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욕구와 상상력을 가질 여유조차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현실을 지배하는 자본재벌사용자들의 일상적인 강압과 세련된 통제 전횡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 노동자들의 냉소와 체념을 양산해내는 시스템의 작동을 바꿔내지 않고서는 우리 노동자들 봉급쟁이들의 처지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댜수가 대물림으로 임금노예로 비정규직으로 전락해갈 수 밖에 없는 끔찍한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자기네들이 정해놓은 합법적 테두리내에서만 활동해도 이기적이라고 집단이기주의라고 도덕적 비난을 퍼붓고 그걸 넘어서고자 비이기적으로 활동하면 불법이라고 입에 재갈을 물리고 감옥으로 보내는 이런 비정상적인 세상을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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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주축을 이루었던 파견업체에 대해 GM대우 측이 파견계약해지를 통보했고 파견업체는 곧바로 폐업을 결정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바로 공장사수투쟁에 돌입했고, 모두들 황금연휴랍시고 여행길에 떠난 지금 공장 앞에서 외롭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장에는 해당 파견업체의 조합원들과 GM대우 정규직 노조의 간부들, 민주노동당의 당원들 -- 그래봐야 일백대오도 안되는 --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파견업체 소속 조합원들은 분노하면서도 계약해지를 내세운 협박에 속만 태우고 있고, 정규직 또한 노조간부들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그다지 별 관심이 없다. 회사 측이야 당연히 '폐업은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고, 언론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노무현 정부와 그외 숱한 논객들, 학자들은 틈만 나면 정규직 노조에 대해 귀족노조니 어쩌니 떠들었지만, 실제로 상황이 생기면 농성현장을 지키는 것은 바로 당신들이 그렇게 비난하는 정규직 조합간부이고 민주노동당 당원들이다. 특히 GM대우 창원지부의 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조합원의 상당수가 내심 반발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 노조의 결성 당시부터 이런저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과 관련된 문제제기를 하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겠지만).
귀족노조니 귀족노동운동이니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나름대로 비정규직과 조금이나마 함께 하려는 현장활동가들은 아직도 많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들을 비난하기에만 바빴지, 실제로 현장에서의 상황이 어떠한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 기업별 노조 체제하에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문제나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단협에서 제기하면 그건 불법이다. 이른바 귀족노조의 집단이기주의라고 언론과 정권의 집중공격을 받았던 여수LG정유의 경우, 지역사회공헌기금과 비정규직 처우개선이 요구안에 들어있었고 이는 파업이 불법이라는 근거 중 하나였다.
GM대우 창원지부도, 정규직 노조가 이미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생산라인을 멈췄다는 이유로, 정규직 노조의 사무장이 구속되고 정규직 노조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다. 자신들 스스로가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해놓고도 그것은 모르쇠한채, 비정규직과 함께 하려는 정규직 노조간부들을 거꾸로 불법으로 잡아넣는 건 도대체 뭔가? 당신들이 평소 비난하는대로 이기적으로 행동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인가? 틈만 나면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를 욕해놓고, 실제로는 정규직 노조가 약간이라도 '비이기적'으로 행동하면 불법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걸핏하면 정규직 노조가 문제라는 감정적 비난을 할 게 아니라, 실제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과 맞대고 공동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산별교섭의 틀 등 각종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정부나 학자들의 역할 아닌가? 물론 쉬운 일이 아닌 줄은 잘 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더욱, 평론이나 이데올로기 공세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실질적 노력이 요구되는 것 아니던가?
사실, 우리 내부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 우리 스스로도 잘 안다. 특히 정규직 조합원들의 행태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러나 그들도 그렇게 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이제 더 이상 고용보장은 안되고, 언제 짤릴지 모르니 좋은 직장 다닐때 최대한 벌어놓자는 그들의 생각을 과연 누가 손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래도 비정규직 문제가 실제로 터졌을 때 농성장을 지키고 겉으로나마일지라도 그들과 함께 하려는 사람들은 그나마 당신들이 그렇게 욕하는 노동운동가들이다.
아, 그거 자기가 뱉은 말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일종의 위선이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선일지라도 말로만 떠들면서 방관하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위선은 그래도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가?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그때에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왜 '무슨 생각을 했느냐'라든지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있었느냐'를 물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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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일지라도 방관보다는 낫다
조그만실천 (2005-10-02 01:41:01, Hit : 488, Vote : 20)
진보누리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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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욕지거리님의 댓글
욕지거리 작성일
위선이 방관 보다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말많은 위선자는 얼마나 미운지 모른다.
맘에 없는 소리로 소쿠리 비행기 띄우고 슬그머니 사라지기 때문이지.
방관자가 있다고 모조리 욕은 하지마라. 그래도 마음은 위선자 못지 않게 가슴아파하는 이들도 많기때문이다.
위선이나 방관이나 말 한마디 하고 안하고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 욕먹을 대상자들은 악랄한 자본가 이거나, 그놈 밑에서 죽자 사자 따까리 하는 졸장부놈들이다. 한국에 악의축 이건희, 박용성 그들이 욕 실컫 먹어야 한다. 내막을 보면 그들이 개입하여 상황을 악화일로로 조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주범이자 진범인 방관자이므로 그러하다.
정독님의 댓글
정독 작성일정규직은 주둥이라도 열고(닥치지 말고) 비정규직 투쟁에 좀 나서란 얘기인 듯...
새길벗님의 댓글
새길벗 작성일펌한 본글의 주장은 비정규직들의 처지에 신경 안 쓰고 지 밥그룻만 챙긴다며 정규직의 합법적 테두리내의 노조활동을 이기적이라고 도덕적으로 비난이나 해대는데 열올리며 비정규직을 정규직 활동 탄압 차원에서 이용해먹는 사람들이 정작 비정규직 처지 관련 힘겨운 싸움속에 함께 연대행동하는 정규직의 괄동이 불법이라고 자본재벌사용자측으로부터 가공할 몰상식적 탄압을 받아도 비정규직 싸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방관하는 자들에 대한 비판이자 성찰을 촉구하는게지요. 그냥 조용히 방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촛점이라기보다는 가슴아픔을 넘어서는 연대실천의 중요성를 강조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