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배달호 동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
작성자 레인맨
본문
누가 배달호 동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배달호 동지의 죽음은 너무나 비통한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는 젊은 혈기에 흥분하여 분신한 것이 아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할 자녀를 둔 중년의 가장이다. 이런 분이 분신을 결행한 것은 우리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누가, 무엇이 배달호 동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이러한 참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결해야 할 것인가.
<분신의 직접적 계기는 임금과 재산에 대한 가압류와 해고자 문제>
유서에서 나타난 대로 배달호 동지는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으로 임금과 재산을 가압류당한 것 때문에 큰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배 동지는 지난해 4월7일 파업으로 7월23일 구속됐다가 9월17일 석방된 뒤 3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았으며, 12월26일부터 현장에 복귀한 상태였지만 월급50%와 퇴직금, 부동산(본인의 집)이 가압류되자 경제적·정신적으로 극심한 압박을 받아왔다. 금속연맹 두산중공업지회 이정근 법규부장은 "배달호 조합원은 회사 쪽이 지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모두 무단결근 처리하자 임금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회사측은 소송포기 압력을 넣고 있던 상태였다"고 밝혔다.
배달호 동지는 또한 해고자 문제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 유서에서도 배동지는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다. 해고자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해지고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하면서 해고자 문제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배달호 동지 부인 황길영씨에 따르면 배 동지는 분신 "2일전(7일) 해고자 문제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왔고 월차를 쓴 어제(8일)에는 집에 있으면서 쉬었다"고 한다.
배달호 동지의 죽음에는 자본과 정권, 사법부, 언론의 책임이 크다.
1. 자본의 책임
첫째, 자본과 기업은 노동자의 임금과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자행했다. 임금은 노동자에게는 생활을 이어나갈 수단으로서 생명과 같은 것이다. 임금의 절반을 가압류한 것은 목숨을 반쯤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노동자로서는 임금의 인하도 견디기 어려운데 하물며 임금 압류는 그야말로 밥그릇을 뺏는 만행이다. 특히 배달호 동지는 자녀교육에 돈을 많이 들어갈 상황이기 때문에 고통이 더했다. 또 임단협이 타결되면 손배 가압류를 취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런 결말도 보기 힘들게 되었다.
두산중공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손배청구 50억 원, 간부 및 사수대 임금 가압류, 지부 및 지회 43명 재산가압류, 일반조합원 11명에 대한 조합비 가압류를 실시했다. 회사측은 파업 직전 조합원들에게 "파업참가하면 5천만원 손배 떨어진다. 파업 결합하려면 해봐라"고 협박했다.
둘째,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억압한 것, 동료들과 만나서 의논도 못하게 한 것 등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억압한 것이 배달호 동지를 견디기 어렵게 했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다. 두산중공업 노조 최병석 해고자복직투쟁위원장은 "업무복귀 후 일감을 안 주고 자리만 지키게 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않으면 가압류를 풀어준다는 각서를 종용받은 것으로 들었다"며 "심지어 발전소 건설현장에 옮겨갈 것을 제안 받았다고 배씨가 말했다"고 전했다. 동료 유형오 반장은 "배달호 형님은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한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한다. 이에 대해 회사측 관리자인 보일러 공장 담당 과장은 "현장에서 일감을 주지 않은 일은 없었다"며 "가압류 때문에 선처를 베풀어 달라는 탄원서를 쓰라고 제안했으나 배씨가 거절한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양심적이었던 배달호 동지는 인간적 굴욕감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다.
2. 정권의 책임
첫째,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후 공기업 민영화를 강행한 것이 오늘 비극의 불씨가 되었다. 특히 김대중정부는 공기업을 재벌에게 헐값으로 매각했다. 두산 재벌은 공기업 인수 후 이익 극대화를 위하여 노동자들에 대한 압박을 끝없이 강화해갔다. 공기업 경영의 장점에서 가능했던 고생산성과 안정된 일자리, 적절한 임금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여지없이 파괴되고 일자리가 불안해지자 노동자들의 노동의욕은 후퇴하고 말았다.
