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용성 회장 비판글 올렸다가 '권고사직' 처분받은 김성상씨
작성자 발끈한
본문
"'회장님 비자금' 비판, 난 당연한 일을 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비자금 조성과 횡령, 분식회계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박용성 회장을 비난했던 두산중공업 직원 김성상(39)씨가 '권고사직' 처분을 받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중공업지회 조합원이었던 김씨는 "잘못을 지적했다고 해서 징계를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용성 회장을 비롯한 두산 일가는 회삿돈 286억원을 횡령하고 2838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2005년 11월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다. 박 회장은 2006년 7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정부는 박 회장에 대해 지난 2월 특별사면했으며, 두산중공업은 3월 16일 주주총회를 열어 그를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1993년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 사무직원으로 입사한 김성상씨는 2년 뒤 생산직 노동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에 가입했으며, 2000~2003년 사이 전국금속노조 두산중지회 대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김씨는 노조 지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새길벗'이란 필명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2003년 1월 배달호 열사 분신사건이 터졌을 때도 집중적으로 글을 올렸으며, 2005년 11월 두산 일가 비리사건이 터졌을 때도 계속 글을 올렸다. 두산중 사측은 김씨가 470여 차례 글을 올려, 회사와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두산중 사측은 2006년 1월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새길벗’이 누구인지 밝혀 처벌해 달라며 고발했다. 경찰 수사 결과 ‘새길벗’이 직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측은 고발취소했다. 두산중 사측은 김씨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지 않다가 박용성 전 회장 등의 형 확정 뒤인 2006년 10월말 김씨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사측은 인사위에서 김씨에 대해 권고사직 처분을 내렸고, 김씨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요청했다. 두산중 중앙인사위원회는 지난 1월 김씨에 대해 ‘권고사직’ 결정을 내렸으며, 그동안 미루었던 통지를 지난 26일에 했다.
이같은 처분이 내려지자 노동계가 반발했다. 노조 지회와 배달호열사기념사업회, 민주노총 경남본부, 민주노동당 창원시위원회 등에서 '권고사직 철회'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노조 지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것은 노조 활동 차원이었고, 경영비리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는 노조 지회와 논의과정을 거쳐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29일 김성상씨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다 같은 노동자"
- 언제 입사했으며 어떤 일을 해왔는지?
"93년 12월 6일 입사했다. 처음에는 경리직을 하다가 영업을 했다. 중공업 수주가 업무였다. 회사 업무와 관련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중공업지회 조합원으로 활동해 왔다. 어떻게 해서 사무직 직원이 생산직 노동자 위주로 결성된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는지?
"노조 가입은 1995년에 했다.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봉급을 받는 사람이면 같은 노동자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가입했다. 대졸 사무직 사원과 대리까지는 조합원의 범위가 될 수 있었기에 당연히 가입하게 되었다. 2000년부터 3년간 대의원 활동을 했다. 대의원을 하면서 노조탄압문제를 알게 되어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2002년 47일간 파업 때 대의원으로 일하다 보니 여론적으로 싸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여론선전 활동 차원에서 한 것이다."
- 조합원과 대의원 활동을 하면서 회사 차원에서 받은 지적이나 탄압은 없었는지?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시비를 거는 경우는 몇 번 있었다. 한국중공업 때였는데, 가입하고 나니 임원진 쪽에서 '노동조합 왜 하느냐'는 식의 언급은 있었다. 대의원 할 때는 '인생의 진로를 다르게 봐야 한다'는 말로 회유 비슷하게 했다. '그만 적당히 하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 2005년 진급과 관련해 인사부와 면담하면서 다른 결격사유는 없는데 단지 조합원이고 대의원을 지낸 것에 대해 고위 경영진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 노조 지회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실명을 쓰지 않고 필명을 썼던데.
"고정 필명을 썼다. 공개적인 실명이 나가버렸을 경우에는 번거로운 시비를 걸어오고, 인신공격을 걸어오게 된다. 글의 내용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못하면서, 신변상의 불이익을 줄 수 있고, 그럴 경우 짜증스러운 면이 있다고 봤다."
- 회사에서 경찰에 고소해서 문제를 삼았던데?
"회사에서도 '새길벗'이라는 필명을 쓰는 사람이 누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추적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랬을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걸리기에 그것을 피해가기 위해 경찰의 손을 빌린 것이라 본다. 필명으로 썼지만, 거기에 달린 댓글을 보면 어느 부서에 일하는 누구라고 해놓았다. 그런데도 경찰에 고소한 이유가 어디 있겠나."
- 회사에서는 한두번도 아니고 너무 많은 글을 올렸다고 하던데?
