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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일본 뒤에는 미국이 있다
작성자 펌맨
댓글 0건 조회 770회 작성일 200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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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할 역할은 다 했고, 남은 역할은 내가 변치 않고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어주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 나라, 사회의 변화와 전진을 지켜보면서, 혹시 요구가 있으면 몇 마디를 해주는 것으로 족하지."
 
  프랑스의 <르 몽드>는 리영희 선생(한양대 명예교수)을 민주화 운동 당시 한국 청년, 학생들의 '사상의 은사'라고 불렀다. 한 평자는 그를 '살아있는 신화'로 부르기도 했다. 2000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칩거하던 리영희 선생이 한반도의 20세기를 관통한 전 생애를 회고한 <대화>(임헌영 대담, 한길사 펴냄)를 내고 "미국식 자본주의의 극복"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후배 세대에게 던졌다. 마침 북핵, 독도 문제 등 난마처럼 얽힌 국제정세 속에서 온 국민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때이다.
 
  지난 연말 평생 장서를 군포 시립도서관에 기증한 리영희 선생은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당장의 구체적 문제에 천착하는 연구자가 아니다. 이 때문인지 김민웅 성공회대 겸임교수와 대화를 시작하기 전 리 선생은 "자료와 빈틈없이 짜인 논리에 기반을 둔 실증적이고 정리된 대답을 하기는 어렵다"며 "이 때문에 지금 진행되는 구체적인 상황을 언급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두 시간 동안 대담이 진행되는 동안 리 선생은 지금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 거침없는 시각을 내놓았다.
 
  "독도 문제, 미국이 일본 팽창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리영희 선생(한양대 명예교수) ⓒ프레시안 
 

  리 선생은 우선 최근 한승조 등 일부 극우인사들의 일제 강점기를 정당화하는 발언의 배경에 주목했다.
 
  리 선생은 "한 교수 같은 사람의 주장은 오히려 현재적 의미 속에서 살필 때 더 큰 문제가 있다"며 "그들의 주장에는 미국과 군사적 협력을 통해 일본과 공동 전선을 형성해 중국, 러시아와 대항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유사시에 미국의 묵인 하에 일본군이 한반도로 진출할 수 있고 거기에 국내의 우익ㆍ반공 세력이 동조하는 것을 상정한 1960년대 일본의 '미쓰야 계획'의 21세기 버전이라는 것이다. '미쓰야 계획'은 1965년 리 선생이 <조선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당시 한국을 방문한 일본의 기시 노부스케 전 수상 인터뷰를 통해 폭로돼 당시 큰 파문을 일으킨 '일본군의 가상 작전계획'이다.
 
  리 선생은 북핵, 독도 문제 등에서도 '미국의 역할'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독도 문제 등이 큰 관심을 끌고 있지만 지식인이나 대중들이 핵심을 놓치고 있다"며 "현재 우경화된 일본의 행보 뒤에는 미국이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일 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우리나라와 중국에 대해서 영토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서 1905년 영국이 일본을 앞세워(영일 동맹) 중국과 러시아를 공격하고, 더 나아가 동남아시아를 장악했던 1백 년 전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며 "당시 영국이 했던 것처럼 지금 미국은 향후 전개될 중국, 러시아와 대립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일본의 팽창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1960년대처럼 미국은 북핵 문제를 계기로 북한을 압박해 일본, 한반도, 대만, 필리핀을 잇는 중국과 러시아을 견제하는 새로운 축을 다시 만드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며 "일본을 욕하는 것만으로 독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쉽게 동요하고, 흥분하면 싸우기도 전에 저들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
 
  리영희 선생은 최근 독도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지도자, 국민의 태도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리 선생은 "지도자부터 국민들까지 쉽게 동요하고, 흥분하기 시작하면 싸우기도 전에 저들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그런 대응으로는 절대로 일본을 따라 갈 수 없다"고 최근의 노무현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의 감정적인 대응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리 선생은 대신 불독같은 영국인, 여우같은 일본인처럼 행동할 것을 부탁했다. 그는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가볍게 동요하지 않으면서도 끈질긴 '불독의 뚝심'을, 또 치밀함, 조직력, 협상력을 조화시켜 나가는 '여우의 교묘함'을 동시에 가질 때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편협한 민족주의 벗어나 우리의 약점과 못남 직시해야"
 
  리 선생은 지난 2,30년간 우리나라가 이룩한 성과에 대해서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민족 역량에 대한 냉정한 자기반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 선생은 "지난 2,30년은 과거 어떤 특정한 시기의 몇십 년보다 더 큰 변화를 이룩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우리가 희망하고 지향하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양과 질의 속도를 놓고 보면 불만이 없지는 않지만,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근거'를 마련한 시기"라고 지나온 한 세대에 걸친 기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리 선생은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국수주의적이고 편협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다른 민족들이 이룩한 성취에 대해서 눈을 돌려보는 '세계적 시야'가 필요하다"며 "루쉰이 <아Q정전>에서 철저하게 중국 대중의 무지몽매, 교활, 탐욕, 무능, 이런 부정적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스스로 각성을 촉구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뼈아픈 자기반성을 통해 우리의 약점과 못남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벌거벗은 자본주의' 좇는 현재 상황 '절망적'"
 
  특히 리 선생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좇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서 "절망적"이라며 침통함을 표시했다.
 
  리 선생은 "이익만을 좇는 인간성이 상실된 미국의 '벌거벗은 자본주의'를 우리나라가 좇고 있는 것은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나라 사람처럼 무제한적인 사치, 방종, 이기주의와 같은 이런 구제불능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나라가 없다"고 한탄했다.
 
  리 선생은 "인간적 요소를 물질적 가치의 하위에 놓는 경제 제도, 정치 구조 이런 것을 배격해야 한다"며 "'인간이 인간과 더불어 살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마음을 합치고, 희망을 공유하고, 외교적ㆍ정치적인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겠느냐"며 현 사회경제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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