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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단결투쟁 당당하게 현장속으로
어느 얼굴 까만 국회의원을 기억한다.
작성자 새길벗
댓글 1건 조회 727회 작성일 2005-10-06

본문



1>

지난 총선 때 우리는 조승수 후보의 얼굴이 까맣다고 많이 놀려 먹었었다. 어쩌면 아마 의원들 중에 제일 까만 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짜장면 같다고 했다.

조승수 후보가 TV토론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서로 질쎄라 얼굴이 까맣다고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댔다..

 

“와 그리 시커멓게 나온기고?”

“시커멓게 나오니께 증말 없어 보인데이..”

“원래 바탕이 그런긴데 우얄끼고 쏙일 수 도 없꼬”

“혹시 다른 후보들은 화장해주고 우리만 화장 안 해 준 거 아이가?”

“내는 마 하도 시커메서 TV 꺼진 줄 알았다.”

“다음부턴 당원들한테 문자 날릴 때 화면 밝기 조절하고 보라꼬 날리래이.”

 

2>

그 얼굴 까만 국회의원이 어제 또 TV에 나왔다.

의원직 상실이란다.

 

다른 당 의원들은 모두 의원직을 유지했건만 유독 우리만 의원직 상실이다.

금품향응 등으로 1심에서 800만원 선고 받은 사람도 계속 국회의원인데

조승수만 의원직 상실이다.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누가 말했나? 그 말을 누가 믿겠나?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며 진보정당을 만들었는데

이런 식으로 차별 대우를 받고 보니..

이게 정말 서럽고 억울한.. 그 인간 차별이구나 ...

그런 생각에 목이 메인다.

 

3>

올해 초에 어떤 아저씨가 조승수 의원실에 찾아와 자전거를 기증한 적이 있었다.

조승수의원은 보좌관들과 여의도근처에서 방을 얻어 살고 있었는데 의원회관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자전거가 하나밖에 없어 의원이건 보좌관이건 무조건 먼저 잡는놈이 임자였다. 한번은 보좌관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가 걸어가는 조 의원을 발견했다.

보좌관은 미안했는지 “의원님이 타시렵니까”라고 물었다. 조 의원은 냉큼 자전거에 오른 뒤 “야! 타”라며 뒷자리에 보좌관을 태웠다. 그러나 곧바로 ‘우지끈’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망가졌던 것.

이 소식이 동아일보에 가십 기사로 나가자 한나라당 지지자 라는 어떤 분이 오셔서 자전거 5대를 기증하고 가셨다.


물론 자전거만 태워준 건 아니었다.

조승수는 무슨 야타족 피를 물려받았는지...자동차도 잘 태워줬다. 운전하던 보좌관이 졸린 것 같으면 조승수의원은 태연히 자리를 바꿔 자신이 운전을 하고 보좌관이 뒤에 타고 자면서 갔다.

 

4>

 살다보니, 내게도 기뻐서 눈물이 난적이 딱 한번 있었다.

조승수 후보가 당선되던 날 아침, 선본 창가에 햇살을 받으며 서 있는데..

괜히 눈물이 났다.

전태일이 죽기 전에 대학생 친구가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그러다가 결국 그렇게 죽었는데...

 

이제 국회의원 친구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었다.

 

옛날 사진처럼 그날의 기억이 아직 선한데

이제 그 생짜같은 의석 도로 토해내자니..

하루 종일 공허하다.

허무하다 못해 마음속에 비가 내린다.

 

오늘 청계천에서 무슨 전태일의 다리 개통식을 한다던데...

왜 이렇게 하루 종일 비는 내리는 건지...

 

 

5>

 

조승수.....

 

월급 180만원 받는 이상한 국회의원 1년 6개월 하다가

다른 사람들 다 피해가는 대법원 판사의 솜방망이를 혼자서 덤덤히 받아들고

국정감사장에서 의원직을 마감했다.

 

나는 의원직이 오락가락하는 마당에 국정감사 하러 들어가 있었다는게.. 이해가 잘 안되었다. 이렇게 그 전날 애써 준비했던 자료 다 차곡차곡 쌓아둔 채 ... 국감장에서 그만둔 국회의원이 있었을까?

 총선 당시, 나는 "역사적인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을 한낱 지렁이 때문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조승수의원이 구청장 시절 입안했던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시설’이란 것이 지렁이를 이용한 친환경처리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선거 때 이걸 지역주민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어보였다.

 
나는 도대체 구청장 시절에 왜 이런 지렁이 정책을 입안해서 지금 이 고생을 시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울산광역시에 다른 구는 다 가만 있는데 왜 북구만..그런건지... 바보가 아닌 한 조금만 정치적으로 계산하면 이게 선거에 도움이 안 되는 건지 다 아는데 ..


지렁이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화장장을 짓겠다고 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었다. 95년 시의원으로 처음 정계 입문한, 10년 경력의 조승수는 하여튼 우리나라에서 집값 떨어뜨리는 얘기하고 다니는 선수였다.

 

심지어 조승수 의원이 남원에 태양열 주택을 짓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이번엔 지렁이가 아니라 태양열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조승수 의원이 국정감사 하다말고 의원직을 상실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갑자기 또 그 지렁이 생각이 났다. 결국 그 지렁이 때문에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환경주의자 조승수는 끝까지 그 지렁이 정책을 입안할 때 가졌던 고지식하고 원칙적인 자세를 지켰던 셈이다.

 

 

6>

 

조승수가 말했다. “의원직은 잃었지만.. 내가 당원 이라는 것 까지 뺏어갈 수는 없다”고

 

이 마지막 한마디 때문에 우리는 더 공허한지 모르겠다.

조승수의원이랑 단병호의원이랑 우연히 길에서 만나 아무말없이 부둥켜안고 울기만 했다는 소식을 들으니..가슴이 더 미어지는 것 같다.

그렇지만 조승수는 우리의 마음속에 의원이기 전에 동지로서 남을 것이다.

 

선거 때 보니까.. 울산에 같이 사는 선배들은 조승수 의원을 승수형이라고 불렀었다.

나는 나이차가 많이 나서 형이라고 못 불렀다.

이제 얼어 죽을 국회의원도 아니니까..

나도 형이라고 불러야겠다.


승수형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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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루
(자율과 연대에서 펌) 
 

댓글목록

어벙님의 댓글

어벙 작성일

  이제 부정부폐한 정부와 사법부에 이렇게 욕하자. 승수보다 못한것들이 까불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