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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단결투쟁 당당하게 현장속으로
죄스러운 마음으로 열사께 인사드렸습니다.
작성자 기호1번선본
댓글 0건 조회 694회 작성일 200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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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금속노조4기 임원후보, 열사들 앞에 서다

 

8월 23일 오전 10시. 경남 양산 솥발산.

하늘은 더없이 맑고 서늘한 바람은 가을을 재촉하는 듯하다. 금속노조 4기 임원선거에 출마한 기호1번 문영만(위원장)-손원영(수석부위원장)후보와 부위원장 기호2번 전송철, 기호3번 이우봉 후보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앞서 솥발산의 노동열사들을 찾았다. 열사들이 누워 계신 곳은 잔디가 새파랗게 자리를 제대로 잡았고, 한여름 풍성한 햇볕과 장마비를 흠뻑 머금고 무성해진 잡초들이 눈길을 끈다. 30여 분의 동지들이 솥발산에 몸을 뉘이고 있으며 그중 20여 동지는 직간접으로 노동운동 과정에서 노동해방세상을 보지 못하고 지하에서나마 후배와 동지들의 투쟁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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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번호 D-3-39 박창수열사. 후보들은 제일 먼저 1991년 ‘내가 전노협이다’며 전노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안기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후 안양병원에서 발견된 당시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위원장 박창수 열사의 묘소에 소주한잔 붓고, ‘기필코 민주노조운동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다짐의 인사를 올렸다.

박창수열사 묘소에서 길건너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계신 김주익 열사 앞에서 후보들은 더욱 숙연해졌다. 같이 어깨 걸고 투쟁하던 게 엊그제 같은 데, 이렇게 산 자와 죽은 자로 만나는 후보들의 심경은 착잡하지만, '꼭 금속노조를 명실상부한 산별노조로 완성시켜 노동해방세상을 쟁취하겠습니다’고 다짐하였다.

묘비번호 D-44-12-1,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다’던 배달호 열사. 후보들은 ‘얼마나 우리가 열사의 뜻을 이어가고 있는지, 부족한 점은 없는 지’하며 열사 앞에 한없는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손원영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드맑은 가을하늘아래 조용히 누워 산 자들의 투쟁을 지켜보고 있을 배달호 열사께 소주한잔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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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번호 D-16-1-18, 대우정밀지회 조수원열사. 1995년 12월 5일 찬바람이 매섭던 한겨울, 병역특례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당시 민주당 서울지사에서 농성하던 조수원 열사가 자본과 권력의 엄청난 장벽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내던졌다는 비보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청천벽력과 소식이었다. 위원장후보 문영만 동지의 눈에는 남다른 감회가 스쳐 지나간다. 문영만 위원장후보는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동지이자 후배인 조수원열사 앞에서 제대로 된 노동해방세상을 만들지 못하고 아직도 자본과 권력에 맞서 고공농성, 단식, 천막투쟁을 하고 있는 전국각지의 수많은 동지들의 문제를 속시원하게 해결할 방도를 만들어 갈 것을 약속한다.

묘비번호 가-17-1-1, 2003년 김주익 열사가 지켜보고있는 85호 크레인 아래 4도크 바닥으로 스스로 몸을 던져, 우리로 하여금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강력한 투쟁을 요구했던 곽재규 열사.

“난 아빠가 회사에서 배를 만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여긴 무슨 전쟁터 같이 느껴졌어 … 주익아저씨와 아빠가 친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죽을 필요까진 없었잖아. 아빠가 아끼고 사랑한 동생이었다면 돌아가신 아저씨를 위해 더 노력하며 이 일을 해결할려고 했어야지요.” 딸 경민이가 장례식때 낭독하여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아빠에게 보낸 편지 글’이 박힌 곽재규열사의 묘비는 살아 남아있는 자들이 해야할 일을 더욱 또렷이 되새기게 한다. 솥발산에 몇번 왔다는 전송철 부위원장후보가 정성스레 열사에게 소주잔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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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을 지켜라’며 2004년 2월 14일 새벽, 현장에서 몸을 불살랐던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 박일수 열사. 전태일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며 분신하신 지 35년. 한세대가 훨씬 지났지만 여전히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며 몸을 불사르는 비정규노동자가 있는 대한민국. 전태일 열사 시절 3백만명의 노동자가 1천3백만명으로 늘어났지만 8백5십만명의 비정규노동자가 근로기준법도 노동조합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문영만 위원장후보가 마음을 다잡고 ‘차별철폐, 비정규직철폐’를 다짐하며 정성스레 소주잔을 올린다.

 

금속노조 4기 임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열사의 뜻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죄스러운 마음으로 천근만근의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며 솥발산을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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