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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단결투쟁 당당하게 현장속으로
평소에 못했던 말 했더니 속 시원하네
작성자 욕쟁이
댓글 0건 조회 557회 작성일 200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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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허황옥실버문화축제 '할머니 욕대회' 1·2등상 이경돌·박귀해씨 
 
채지혜 기자 know@idomin.com
 
지난 9월 25일 허황옥실버문화축제에서 65세 이상 10명의 할머니가 여러 주제를 가지고 자유발언으로 노인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꿔보고자 하는 주장을 펼치는 '할매 욕대회'가 열렸다.
 
할머니 욕대회에서 1등과 2등상에 뽑힌 이경돌(68·김해시 장유면) 할머니와 박귀해(82·김해시 칠산동) 할머니의 노인들의 푸념이 아닌 당당한 주장을 만나보았다.

욕대회라고 해서 자칫 과격한 말들이 오고 갔을 장면을 상상했다가 편안한 인상에 활달하고 씩씩한 할머니들의 얼굴을 보니 대회에서 어떤 험악(?)한 말이 오고 갔을까 궁금해졌다.

사실은 '욕'에 초점이 맞추어졌다기보다는 평소 못 다한 말들을 속 시원히 풀어낸 주장대회 쪽이 더 가까울 수도 있겠다.

다만 감정이 다소 격해졌을 때 흘러나온 육두문자는 정겨운 추임새였을 뿐이다.

이경돌 할머니는 "욕대회인 줄 처음에는 몰랐지. 나는 사투리 대회인 줄 알았는데 욕대회라 하는거라. 평소 손녀한테 '가스나'라는 말 한번 한 적이 없었는데 사람 많이 모인 무대 위에서 할라고 하니 쉽사리 입이 안 떨어지데? 그래도 막상 부딪치니 말이 술술 나오고 기가 살지 뭐야?"하면서 이날 소원풀이를 했다고 했다.

노인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때 강사들이 책상을 꽝꽝 내리치며 연설하는 모습을 보니 그 말하는 것이 어찌나 속이 시원해 보이던지 꼭 한 번은 따라해 보고 싶었단다.

이 할머니가 이날 욕대회에서 화두로 삼은 것은 '효도가 별거여?'라는 내용으로 요즘 젊은 것(?)들한테 따끔한 한 마디를 쏘아붙였다.

"우리 자식들 얘기가 아니라 넘의 자식 얘기인데 왜 주변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잖아. 그걸 떠올리면서 얘기했지. 막판에는 재미가 있더라고. 그러다 보니 목청이 뚫리는지 소리는 어찌나 시원시원하게 나오고 나도 모르게 평소에는 입에 담지 못할 말들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야."

   
 
 
 
이 할머니의 주장 한 자락 슬쩍 엿보자. "아침 저녁 전화해가 어무이 잘 주무셨습니꺼? 어데 불편한데는 없는교? 이래 따뜻하이 안부도 물어주고, 보고싶다 하기 전에 와가 얼굴 맞대고 밥 한끼 묵고, 손주들 재롱이 눈 앞에 삼삼할 때는 재롱도 떨어주고 그게 효도지 별거냐고!…내 자식이 내를 참말로 생각하는구나, 늘 잊지 않고 기억하는구나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 주면 그게 효도 아인교? 절대 효도는 나중에 어짜고 하면서 미루는 게 아이라."자식들한테 혹여라도 부담줄까 평소라면 꼭 꼭 감췄을 우리 부모님의 속내를 이날 주장에서 속 시원히 들을 수 있었다.

욕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박귀해 할머니는 늙었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대접 못 받는 노인들의 심정을 표현했다.

박 할머니는 "몸에 좋은 것 다 먹고 수술해 가지고 주름 편다고 나이를 안 먹는 줄 아나. 수술하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세월가면 늙어 가는 것이 이치지. 그게 인생의 순리 아이가?"라며 되물었다.

"우리도 젊었을 때는 안 늙을 줄 알았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가 자식들 밥 해먹이고 씻기고 입혀서 내보내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농사짓는 사이 눈 깜빡할 사이에 60되고 70되는 기라. 그렇다 케서 뭐 우리가 존경받을라고 이라는 것도 아인기라. 젊은 아들한테 쓸모 없는 늙은 할망구가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 사회의 어른으로 생각해달라 하는 기지."그래도 이날 욕대회를 통해서는 가슴 속에 꽁꽁 쟁여두었던 말을 툭 털어놓았던 듯 후련해보였다.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대에 다시 한 번 올라보겠다며 두 할머니는 80이 넘는 나이와 70이 가까워오는 나이를 무색케 할 만큼 활동적이며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박 할머니는 80이 넘은 나이에도 농사를 지을 만큼 부지런한 일상을 자랑했다.

"아들·며느리가 둘 다 일을 나가잖아. 오전에는 집안 일을 하고 텃밭에 나가서 고추며 배추, 콩을 우리 식구 먹을 만큼 농사를 짓지. 그리고는 경로당이나 노인대학에 나가서 수업도 듣고 그러지. 노인대학에 와서 노래하고 춤 추고 하는 이게 제일로 즐겁다 아이가. 이러면 몸이 조금 풀리는 것 같구만."이 할머니는 일주일의 절반은 봉사에 또 절반은 노인대학에 투자한다고 했다.

"나이가 이만큼 들고 보니 사실 이제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심은 조금 줄어드는 것 같네. 나도 노래 부르고 이러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친구들도 사귀고 하니까 너무 즐거운 거라. 아직 나는 젊은 노인 축에 속하잖아. 기억력이 있어서 노래 가사는 다른 어른들보다 기억을 좀 잘하거든. 앞으로 노인대학 이런데 가서 노래 앞머리 기억 안 나는 분들 고거 이끌어주면서 그렇게 소일하고 싶지 별다른 소원이 있겠어?"어른들의 소박한 일상과 소박한 꿈,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바라는 소박한 소원이 가슴에 아프게 남는다.

"나도 이 나이가 돼서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니 효도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워. 그때는 효도가 큰 건 줄 알았는데 사실 부모님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효도야. 좋은 음식이며 좋은 옷 그런 건 반갑지 않아. 자식들이 그리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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