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의혹.. 힘받는 `재벌개혁론`
작성자 여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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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딴 의혹.. 힘받는 `재벌개혁론`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삼성의 대선자금 제공의혹과 두산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위법 의혹이 잇따르면서 그동안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때맞춰 열린우리당이 삼성 계열사들의 헌법소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며 측면지원을 해준데다 압수수색권 입법화 등 보다 강한 조사권 부여에도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재계를 향한 공정위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두산 사태, 전형적 지배구조 왜곡 사례"
26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기업들의 의혹 사태가 반(反)재벌정책을 펴는데 우호적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는 특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부각된 두산그룹의 순환출자 및 지배구조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그룹 사태가 지배구조 왜곡과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 오너 경영의 폐해 등 우리나라 재벌들이 고쳐야 할 문제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산그룹 사태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우리나라 그룹 총수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출자총액제한과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은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여전히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산업개발→㈜두산→두산중공업 등 3개사가 순환출자로 연결돼있고 두산중공업은 다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을 소유하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두산산업개발만 쥐고 있으면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박용오 전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을 떼어 자신에게 넘기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
이같은 두산의 지배구조는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의 전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쳐온 국내 대기업의 전형적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2일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국내 자산 2조원이상 기업집단들은 평균 5% 미만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또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두산처럼 국민이 잘 알고 믿었던 기업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는 우리나라 재벌 개혁이 아직도 멀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며 "일반 국민에게 이 점을 확실히 각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헌소 등 재벌정책에 반발 거셌으나
그동안 공정위가 강하게 주장해온 `재벌개혁`은 현실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을 빚어온 게 사실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대기업 집단 소유지분구조 공개 등 공정위가 내놓는 정책들은 건마다 재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 소속 계열사들이 제기한 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삼성화재·삼성생명·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 3사는 지난달말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한 공정거래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재계는 공정거래법이 분명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며 삼성을 전폭 지원하고 나섰다.
공정위를 향한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반기업 정서를 퍼뜨리고 대기업을 무조건 반도덕적 집단으로 몰아부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것.
가뜩이나 기업의 투자의지가 살아나지 않는 마당에 소유지배구조 발표 등으로 기업 발목잡기에 집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는 동감하면서도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시기나 수준을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와 관련 삼성으로부터 헌법소원이 제기됐을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법개정 과정에서 그만큼 논쟁을 벌였으면서 또다시 위헌 운운하는 것은 공정위를 우습게 보는 처사"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공감대 확산·여당 지원.. 탄력받는 정부 재벌정책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공정위에게 유리한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언론사주를 통해 대선자금을 제공하고, 기업 주도권 장악을 위해 형제간 의를 끊으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아직 멀었다`는 공정위의 재벌개혁론에 당위성이 더해지고 있는 것.
여당에서 조성되고 있는 공정위 지원 분위기도 공정위 움직임에 추진력을 더해주는 요인이다. 특히 여당에서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압수수색권`이 현실화할 경우 공정위가 조사할 수 있는 범위와 정도가 확대돼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정책이 한층 탄력받게 될 전망이다.
참여연대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온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재벌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한수 참여연대 경제개혁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재벌정책은 개별 상장법인의 위법성을 규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왔다"며 "대다수 기업들이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룹 전체 차원의 부정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형성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 필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정부가 정책을 펴나가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최근의 상황으로 다져지는 우호적 여론을 반기면서도 기업과 정부간 감정 악화로 확대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재벌개혁 작업을 무조건 나쁘게만 평가하는 시각이 줄어든 것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공정위 업무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따라 계획적으로 진행될 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의혹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은 해당기업의 이미지 악화, 신뢰도 추락 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전체적으로도 악재"라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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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나 ray@edaily.co.kr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삼성의 대선자금 제공의혹과 두산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위법 의혹이 잇따르면서 그동안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때맞춰 열린우리당이 삼성 계열사들의 헌법소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며 측면지원을 해준데다 압수수색권 입법화 등 보다 강한 조사권 부여에도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재계를 향한 공정위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두산 사태, 전형적 지배구조 왜곡 사례"
26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기업들의 의혹 사태가 반(反)재벌정책을 펴는데 우호적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는 특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부각된 두산그룹의 순환출자 및 지배구조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그룹 사태가 지배구조 왜곡과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 오너 경영의 폐해 등 우리나라 재벌들이 고쳐야 할 문제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산그룹 사태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우리나라 그룹 총수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출자총액제한과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은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여전히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산업개발→㈜두산→두산중공업 등 3개사가 순환출자로 연결돼있고 두산중공업은 다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을 소유하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두산산업개발만 쥐고 있으면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박용오 전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을 떼어 자신에게 넘기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
이같은 두산의 지배구조는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의 전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쳐온 국내 대기업의 전형적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2일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국내 자산 2조원이상 기업집단들은 평균 5% 미만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또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두산처럼 국민이 잘 알고 믿었던 기업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는 우리나라 재벌 개혁이 아직도 멀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며 "일반 국민에게 이 점을 확실히 각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헌소 등 재벌정책에 반발 거셌으나
그동안 공정위가 강하게 주장해온 `재벌개혁`은 현실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을 빚어온 게 사실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대기업 집단 소유지분구조 공개 등 공정위가 내놓는 정책들은 건마다 재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 소속 계열사들이 제기한 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삼성화재·삼성생명·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 3사는 지난달말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한 공정거래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재계는 공정거래법이 분명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며 삼성을 전폭 지원하고 나섰다.
공정위를 향한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반기업 정서를 퍼뜨리고 대기업을 무조건 반도덕적 집단으로 몰아부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것.
가뜩이나 기업의 투자의지가 살아나지 않는 마당에 소유지배구조 발표 등으로 기업 발목잡기에 집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는 동감하면서도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시기나 수준을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와 관련 삼성으로부터 헌법소원이 제기됐을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법개정 과정에서 그만큼 논쟁을 벌였으면서 또다시 위헌 운운하는 것은 공정위를 우습게 보는 처사"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공감대 확산·여당 지원.. 탄력받는 정부 재벌정책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공정위에게 유리한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언론사주를 통해 대선자금을 제공하고, 기업 주도권 장악을 위해 형제간 의를 끊으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아직 멀었다`는 공정위의 재벌개혁론에 당위성이 더해지고 있는 것.
여당에서 조성되고 있는 공정위 지원 분위기도 공정위 움직임에 추진력을 더해주는 요인이다. 특히 여당에서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압수수색권`이 현실화할 경우 공정위가 조사할 수 있는 범위와 정도가 확대돼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정책이 한층 탄력받게 될 전망이다.
참여연대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온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재벌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한수 참여연대 경제개혁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재벌정책은 개별 상장법인의 위법성을 규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왔다"며 "대다수 기업들이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룹 전체 차원의 부정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형성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 필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정부가 정책을 펴나가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최근의 상황으로 다져지는 우호적 여론을 반기면서도 기업과 정부간 감정 악화로 확대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재벌개혁 작업을 무조건 나쁘게만 평가하는 시각이 줄어든 것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공정위 업무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따라 계획적으로 진행될 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의혹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은 해당기업의 이미지 악화, 신뢰도 추락 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전체적으로도 악재"라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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