둘째, 김대중정부는 정부가 통제하는 발전기업들로 하여금 일반 조합원 노동자들에 대해서까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임금과 재산에 대해 가압류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파업 참가 억압을 위한 노동 탄압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발전노조의 경우 2002년 2월 25일 철도, 가스노조와 함께 공기업 민영화 반대 연대파업에 돌입하자, 회사측은 파업을 종료시키기 위한 강압수단으로 형사상 고소(894명) 및 수배(24명), 조합원 해고(348명), 조합 및 간부가압류(62억2천5백만원), 조합원 가압류(148억2천만원)를 실시했다. 이러한 무리한 조치는 공기업 해외매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민주노총의 조사에 따르면, 손배ㆍ가압류로 인한 피해사업장 수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중 2002년 6월말 기준, 두산중공업 발전노조 등을 포함한 39개 사업장 약 1천2백억 원대에 이른다.
물론 종전에도 일부 기업에서 조합과 극소수 간부들에 대한 임금 가압류가 있었으나 상징적이었고, 위협을 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임금교섭이 끝나면 '파업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서 해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앞장서서 조합원으로까지 확대하고 또 임금협상이나 단체교섭이 끝난 후에도 해제하지 않았고, 그 후 일반 기업에서까지 일반화되었다. 두산중공업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합원 임금 및 재산 가압류는 대단히 두려운 것이다. 웬만한 노동자들은 위축되지 않을 수 없고 파업 참가를 꺼리게 된다. 정부와 자본측은 너무나 비열한 노동자 탄압책을 동원한 것이고 감히 해서는 안될 일을 자행한 것이다.
3. 사법부의 책임
사법부는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회사측이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에서 조합원의 임금을 가압류하겠다는 회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 회사측이 파업노조 간부들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사건으로 고소할 경우 경찰은 이들을 구속했고, 법원은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것은 파업이라는 노사분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논리적으로 재판한 것으로서, 노동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헌법을 위반한 것이다. 파업이란 무엇인가. 파업은 기본적으로 노동의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자본가(사용자)에게 손해를 입하고 이러한 압력을 근거로 자본가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헌법상의 권리이다. 사소한 절차상의 위반사실을 근거로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업무방해죄로 구속하는 것은 헌법을 위배하는 위헌적인 법률 적용이다.
노동조합법 제3조는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한 파업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해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노동법의 근본정신을 부정하는 것이고 위헌이다.
노동자의 쟁의행위가 사측에 손해를 입힘으로써 일정부분 유리한 협상고지에 서는 것이라고 본다면, 회사측이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재물 손괴나 사람을 다치게 하는 실제 범죄행위에서 발생하는 것과는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
배달호 동지도 유서에서 "얼마전 구속자 선고재판 어처구니없이 실형 2년이라니, 두산은 사법부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 자의 법이 아닌가?"라고 사법부를 원망하고 있다. 사법부는 회사측의 노동자 탄압을 막아주지 못하고 오히려 조장함으로써 결국 배달호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4. 언론의 책임
작년 11월-12월에 매일경제는 '한국은 노조공화국인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특집을 꾸미고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을 해댔다. 이 특집은 상공회의소의 재정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이 자본의 나팔수 노릇을 숨김없이 한 것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선진국의 노동문제 처리방식 등을 보도함으로써 노동문제의 실태 파악과 노동문제 해결에 도움을 줘야 하는데 사용자 입장에 편향된 보도로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항을 보지 못하도록 오도했다. 이로 인해 배달호 동지 등이 겪는 고통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결국 견디기 어려운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배달호 동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한국의 친자본 족벌 언론들은 배달호 동지 분신자살 유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는 도덕적 책임>
배달호 동지의 분신자살 사건은 나라 전체의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에게 뼈아픈 반성의 계기가 되고 있다. 해당 사업장의 파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이 분명한데도 다른 업체 노동자, 다른 산업 노동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치는데 소홀했다.
활동가들은 개별 노동자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문제 해결을 앞당길 수 있는 효과적인 투쟁방법을 동원하는데 충분한 지혜를 동원하지 못했다. 배달호 동지는 자신이 교섭위원으로서 회사와의 단체교섭과정에서 제대로 역할하지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무력감이 그를 더욱 절망하게 했던 것이 아닐까.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가>
배달호 동지의 참담한 죽음과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두산중공업 회사측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 대한 민형사상의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 가압류 조치를 해제해야 형사고발도 취하해야 한다. 발전노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 두산중공업은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 인간적 모욕감을 계속 강요할 경우 노동자들의 분노는 높아갈 것이고 앞으로 어떤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지 알 수 없다.
