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형제의 난’ 두산 박씨 형제, 국감 불참엔 한마음
작성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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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오후, 젊은이들로 항상 북적대는 동대문 쇼핑몰 타운에 느닷없이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을 보기위해 많은 기자들이 두산그룹 본관 ‘두타’를 찾았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 땀 범벅이 된 채 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을 향해 박용성 회장은 이 같은 얘기로 환영인사를 갈음했다.
“배달호 사건 이후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우리를 찾은 건 처음인 거 같다”
박 회장이 ‘배달호 사건’이라고 언급한 사건은 지난 2003년 1월, 두산 중공업 생산직 노동자 고 배달호 씨가 사측의 강제 손배가압류 철폐 등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박 회장은 당시 두산 중공업 노조의 파업에 대해 “‘원칙’을 저버릴 수 없다”며 강경대응으로 맞섰고 결국, 엄청난 액수의 손배가압류 앞에 배달호 열사의 ‘죽음’이란 참담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날 박용성 회장은 자신의 형인 박용오 전 회장 측근이 자신을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진정한 데 대해 “결백하다. 그 내용에 대해 일문일답할 가치조차 없다”며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리고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를 요구한 박 전 회장에 대해 “고작 0.7% 지분을 가지고서 경영권을 넘봤다. 이건 경영권 탈취 미수사건이다”라며 맹공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박용성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는 하나둘 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용오 전 회장 측의 비리혐의도 연이어 밝혀졌다.
무너진 미스터 쓴소리
박용성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면서 정재계를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뱉곤 했다. 누구의 눈치 하나 살피지 않고 할 말은 하던 그에게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이 붙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형제의 난’으로 미스터 쓴소리의 이미지는 퇴색되고 말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박용성 회장의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등을 폭로하며 시작된 두 형제간의 폭로전 속에 두산가의 ‘비리’경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다른 재벌기업들과는 달리 ‘형제간의 우애경영’이라는 독특한 경영승계구도를 지켜온 두산그룹의 이면에는 ‘우애’라는 그럴듯한 포장지 속에 감춰져온 추악한 ‘비리’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 계열사를 장악하고 그 마저도 늘어만 가는 형제, 자식들과 나눠먹기를 하기위해서는 이건희 왕국-삼성그룹 못지않은 비정상적인 그룹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을 터.
그러나 그는 이 같은 비리혐의에도 불구하고 대한상의 회장에 연임돼 건재함을 과시했으며, 지난 8월 8일에는 과거 두산산업개발에 대한 분식회계를 자진해 발표하기까지 했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건설업체의 과당경쟁과 외환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2797억 원의 매출을 과대 계상했다는 것이 두산 측이 내건 분식회계의 이유. 게다가 박 회장은 두산이 분식회계를 자진 처리한 것은 국내에서 첫 사례라고 강조하고 ‘클린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어떤 상황에서도 ‘강경대응’이 박 회장의 원칙인 듯하다.
죽음도 불사한 노동자에게 내걸었던 ‘원칙’, 잇속 앞에선 ‘와르르’
27 일 국정감사 피감기관인 금감원을 찾은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형제간 폭로전으로 드러난 두산그룹의 비리를 추궁하고 관련당국인 금감원을 문책코자 많은 준비를 했다.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분식회계, 해외 법인 외화 밀반출, 비자금 조성, 이자 대납 등 그간 터져 나온 두산 그룹 비리에 대한 의혹을 밝히기 위해 입을 모았던 것.
특히 이날 국감장에서는 지난 99년 두산산업개발 증자 당시 두산 오너 일가가 대출 받은 방식과 유사한 방법으로 올 7월에도 이들이 또 대출을 받고, 두산 계열사가 이면계약을 통해 지급보증을 섰다는 의혹이 새로이 제기됐다.
그러나 박용오, 박용성 전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던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이들의 불참으로 아쉽게도 이들의 노력은 빛을 보지 못했다.
벼랑 끝에 몰린 자사 노동자가 분신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박용성 회장의 ‘원칙’은 무엇일까. 국민을 대신해 국정감사를 하는 의원들의 증인 출석 요구조차 무시하는 그에게 ‘원칙’이란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미스터 쓴소리로 스스로를 포장한 채 실제로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분식회계를 한 점에서 더욱 그렇다.
“0.7%의 지분으로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를 요구한 것이 경영권 탈취”라고 한 박용성 회장에게 묻고 싶다.
두산그룹 총수 일가가 가진 전체 지분은 과연 얼마냐고. 그리고 많은 노동자, 국민의 성원으로 이뤄진 두산그룹이 진정 그 지분을 가진 박 회장 일가가 맘대로 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라 일컬어야하는지 말이다.
김현미 (99mok@dailyseop.co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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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두산님의 댓글
사스두산 작성일10년 후에는 이기사에 알맞은 속담이 될 현세의 한마디가 바로 걸레는 빨아도 걸레고, 안빨면 쓰레기!
두산헹주님의 댓글
두산헹주 작성일쓰레기 같은 걸레를 불사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