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야구위 총재는 애마총재?
작성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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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한담] 형제간 재산다툼속 소유 말 경주우승
“얼마전 프로야구 스코어를 보려고 YTN을 켰는데, 스포츠 뉴스에서 ‘와이티엔배 대상경주에서 개츠비가 우승했다’고 하더라구요. 어디서 듣던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게 글쎄 내 말이더란 말입니다. 그러더니 방송에서 ‘이 마주는 두산그룹의 박용오 회장이고, 케이비오(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이면서 요즘 두산그룹가에서 시끄러운 사람 말이죠’라고 하길래 그냥 텔레비전을 꺼버렸지요.”
동생 박용성(59)씨와 두산그룹 형제간 재산다툼으로 알려진 박용오(68)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끝나갈 때면 한 번씩 하는 출입기자들과의 점심 모임을 23일 롯데호텔 37층 중국식당에서 열었다.
박 총재는 동생과 달리 입담이 거침없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이날 참석한 기자들과 야구위의 몇몇 간부들은 혹시 집안다툼으로 박 총재의 심기가 불편하지는 않은지 평소보다 말을 조심하는 분위기였지만, 정작 박 총재는 전혀 이에 아랑곳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박 총재의 말이 대상경주에서 우승하게 된 얘기를 꺼내게 된 것도 거침없는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심은하 시아버지될 사람이 내게 전화를 했어요. 그 양반 지 회장이라고 부르지. 옛날에 위아랫집에 살아 잘 알고 지냈지요. 그런데 그 양반이 ‘도대체 문 밖엘 나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기자들이 한 30명은 몰려 있어 그렇다는 거지 뭐예요. 그래서 내가 말했죠. ‘아예 기사가 될 거리를 없애버려야 한다’구요.”
지 회장 아들도 이틀째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이던 박 총재는 그가 마주협회 회장을 오래 지냈다고 말했다.
얘기가 이쯤 되니 박 총재는 자신이 어떻게 마주가 됐는지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언젠가 아들이 찾아와 ‘아버님, 마주가 한번 되시지요?’라고 하기에 ‘말을 사고 나면 먹이고 훈련시키고 돈 들어갈텐데…’라고 대답했더니 ‘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제 말에서 나오는 상금으로 모든 게 다 해결될 수 있습니다’라고 해서 ‘그럼 해보라’고 해서 처음 마주가 됐지요.”
그리곤 아들 친구가 한번은 박 총재에게 찾아와 좋은 말이 있으니 사라고 해서 구한 게 이번에 우승한 개츠비라는 것이었다.
“최근에 아들이 또 내게 와 ‘아버님, 이제 새 말을 한번 더 찾아보시지요’라고 해서 ‘무슨 돈으로 다시 말을 사냐’고 했더니 ‘이번 경주 우승상금이 7천만원이고, 개츠비를 팔면 된다’고 합디다.”
그래서 박 총재의 아들이 사장으로 있는 회사의 한 이사는 지금 말 보러 미국에 갔는데 마치 이게 그의 일인 것처럼 박 총재는 전했다.
“개츠비가 우승하고 나니, 주변에서 종마로 쓰자고 자꾸 권하더라구요? 한번 대주는데 얼마나 받는지 알아나 봐야겠어요.” 종마 이야기 탓에 잠시 화제는 와이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시간10분 남짓 계속된 점심식사에서 술 잘 마시기로 소문난 박 총재는 다들 마시는 맥주 한 잔을 입에 대지 않았다. 이를 새로 심으려고 어제 심지를 박았기 때문이다. “손가락 반만한 대나무 같은 것을 4명이 모여서 내 잇몸 속에 확 넣어버리드라구요. 입 안이 얼마나 얼얼한지, 의사가 그러던데, 한 2주간은 술 마지시 말라고 하데요. 이 참에 술을 끊어버려야 겠어요.”
하지만 박 총재가 술 얘기를 피해갈 사람은 아니었다. “여기온 기자분들 술들 잘 하시죠. 누가 가장 센가요. 다는 그렇고 센 사람, 챔피언하고, 불고기집에서 한번 대작 해볼까요? 누가 제일 셉니까? 큰 걸로 한잔씩 돌려가며 마셔볼까요?”
화제는 최근 미국의 허리케인으로 이어졌다. 박 총재는 세계 곳곳에서 허리케인뿐 아니라 지진과 태풍을 겪은 얘기를 했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겪은 허리케인, 역시 미국에서 자동차가 날아가는 것을 빌딩 안에서 본 토네이도, 대만에서 체험한 태풍, 그리고 일본의 지진 경험으로 이어졌다. 박 총재는 일본 지진이 가장 무섭다고 했다. 엘에이와 일본에서 모두 지진을 느껴봤는데, 일본 지진, 그것도 좌우로 흔들리는 게 아니라, 아래 위로 진동이 느껴질 땐 마치 몸이 꺼지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고.
호텔 식당의 전망은 빼어났다. 북한산을 배경으로, 청와대와 경복궁, 인왕산 등 자연을 배경으로 서대문쪽에서부터 동대문쪽에 이르는 서울 도심 광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박 총재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건강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저 시간만 나면 걷는다”고 말했다. 매일 만보씩은 꼭 걷는다는 그가 자주 가는 코스는 북악스카이웨이, 북한산, 그리고 남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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