둘째, 파업에 대해 법원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판결하지 못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당한 파업이라도 불법으로 되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다. 직권중재제도를 강화하여 웬만한 파업도 직권중재의 대상으로 하여 절차를 무리하게 설치하면 자주적으로 파업을 시도한 노동조합은 바로 불법을 저지른 것이 되어 버린다. 노동자들은 이것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에 불신과 증오가 쌓이면 산업평화도 불가능하게 된다. 노동조합법 제 3조에 단서 조항을 달아 '절차상의 문제로 불법파업으로 규정되는 등 민형사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셋째, 노동법원이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과 자본간의 분규문제는 일반 민사사건이나 형사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노동위원회가 있지만 노동자 보호에는 무력하다. 행정보조기구에 불과하고 사용자측이 노동위원회 결정사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강제하기가 어렵다. 앞으로 노동문제는 우리 사회 갈등의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노사문제를 전담하는 노동법원을 설치하여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진정한 산업평화가 달성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노동조합을 가지지 못한 다수 노동자를 보호하는 조치와 사회보장 확충이 필요하다. 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가진 정규직 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종일근무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차별 철폐 등 획기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계속적인 비정규직 확대는 노동자들의 취업 기피를 초래해 노동생산성 저하와 산업 공동화를 가속시킬 뿐이다.
이제 돈과 권력, 권한을 가진 자들은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지배세력이 결집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은 돈과 권력, 권한을 가진 자들이 사회로부터 이득만 취하려 할 뿐,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그들의 부를 쌓게 해주었는가. 노동자들이 아닌가. 지배세력들은 노동자 기본권 보호의 의무를 지키고, 충분히 세금을 내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가난한 서민들의 생활을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노자간의 대결과 극한 저항이 반복되는 비극과 야만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배세력과 대결하여 이러한 야만의 상태를 하루 속히 종식시켜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 이러한 비극이 우리에게 지우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여, 과거의 운동에서 비롯된 관념적 태도를 극복하고, 더욱 철저하게 민중의 생활상의 요구에 기초하는 활동을 전개해야 나가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고 배달호 동지의 명복을 빈다./장상환
배달호 동지의 죽음은 너무나 비통한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는 젊은 혈기에 흥분하여 분신한 것이 아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할 자녀를 둔 중년의 가장이다. 이런 분이 분신을 결행한 것은 우리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누가, 무엇이 배달호 동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이러한 참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결해야 할 것인가.
<분신의 직접적 계기는 임금과 재산에 대한 가압류와 해고자 문제>
유서에서 나타난 대로 배달호 동지는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으로 임금과 재산을 가압류당한 것 때문에 큰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배 동지는 지난해 4월7일 파업으로 7월23일 구속됐다가 9월17일 석방된 뒤 3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았으며, 12월26일부터 현장에 복귀한 상태였지만 월급50%와 퇴직금, 부동산(본인의 집)이 가압류되자 경제적·정신적으로 극심한 압박을 받아왔다. 금속연맹 두산중공업지회 이정근 법규부장은 "배달호 조합원은 회사 쪽이 지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모두 무단결근 처리하자 임금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회사측은 소송포기 압력을 넣고 있던 상태였다"고 밝혔다.
배달호 동지는 또한 해고자 문제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 유서에서도 배동지는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다. 해고자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해지고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하면서 해고자 문제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배달호 동지 부인 황길영씨에 따르면 배 동지는 분신 "2일전(7일) 해고자 문제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왔고 월차를 쓴 어제(8일)에는 집에 있으면서 쉬었다"고 한다.
배달호 동지의 죽음에는 자본과 정권, 사법부, 언론의 책임이 크다.
1. 자본의 책임
첫째, 자본과 기업은 노동자의 임금과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자행했다. 임금은 노동자에게는 생활을 이어나갈 수단으로서 생명과 같은 것이다. 임금의 절반을 가압류한 것은 목숨을 반쯤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노동자로서는 임금의 인하도 견디기 어려운데 하물며 임금 압류는 그야말로 밥그릇을 뺏는 만행이다. 특히 배달호 동지는 자녀교육에 돈을 많이 들어갈 상황이기 때문에 고통이 더했다. 또 임단협이 타결되면 손배 가압류를 취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런 결말도 보기 힘들게 되었다.