"3년간 470여차례 썼다고 하더라. 그 속에는 짧게 쓴 글도 있고, 언론 기사를 가져와 옮겨 놓은 글도 있었다. 2003년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극에 달한 상태였고 그로 인해 배달호 열사가 분신하기도 했다. 어떤 형태든 간에 탄압을 표현하고 싶었다. 박용성 회장의 비자금 사건 등이 터졌을 때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정도였다."
- 경영진을 비난하더라도 너무 심하지 않았는지?
"박용성 회장의 비자금과 분식회계 문제가 터졌을 때, 2005년부터 실명으로 거론하며 비판했다. 그것은 기업경영 비리문제였고 사회적으로는 범죄행위였다. 비판하더라도 노골적으로 욕을 한 부분은 없다. 사건이 터졌을 때 언론기사를 인용하면서 '도피성 해외출장'이라고 했던 것이다. 다소 격한 표현들은 들어갔을지 모르지만 욕설은 없었다."
- 회사 직원으로서 경영진에 대한 비난이 정당하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 수직적인 틀 속에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게시판에 글을 쓴 것은 노동조합 차원에서 한 것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질타해야 하고 그것은 상식적인 수준이다."
"박용성 일가 경영복귀, 이게 '글로벌'인가"
- 두산 일가의 비자금과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글을 썼던 당시나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그들은 실형도 받았다. 다만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집행만 유예되었다. 그것은 솜방망이 처벌이다. 법은 여전히 가진 자한테는 솜방망이이고 가지지 못한 자한테는 쇠몽둥이라는 생각이 든다."
- 정부에서는 박용성 회장에 대해 사면복권을 해주었는데?
"언론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사면복권이 남발되고 있다. 그야말로 너무 남발됐다. 특히 대형 경제정치인 비리 문제에 대해 줄줄이 사면이 남발되었다. 전세계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사면이 남발되는 나라는 별로 없을 것이다. 사면 제도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 사면 관련 법은 60년도에 규정해 놓은 데서 별로 바뀌지 않았다. 대통령의 독재적인 전권으로 근거나 기준없이 할 수 있는 게 사면이다. 상당히 문제가 많다."
- 박용성 회장 일가의 경영복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른바 글로벌 경영을 하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경영 비리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을 하고, 절대 경영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재벌의 기득권 구조가 신자유주의 흐름을 등에 업고 움직여가는 것 같다."
- 회사에서 징계절차를 밟은 과정을 볼 때 박용성 회장의 선고와 사면복권, 거기다가 경영복귀 과정을 거치기를 기다리는 등 의도적인 면이 보인다는 지적이 있던데?
"2006년 1월 고발을 취소했다가 8개월간 잠잠했다. 그 때는 노조 지회와 임단협 문제가 있었고 박용성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을 때였고 선고가 확정되지 않았던 때였다. 후자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징계가 최종 확정된 게 올해 1월 11일이었는데 지난 26일 '권고사직' 처분을 했다. 특별사면이 지난 2월 12일에 있었고 경영복귀가 3월 16일에 있었다. 박용성 회장의 경영복귀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고, 기다렸다가 역으로 친 것이라 본다."
- 그런 형태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지?
"한 마디로 표현하면 치졸하고 졸렬하다.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한 여론 조성이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조합원들이 항변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에 대해 제갈을 물리려는 의도도 있다. 거기다가 표현의 자유문제도 있고 두산 자본은 한 번 마음먹은 것은 저질러 버린다는, 그야말로 일방강행적인 독선적인 전횡이라 본다."
"사실상의 해고, 반드시 바로잡겠다"
- '권고사직' 처분을 받았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말이 권고사직이지 사실상 해고다. 꿋꿋하게 할 것이다.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로, 이를 반드시 짚어내고 바로잡아 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야 하는 문제인데, 이를 비켜갈 생각은 전혀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정상적으로 복원 내지 복구가 되도록 할 것이다."
-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것인지?
"대응할 것이다. 행정절차가 있고 사법절차가 있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부당노동행위 문제로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 노조 지회에서 법규부장이 자료를 챙기면서 준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상의하고 어떤 형태로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노조 지회 단위에서 강구하려고 한다."
- '권고사직' 이후 주변의 반응은?
"그야말로 얼토당토 않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박용성 회장은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까지 해갔다. 그런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고 복귀하고 있다. 그런 게 잘못됐다고 지적한 조합원을 해고시키는 것은 상식선에서 말이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 '권고사직' 처분 이후 가족들의 반응은?
"워낙 오래되다 보니 말을 잘 안했다. 지난 해 9월부터 시작해서 7개월 가량 흘러왔다. 지금 최종 확정 나서는 따로 이야기는 안했다. 어제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뉴스가 떠니까 가족이 본 모양이다. 내심 걱정은 하고 있다."
2007-03-29 19:40
ⓒ 2007 OhmyNews
- 이전글지회장 수련회에 다녀와서 위원장 동문서답 07.03.30
- 다음글냉정 하게 생각 해보자~ 07.03.2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