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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차체를 생산하는 대덕사 공장의 기계가 멈춘 지 150여일째. 올해 2월25일 회사가 동울산세무서에 폐업신고를 마쳤지만 금속노조 대덕사지회 조합원들은 공장을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3일이 지난 2월28일, 사무직과 경영진 모두 공장을 떠나고 폐업공고가 붙던 날에서야 밤새 켜져 있던 공장의 불빛이 꺼졌다. 거대한 굉음을 내며 차체를 생산하던 기계들이 멈췄고 공장의 노동자들은 망연자실 손을 놓아야만 했다.
“정확히 오전 11시였어요. 현대차에 차체를 대기 위해 40여명의 노동자들은 라인에서 바쁜 손길을 멈추지 않았어요. 더이상 생산할 필요가 없다는 경영진의 말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기계들이 토해내던 차체가 목에 걸린 듯 생산이 중단되고 기계소리가 멈춘 그 순간, 공장 안은 조용했다. 더이상 일할 수 없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듯 여성노동자들의 흐느낌만이 들릴 뿐이었다.
스스로 기계 전원을 끌 수밖에 없었다는 박남철(가명·32) 조합원이 전해 준 당시 상황은 처참했다. 그렇게 5개월간 기계를 빼내기 위해 수차례 용역직원을 이끌고 공장으로 들어오려던 경영진을 막아서고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이들이 지난 11일 결국 집단 단식농성이라는 극한 투쟁방법을 선택했다.
“우리 고용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곳은 현대차 밖에 없습니다. 현대차 하나만을 바라보며 지난 30여년간 이곳에서 부품을 생산해 왔어요. 부품업체는 현대차로부터 신규물량 수주를 못 받으면 그날로 생명이 끝납니다.”
현대차, 부품사 ‘길들이기’인가
그들의 절박한 목소리에도 대덕사와 현대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회사 설립 당시부터 30여년간 현대차 부품만을 생산했는데 하루아침에 폐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 더욱이 대덕사는 현대차 주 차종인 ‘클릭’ ‘아반떼 XD' '산타페’ 등 주요 차체를 납품하고 있었다. 대덕사가 폐업하게 되면 현대차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이는 현대차가 대덕사를 본보기로 해 강성노조(?)인 금속노조 부품사 지회들을 길들이고 향후 진행될 자동차 모듈화 및 한일FTA 체결에 따른 대대적인 부품사 구조조정의 전초전을 시작했다는 말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흠집이라도 내겠다
지난 11일, 21명으로 시작한 집단단식농성이 10여일을 넘어서고 있다. 어차피 공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바에야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차라리 ‘굶어죽기’를 각오했지만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이미 10여명이 탈진한 상태다.
농성장에서 만난 김태환(가명·34)씨는 “그만두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며 하얗게 말라버린 입술로 힘겹게 말을 이었다. “회사가 폐업을 단행하고 농성에 결합했던 조합원들이 하나 둘 떠났지만 모두 취업이 안 되고 있다”며 “취업을 하기 위해 다른 부품업체를 찾았지만 ‘대덕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아무개씨의 경우는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에 취업했음에도 현대차에서 공장출입증을 발급하지 않아 취업 15일만에 ‘해고’를 당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폐업 150여일째, ‘현대차’라는 태산을 상대로 금속노조 대덕사지회 조합원들의 목숨을 건 단식농성이 불볕 더위 속에 계속되고 있다. 탈진으로 노동자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있지만 현대차는 더운 날씨에 공장 정문 앞에 깔린 잔디가 죽지 말라고 스프링쿨러만 계속 돌릴 뿐이다.
<인터뷰> 박춘곤 금속노조 대덕사지회장
“필사즉생, 전체 노동자들의 싸움으로 반드시 만들겠다”
ⓒ 매일노동뉴스
올해 나이 서른. 며칠 후면 대덕사에 입사한 지 올해로 12년째를 맞는다. 박춘곤 금속노조 대덕사지회장은 1993년 8월10일 실업고 3학년 재학 중 이곳으로 실습을 나왔다. 군복무도 병역특례를 받았으니 그의 인생 절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지난 21일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 단식농성장에서 10일째 단식농성중인 그는 “죽기를 각오한 싸움,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 일지라도 현대차를 상대로 한 ‘고용승계’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의지를 태웠다.
- 집단 단식농성이라는 극한 투쟁을 시작한 이유는.
“지난 2월28일 회사쪽의 일방적인 폐업 이후 금속연맹, 금속노조 주최로 수차례 파업과 집회 등을 진행하며 이번 폐업에 대해 현대차가 책임지고 제3자 매각과 조합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장이 그동안 숱한 집회하면서 수배를 당하고 조합원 25명도 업무방해로 이미 고소·고발 된 상태다. ‘필사즉생’ 죽기를 각오하면 살지 않겠는가.”
- 대덕사 농성이 갖고 있는 의미는.
“올해 비정규노동자들 투쟁이 봇물처럼 터졌다. 이제 하반기 현대차의 바이백지침이 현실화되면 자동차부품업체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도 불거질 것이다. 해외생산제품 역수입 문제는 자동차부품업체 노동자들의 고용문제 뿐 아니라 노동3권을 위협할 뿐더러 국가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문제다. 원청인 현대차로부터 토사구팽 당해 이렇게 길거리로 내몰려 있는 우리의 싸움을 통해서라도 바이백을 저지하고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막을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 지회의 요구사항은.
“이번 사태의 실질적 책임을 지고 있는 현대차가 대덕사를 제3자에 매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3자 매각대상은 현대차에 납품하는 차체 부품업체 중 대덕사 아이템을 이중개발한 업체를 포함, 2004년 매출액 상위 5위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조건이다. 조합원들의 완전고용을 비롯해 단체협약, 노조승계가 원칙이 되어야 한다. 또 대덕사 경영진은 대덕사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고 노동자들의 퇴직금 중도정산 및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노동자들에게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 원청을 상대로 한 싸움이 쉬워보이지 않는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가장 지치는 것은 조합원들이다. 88명이었던 조합원이 현재 35명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들의 결의를 세우고 다시 현대차를 상대로 한 커다란 싸움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집단단식농성을 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현재 금속노조 울산지부 독자적으로 하고 있는 이 싸움을 민주노총 총연맹으로 확대해 자동차 부품업체를 비롯해, 전체 노동자들의 싸움으로 반드시 만들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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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님의 댓글
노동자 작성일
죽일놈들~ 언제까지 노동자를 죽게만들꺼나
빨리 사태해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