두산중공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손배청구 50억 원, 간부 및 사수대 임금 가압류, 지부 및 지회 43명 재산가압류, 일반조합원 11명에 대한 조합비 가압류를 실시했다. 회사측은 파업 직전 조합원들에게 "파업참가하면 5천만원 손배 떨어진다. 파업 결합하려면 해봐라"고 협박했다.
둘째,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억압한 것, 동료들과 만나서 의논도 못하게 한 것 등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억압한 것이 배달호 동지를 견디기 어렵게 했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다. 두산중공업 노조 최병석 해고자복직투쟁위원장은 "업무복귀 후 일감을 안 주고 자리만 지키게 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않으면 가압류를 풀어준다는 각서를 종용받은 것으로 들었다"며 "심지어 발전소 건설현장에 옮겨갈 것을 제안 받았다고 배씨가 말했다"고 전했다. 동료 유형오 반장은 "배달호 형님은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한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한다. 이에 대해 회사측 관리자인 보일러 공장 담당 과장은 "현장에서 일감을 주지 않은 일은 없었다"며 "가압류 때문에 선처를 베풀어 달라는 탄원서를 쓰라고 제안했으나 배씨가 거절한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양심적이었던 배달호 동지는 인간적 굴욕감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다.
2. 정권의 책임
첫째,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후 공기업 민영화를 강행한 것이 오늘 비극의 불씨가 되었다. 특히 김대중정부는 공기업을 재벌에게 헐값으로 매각했다. 두산 재벌은 공기업 인수 후 이익 극대화를 위하여 노동자들에 대한 압박을 끝없이 강화해갔다. 공기업 경영의 장점에서 가능했던 고생산성과 안정된 일자리, 적절한 임금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여지없이 파괴되고 일자리가 불안해지자 노동자들의 노동의욕은 후퇴하고 말았다.
둘째, 김대중정부는 정부가 통제하는 발전기업들로 하여금 일반 조합원 노동자들에 대해서까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임금과 재산에 대해 가압류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파업 참가 억압을 위한 노동 탄압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발전노조의 경우 2002년 2월 25일 철도, 가스노조와 함께 공기업 민영화 반대 연대파업에 돌입하자, 회사측은 파업을 종료시키기 위한 강압수단으로 형사상 고소(894명) 및 수배(24명), 조합원 해고(348명), 조합 및 간부가압류(62억2천5백만원), 조합원 가압류(148억2천만원)를 실시했다. 이러한 무리한 조치는 공기업 해외매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민주노총의 조사에 따르면, 손배ㆍ가압류로 인한 피해사업장 수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중 2002년 6월말 기준, 두산중공업 발전노조 등을 포함한 39개 사업장 약 1천2백억 원대에 이른다.
물론 종전에도 일부 기업에서 조합과 극소수 간부들에 대한 임금 가압류가 있었으나 상징적이었고, 위협을 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임금교섭이 끝나면 '파업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서 해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앞장서서 조합원으로까지 확대하고 또 임금협상이나 단체교섭이 끝난 후에도 해제하지 않았고, 그 후 일반 기업에서까지 일반화되었다. 두산중공업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합원 임금 및 재산 가압류는 대단히 두려운 것이다. 웬만한 노동자들은 위축되지 않을 수 없고 파업 참가를 꺼리게 된다. 정부와 자본측은 너무나 비열한 노동자 탄압책을 동원한 것이고 감히 해서는 안될 일을 자행한 것이다.
3. 사법부의 책임
사법부는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회사측이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에서 조합원의 임금을 가압류하겠다는 회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 회사측이 파업노조 간부들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사건으로 고소할 경우 경찰은 이들을 구속했고, 법원은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것은 파업이라는 노사분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논리적으로 재판한 것으로서, 노동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헌법을 위반한 것이다. 파업이란 무엇인가. 파업은 기본적으로 노동의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자본가(사용자)에게 손해를 입하고 이러한 압력을 근거로 자본가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헌법상의 권리이다. 사소한 절차상의 위반사실을 근거로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업무방해죄로 구속하는 것은 헌법을 위배하는 위헌적인 법률 적용이다.
노동조합법 제3조는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한 파업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해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노동법의 근본정신을 부정하는 것이고 위헌이다.
