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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정의 조종(弔鐘)이 울린 날
작성자 현장
댓글 0건 조회 359회 작성일 20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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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2005-11-11 19:51] 
 
2005년 11월 10일은 대한민국 사법정의에 조종(弔鐘)이 울린 날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이 고발한 재벌기업의 중대 범죄혐의를 확인한 검찰이 관련자 전원을 불구속 수사키로 한 결정을 국민은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에 적게 준 대금을 많이 준 것처럼, 혹은 안 준 것을 준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모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생활비로 쓴 파렴치의 극치가 구속대상이 아니라면, 어떤 경제사범도 교도소에 가서는 안 된다.

서울중앙지검은 10일 두산그룹 박용성 전 회장 등 총수 일가의 특정경제사범가중처벌법(특경가법) 위반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전회장 형제 4명이 10년간 회사 돈 326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4형제를 포함한 두산 계열사 전·현직 대표 등 14명을 전원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두산형제 불구속 수사

검찰이 밝힌 불구속 수사 사유는 이렇다. 본인이 죄를 시인하고 깊이 반성하고 수사에 협조했다는 것,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어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것,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스포츠 외교 담당자를 구속하는 것은 국익에 손상이 된다는 것, 선처를 호소하는 각계의 탄원이 많다는 것이다.

본인이 죄를 시인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것이 그런 관용의 사유가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동안 TV 화면이나 신문에 보도된 박 전회장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 항상 미소짓던 그의 표정에는 국민에게 미안해하는 기색은 조금도 엿보이지 않았다. 불구속 수사 원칙이라는 것도 그렇다. 앞으로 어떤 범죄인도 불구속 수사하겠다는 천명 없이는 용납될 수 없는 사유다.

국익손상론은 박 전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과 IOC 총회 유치운동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일한 사실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중요한 경제사범을 감싸고 봐주는 부패국가 이미지와, 그런 사람일수록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청정국가 이미지 중에 어느 것이 국익인지는 따져볼 필요도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유사한 사건과의 형평성이 큰 시비거리다. 얼마 전 구속된 IOC 부위원장 출신 김운용 씨 경우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죄질로 보아도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김씨는 평위원보다 높은 IOC 부위원장이었고, 동계올림픽 유치운동에도 관여하고 있었다. 근래 주요 기업인 비리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와도 너무 다른 결정이다. 2003년 이후 검찰에 구속된 기업인은 최태원 SK 회장, 이순목 전 우방그룹 회장,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김주용 전 고려개발산업 사장 등이다. 이 가운데 김우중 씨를 제외하면 분식회계와 비자금 액수가 박 전회장 형제보다 많은 사람은 없다.

죄질 측면에서도 불구속 수사는 국민정서에 어긋난다. 박 전회장 형제들은 협력업체에 외주 공사비를 과다지출한 뒤 차액을 돌려받거나, 허위 공사계약서를 만들어 돈을 지출했다가 돌려받는 수법으로 조성한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사사로이 썼다. 두산건설 지배권 유지를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유상증자 자금으로 쓰고도, 계열사에 140억원 가까운 은행이자를 부담시켰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두산산업개발의 총수일가 지분은 7.52%, 두산중공업은 0.02%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회사 돈을 마치 자기네 주머니 돈처럼 흥청망청 썼다.


좀도둑도 구속하면서 특경가법 위반자는 봐주기인가

박 전회장 등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경가법상 배임 및 횡령이다. 특경가법은 중요 경제사범을 처벌하기 위한 법으로 횡령 및 손실액수가 50억원 이상이면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이다. 검찰 자체 양형기준도 ‘횡령액이 5000만원 이상이고 합의가 되지 않은 경우’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되어 있다. 회사 돈 326억원을 멋대로 쓰고 10년 동안 분식회계를 일삼은 기업주를 불구속 기소하는 것이 봐주기가 아니면 무엇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빵 한쪽을 훔치거나, 책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친 사람도 구속처벌하는 것이 우리 검찰이다. 전국 교도소에 갇힌 수만명 재소자 가운데는 실제로 그런 좀도둑이 대다수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회사 돈을 사치생활에 써버린 부도덕한 기업인을 구속처벌하지 않은 검찰이 무슨 낯으로 법정의를 입에 담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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