동반부실’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가계 부실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던 서민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주택대출금리가 10%가 넘자 가계 파산 위협에 빠졌다.
철강 조선 자동차로 이어지는 위기
그러나 근본문제는 금융이 아니라 실물경제의 수익성 하락에 있다. 10년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이미 철강은 무역적자고 주식가격은 다른 업종에 비해 하락폭이 두 배 가량 컸다. 철강 금속은 건설, 자동차 등 모든 업종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주식의 향배는 실물경기의 측정 지표로 활용된다.
수출 주력업종인 반도체와 컴퓨터, 자동차 등은 미국, 유럽시장 등의 경기침체로 수출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종은 수주가 줄어들었다. 내년엔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 역시 경기부진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계, 화학 분야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투자의 추세를 가늠하는 설비투자도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으며 추가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전년동기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7월 9.9%에서 8월 1.6%로 내려앉았다.
근본문제는 다음과 같다. “은행의 모럴 해저드 문제는 나중에 따지고, 지금 당장은 시스템 마비를 막아야 한다”(한 증권사 연구원). 정부의 지원 목적은 단지 부자들의 재산 보호가 아니라 경제위기가 낳을 체제 자체 위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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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운동
무너지는 펀드열풍과 노동자
부동산․주식․펀드 등 ‘합법적 노름’ 횡행․노조 조장 … 정치적 노동운동 절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조합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명촌에 최근 새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섰다. 38평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780~800만원이니까 3억원 정도 된다. 남구에는 평당 1천만원인 아파트들도 등장했다. 20년 근속인 현대차 조합원들은 그동안 모아놓았던 1억~1억 5천만원에 퇴직금 중간정산, 아파트 담보대출로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
주말농장과 전원주택도 새로운 유행이다. 울주군이나 언양 주변에 주말농장을 하기 위해 시골집을 사서 수리하거나 전원주택을 구입한다. 1억원을 넘는 전원주택도 많다. 당연히 은행대출을 받는다.
3년 전부터 우리 사회를 휩쓴 ‘펀드열풍’은 생산직 노동자들도 덮쳤다. 작게는 1천만원에서 많게는 몇 억까지 대부분 펀드 통장에 월급을 갖다 바쳤고, 대출을 해서 ‘합법적인 노름’에 끼어든 조합원도 적지 않았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소나타나 산타페 등 중형차를 타고 다닌 지는 오래 됐다. 회사는 근속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용해 중형차를 30%, 1천만원 정도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어 2년마다 차를 바꾸는 조합원들이 많다.
월급통장은 은행이자로 갖다 바치고…
결국 조합원들이 밤낮으로 컨베이어를 타서 받는 월급 400만원은 아파트와 전원주택 대출 이자, 자동차 할부금으로 빠져나간다. 조합원들이 아이들 학원이라도 하나 더 보내려면 잔업 특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래도 울산은 분양가가 낮은 편이다. 분양가가 1천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도권에 사는 조합원들은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너나 할 것 없이 3~5억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담보대출로 구입했다. 보통 1억원이 넘게 대출을 받아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시작된 전 세계 경제위기로 주식과 집값은 폭락하고, 물가와 주택대출이자는 폭등해 8%를 넘어섰다. 펀드 통장은 반토막이 났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은행에 갔다 바쳐야 할 이자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돈이 돈을 버는 미친 세상
땀 흘려 일하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아닌 돈이 돈을 버는 ‘미친 세상’에 노동자들만 빠져들었던 게 아니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노동조합 간부들도 부동산 열풍, 펀드 열풍에 휩싸였다. 노조 간부들 컴퓨터에는 실시간 주식 현황표가 떠 있고, 주식이나 펀드 투자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노동조합이 회사의 주식을 요구하는 일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2007년 현대자동차지부는 임단협 교섭에서 조합원들에게 주식 30주를 나눠지는 합의를 한 후 “조합원들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자 올해 현대차 조합원들은 “올해는 왜 주식을 주지 않느냐?”고 말할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노조운동의 모범으로 꼽히는 만도지부도 올해 주식을 요구해 30주씩 받았다. 선거 때가 되면 주식을 공약으로 거는 후보가 많아질 정도가 됐다.
펀드 열풍에 빠진 노조 간부들
주식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또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매각 투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식은 동시에 회사와 노동자를 동일시하게 만든다. 노조가 정치파업이나 연대파업을 하려고 하면 조합원들은 “주가가 떨어진다”며 파업에 반대하게 된다. 내일의 이익을 포기하고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돈이 돈을 버는 미친 신자유주의 사회가 그 중심부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돈과 시장이라는 괴물이 쓰러지고 있다. 부시가 9개 은행을 사실상 국유화하면서 사회주의 정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파산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을 폭락하고 있으며, ‘묻지마 펀드’에 빠져있던 노동자들을 각성시키고 있다. 금융, 투기, 주식, 편드, 모기지, CMA 등 온갖 사기들이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자들은 성실한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달아가고 있다.