노동자의 쟁의행위가 사측에 손해를 입힘으로써 일정부분 유리한 협상고지에 서는 것이라고 본다면, 회사측이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재물 손괴나 사람을 다치게 하는 실제 범죄행위에서 발생하는 것과는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
배달호 동지도 유서에서 "얼마전 구속자 선고재판 어처구니없이 실형 2년이라니, 두산은 사법부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 자의 법이 아닌가?"라고 사법부를 원망하고 있다. 사법부는 회사측의 노동자 탄압을 막아주지 못하고 오히려 조장함으로써 결국 배달호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4. 언론의 책임
작년 11월-12월에 매일경제는 '한국은 노조공화국인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특집을 꾸미고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을 해댔다. 이 특집은 상공회의소의 재정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이 자본의 나팔수 노릇을 숨김없이 한 것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선진국의 노동문제 처리방식 등을 보도함으로써 노동문제의 실태 파악과 노동문제 해결에 도움을 줘야 하는데 사용자 입장에 편향된 보도로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항을 보지 못하도록 오도했다. 이로 인해 배달호 동지 등이 겪는 고통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결국 견디기 어려운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배달호 동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한국의 친자본 족벌 언론들은 배달호 동지 분신자살 유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는 도덕적 책임>
배달호 동지의 분신자살 사건은 나라 전체의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에게 뼈아픈 반성의 계기가 되고 있다. 해당 사업장의 파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이 분명한데도 다른 업체 노동자, 다른 산업 노동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치는데 소홀했다.
활동가들은 개별 노동자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문제 해결을 앞당길 수 있는 효과적인 투쟁방법을 동원하는데 충분한 지혜를 동원하지 못했다. 배달호 동지는 자신이 교섭위원으로서 회사와의 단체교섭과정에서 제대로 역할하지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무력감이 그를 더욱 절망하게 했던 것이 아닐까.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가>
배달호 동지의 참담한 죽음과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두산중공업 회사측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 대한 민형사상의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 가압류 조치를 해제해야 형사고발도 취하해야 한다. 발전노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 두산중공업은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 인간적 모욕감을 계속 강요할 경우 노동자들의 분노는 높아갈 것이고 앞으로 어떤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지 알 수 없다.
둘째, 파업에 대해 법원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판결하지 못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당한 파업이라도 불법으로 되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다. 직권중재제도를 강화하여 웬만한 파업도 직권중재의 대상으로 하여 절차를 무리하게 설치하면 자주적으로 파업을 시도한 노동조합은 바로 불법을 저지른 것이 되어 버린다. 노동자들은 이것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에 불신과 증오가 쌓이면 산업평화도 불가능하게 된다. 노동조합법 제 3조에 단서 조항을 달아 '절차상의 문제로 불법파업으로 규정되는 등 민형사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셋째, 노동법원이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과 자본간의 분규문제는 일반 민사사건이나 형사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노동위원회가 있지만 노동자 보호에는 무력하다. 행정보조기구에 불과하고 사용자측이 노동위원회 결정사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강제하기가 어렵다. 앞으로 노동문제는 우리 사회 갈등의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노사문제를 전담하는 노동법원을 설치하여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진정한 산업평화가 달성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노동조합을 가지지 못한 다수 노동자를 보호하는 조치와 사회보장 확충이 필요하다. 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가진 정규직 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종일근무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차별 철폐 등 획기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계속적인 비정규직 확대는 노동자들의 취업 기피를 초래해 노동생산성 저하와 산업 공동화를 가속시킬 뿐이다.
이제 돈과 권력, 권한을 가진 자들은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지배세력이 결집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은 돈과 권력, 권한을 가진 자들이 사회로부터 이득만 취하려 할 뿐,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그들의 부를 쌓게 해주었는가. 노동자들이 아닌가. 지배세력들은 노동자 기본권 보호의 의무를 지키고, 충분히 세금을 내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가난한 서민들의 생활을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노자간의 대결과 극한 저항이 반복되는 비극과 야만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배세력과 대결하여 이러한 야만의 상태를 하루 속히 종식시켜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 이러한 비극이 우리에게 지우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여, 과거의 운동에서 비롯된 관념적 태도를 극복하고, 더욱 철저하게 민중의 생활상의 요구에 기초하는 활동을 전개해야 나가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고 배달호 동지의 명복을 빈다./장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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