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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형제들
작성자 우정
댓글 1건 조회 817회 작성일 200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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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 김병길 뉴스에세이

그 집 형제들
 
 ◇ 편집이사

선친의 눈물겨웠던 자식농사
화목으로 일어선 두산그룹
형제싸움에 명성 무너져
분란 하루빨리 잠재워야

화목하기로 소문난 그 집(두산그룹) 형제들 간의 재산싸움이 우리를 안타깝게하고 있다. 서울 종로의 거상 박승직(朴承稷) 창업주가 ‘박승직 상점’의 문을 연 1896년 이후 109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1970년대 중반 그 집이 ‘OB그룹’으로 한창 사세를 키우고 있을 때 박승직 창업주의 아들인 고 박두병(朴斗秉)회장의 전기를 쓰는 일에 참여하면서 집안내력을 세세하게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또 OB그룹에서 국내 최초로 명품 포도주를 개발했을때 포도주 이름을 지을 수 있는 행운을 차지해 또 다른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그때 본 박두병 회장은 슬하의 6남1녀를 그 어느집 부모보다 엄격히, 또 철저히 가르쳐 인재로 만들어 내는 훌륭한 아버지였다. 그의 자식농사의 원칙은 첫째 군복무를 마치게 하는 일이며, 그 다음은 미국유학을 꼭 보냈다. 공부를 마치고 오면 은행원 생활을 몇 년 시켰으며 다른 기업에서 말단 월급쟁이 노릇을 거치게 한 다음 가업에 참여토록 하고 있었다.
또 결혼한 아들 내외와는 반드시 3~5년을 함께 살면서 며느리 시집살이를 거친 다음 분가시켰다. 며느리들은 그 집에서 머문 양옥을 가리켜 ‘훈련소’라고 했으며 그곳에서 가문의 화목과 절약의 가풍을 몸에 익혔다.
예컨데 “형제간에 절대로 싸워서는 안된다. 형은 나는 형이니까 아우보다 적게 가져야지 생각하고, 아우는 나보다 형이 당연히 더 많이 가져야지 하고 생각해라. 각자 자신이 적게 갖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형제간에 재산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그래서 두산은 재계에서 드문 ‘형제 경영’집단이 됐다. 고 박승직 창업주→고 박두병 회장에 이어 박용곤(1981~91년, 93년~96년), 박용오(96~2005.7) 회장에 이어 박용성 회장 등 형제들이 나란히 그룹 경영권을 승계 받았다.
고 박두병 회장은 광복후 일제가 남기고 간 ‘소화기린(昭和麒麟) 맥주’를 인수해 OB맥주로 키우면서 일어선 명망있는 기업인이다. 이후 아들들이 일군 두산그룹은 최근 몇년간 가장 비약적으로 도약한 대기업으로 꼽힌다.
OB맥주 등 주류부문을 매각하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 그룹의 색채를 수출주도형 중공업으로 변신시켰다. 이어 알짜 기업인 대우종합기계(현 두산 인프라 코리아)까지 인수해 당당히 재계 10위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번에 형제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들의 명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돈이라면 아쉬울 것이 없을 재벌이 돈 때문에 형제가 서로 멱살잡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형제라는 운명적 혈육관계가 권력과 재산 앞에서 무의미하다는 것을 역사에서도 우리는 많이 봐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생전에 자식들이 의좋게 지내기를 바라면서 이방원이 주도한 ‘왕자의 난’과 삼국지에 나오는 조식의 칠보시(七步詩)’를 들려주었다고 한다.(정몽준 저, ‘꿈은 이루어진다’)
형제란 묘한 관계다. 좋아하고 아끼면 서로 힘이 되고 ‘형제는 용감했다’가 된다. 그러나 권력이나 돈 때문에 틀어지면 앙심이 남보다 무섭다.
‘옛날 어느 형제가 길을 가다가 아우가 황금 두덩이를 주웠다. 아우는 그것을 형과 한덩이씩 나누어 가졌는데, 강가에 이르러 배를 타고 건너게 되자 아우는 문득 제 손에 든 금덩이를 물속에 던져 버렸다. 형이 왜 그랬냐고 아우에게 까닭을 물었다. 아우가 대답하기를 “금을 줍기 전까지는 형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조금도 변함이 없었으나 금을 나누어 갖고 난 후부터 갑자기 형을 미워하고 시기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형 역시 금덩이를 강물에 던지고 너의 말이 옳다고 했다.
그 집(두산그룹)의 형제간 화목이 이번처럼 무참하게 깨지고 만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너무 비대해지면서 서로 나눠갖기에서 불화가 싹트기 시작, 오늘의 파탄을 자초케 된 것이다. 또 기업이 일정규모 이상 커지면 ‘가족경영’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보여준 것 같다. 두산가는 이번 분란을 빨리 잠재우는 것이 그동안 믿고 키워준 국민에 대한 도리이며 선대에 끼친 누를 씻는 일이다.
과거 우리 기업사를 보더라도 집안싸움을 벌인 집치고 쭉쭉 뻗어나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2005-07-27 1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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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권 분쟁 일파만파…찢어진 斗山 걱정이 泰山 
 
[동아일보]
《오너 가문 형제들 간의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두산그룹이 술렁이고 있다. 그룹은 ‘경영 철학’ 발표를 미루기로 했고 두산중공업 노동조합은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박용성(朴容晟) 회장의 그룹 회장직 승계를 둘러싸고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형제 경영 철학’ 수정 불가피=두산그룹은 25일 그룹의 경영 철학을 담은 ‘두산 웨이’의 발표를 내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에는 이달 중 ‘두산 웨이’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예정대로라면 두산그룹은 ‘두산 웨이’에 1896년 박승직 상점부터 내려온 100여 년간의 그룹 경영방식과 철학, 비전을 정리해 담을 예정이었다.


특히 가족들의 ‘공동소유 공동경영’이라는 두산그룹만의 독특한 문화가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가 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전면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그룹 회장 승계는 차질 없을 듯=박용성 회장과 박용만(朴容晩)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이날 정상 출근해 업무를 하면서 검찰수사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용오(朴容旿) 전 회장은 총재직을 맡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업무 관련 출장도 취소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피했다. 박 전 회장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박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직 승계에 대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그룹 회장직은 계열사 대표이사직과 달리 대주주 가운데 상징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어서 박용성 회장의 회장직 승계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 노조 “진상 밝혀라”=두산중공업 노조는 경남 창원 공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노조는 “전직 그룹 총수가 비리 내용을 직접 고백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관계 기관은 경영비리에 관한 내용을 엄중 수사해 한 점 의혹 없이 밝히라”고 요구했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27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산업개발 노조와 함께 상경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주성원 기자 <a href=mailto:swon@donga.com>swon@donga.com</a>




▼검찰 본격수사… 서울중앙지검에 배당▼


대검찰청은 25일 두산그룹 박용오 전 회장 측이 진정서를 제출한 두산그룹의 17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진정서 등 기록을 검토해 수사를 담당할 부서를 배당한 뒤 본격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박용오 전 회장의 측근인 손모 전 춘천CC 상무는 21일 “박 전 회장의 동생들인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지난 20년간 위장계열사 등을 이용해 17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800억 원대의 외화를 밀반출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황진영 기자 <a href=mailto:buddy@donga.com>buddy@donga.c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