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0건 조회 420회 작성일 2005-10-31

현직 법관이 법원의 불친절을 자신이 병원에서 경험한 사례와 비교하며 친절한 사법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청주지방법원 관할 제천지원의 유해용 지원장은 법원 소식지인 ‘법원사람들’ 10월호에 게재된 ‘병원에 가는 판사’라는 글을 통해 “누군가 차례를 어기고 진료받는 장면을 목격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는데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을 먼저 진행하는 법원의 관행에 대한 비판도 십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유지원장은 이어 “의사가 놀고 있어 진료가 지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사건 당사자들이 재판 대기 시간을 줄이려는 법원의 노력에도 불만을 갖는 것은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라고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사소할망정 사람마다 자기 병이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라며 “약식명령이나 소액사건이라고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지원장은 또 “의사 앞에 서면 주눅이 들어 궁금한 점을 물어보길 주저하는 마음은 재판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초조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법정에 온 당사자들을 위해 아버지 같은 포근함을 주는 판사가 고마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이인숙기자〉

마지막으로 그는 “의사가 잘못하면 책임을 지는데 판사는 잘못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초등학생으로부터 받아 당황한 적이 있다”며 “사법권의 독립 보장 등 수많은 논리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가”라며 고민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