노동운동은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철폐하는 운동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미친 신화를 박살내고, 신성한 노동이 가장 중요한 사회를 만드는 운동이다. 눈앞의 이익에 함몰돼 주식과 펀드에 빠진 노동운동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로 자본의 탐욕에 맞서야 한다.
하루 8시간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노동운동은 사용자들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일시금, 성과급, 주식 등 자본이 주는 떡고물이 아니라 통상임금을 높여 잔업과 특근 없이도 가족들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정부에 공공주택을 마련하고, 노동자들이 병원비와 등록금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공장 안에서만 이뤄지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넘어 전체 노동자에게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이뤄지도록 투쟁해야 한다.
이명박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공공성 파괴 정책에 맞서 연대투쟁, 연대파업에 과감히 떨쳐나서는 정치적 노동운동, 변혁적 노동운동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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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운동
현장권력 무력화 노리는 자본
[현장에서] 현대차 승용1공장 김동찬 대표 구속 … 18~19일 특근 거부 투쟁
검찰은 지난 15일 08투쟁과 관련하여 승용1공장대표위원회 김동찬 대표에게 출두를 요구했고, 임단협 투쟁이 마무리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김동찬 대표는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16일 검찰은 난데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출두한 지 이틀 만에 영장실질심사가 이어졌고, 법원마저 김동찬 대표에게 영장을 발부했다. 현대차지부가 101차 임시대의원대회를 늦은 시간까지 진행하고 있는 바로 그 시간이었다.
구속 사유는 7월 2일 촛불파업과 지난 3월 1공장에서 벌어진 현장 파업이었다.
그러나 7.2 총파업으로 자진출두했던 현대차지부 사무국장이 석방된 것으로 볼 때 검찰이 노린 것은 지난 3월 진행된 현장파업이었다. 지난 승용 1공장에서 합의서 일방 파기를 이유로 한 다섯 차례의 현장 파업에 대한 책임으로 사업부위원회 대표를 구속시킴으로써 향후 현장 투쟁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3월 현장파업으로 10월 구속시키다
지난 승용1공장의 투쟁 과정을 되짚어보면 사측의 합의서 위반으로 3월 3일 주야 1시간씩 작업거부에 돌입하였고 프레스 잔업거부, 본관 연좌농성, 본관 앞 투쟁 등등 많은 투쟁들을 선봉에서 진행하였다. 승용 1공장만의 싸움이 아닌 현대차 자본을 향한 싸움이었고, 현대차지부가 싸워야 할 투쟁들을 만들고 타 사업부 위원회와 함께 연대투쟁을 만들어 갔었던 것이다.
이러한 투쟁을 꼭 짚어 승용1공장 사업부위원회 김동찬 대표를 구속 수감시킨 것은 명백한 현장탄압의 일환이다.
승용1공장 대의원회는 임시대대가 진행되는 과정이었지만 긴급회의를 통하여 18~19일 주말 철야특근을 거부키로 결의를 모으고 사업부위원회 대표가 구속됨으로써 현장투쟁을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사측 또한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지는 않았다. 대의원들이 대의원대회로 현장을 비운 틈을 타서 관리자와 현장 조, 반장을 통하여 대의원회의 결의사항을 무시하고 주말 특근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식으로 현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다시금 특근 여부를 묻는 등 현장 분열을 조장하였던 것이다.
현장 혼란으로 조합원 반발 부추긴 자본
이 결과 현장조합원은 극도로 혼란이 발생하였고 특근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현장에서 빗발치게 됐다. 당연히 현장의 대표격인 사업부 위원회 대표가 투쟁하다가 구속수감이 되었는데 이에 따라 특근거부를 진행한 결과가 역으로 사업부위원회로 다시금 돌아온 것이다.
물론 현장의 홍보도 부족했겠지만 관리자를 동원한 현장분열이 심각했던 것이었다. 긴 시간의 08투쟁이 우여곡절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이번 특근 거부는 현장조합원의 납득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이토록 현장이 많이 침체되어 있고 집행부의 신뢰가 무너진 만큼 현장 활동가에 대한 믿음 또한 많이 무너진 상황이다.
20일 승용1공장 사업부위원회는 향후 투쟁방침을 위한 비상간담회를 진행했다. 정권과 자본이 한 통속인 이러한 압박이 앞으로 현장 싸움에서 어떻게 어떠한 변화로써 현장을 파고들지 모른다. 침체된 현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자본과 정권의 현장 탄압에 맞서 더욱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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