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일한 부부를 한꺼번에 해고시키다니..." (통일중공업관련 오마이뉴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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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일한 부부를 한꺼번에 해고시키다니..."
창원 통일중 김택선-이영희씨 부부...'회사가 너무한다' 반응
윤성효(cjnews) 기자
"20년 동안 힘겨웠지만 오직 가정의 행복을 위한 아주 작고 소박한 소망을 키워왔는데, 어찌 이렇게 하루아침에…. 며칠 전 딸아이가 엄마 아빠가 해고된 사실을 알고 '엄마 나 학교 그만두고 돈 벌러 가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40대 부부가 20년 동안 같은 직장에 다니다가 한꺼번에 해고되었다.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부부 중 한 명은 남겨두는 게 인지상정이며 기업의 일반적인 관례다. 그런데 창원 통일중공업은 부부를 같은 시기에 해고 결정을 내려 ‘너무 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통일중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택선(48)·이영희(46)씨 부부에 대해 해고 결정을 내렸다. 이씨에게는 해고 통지를 했으며, 김씨에 대해서는 통지를 하지 않은 상태다. 이날 통일중은 이들 부부 이외에 88명에 대해 해고 결정을 내려 노동계로부터 ‘노동자 대학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6일 저녁 통일중 1공장 정문 앞. 70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노동자 대학살 규탄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씨가 준비해온 원고를 들고 단상에 올랐다. 이씨는 통일중 입사부터 해고결정까지 사연을 털어놓았다. 연설을 듣고 있는 노동자들은 고개를 숙였고, 연설이 끝나자 아줌마 노동자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씨는 28세이던 87년 두 돌이 채 안된 아들과 다섯 살 된 딸을 시골 부모께 맡겨두고 통일중공업에 들어가 식당 일을 했다. 남편 김씨는 한 해 전 통일중 주물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시골에 맡겨 놓고 엄마를 애타게 기다릴 아이들을 생각하며 뼈가 으스러지게 일을 했습니다. 퉁퉁 부은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 생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시골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면 어린 아들은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애들을 데리고 와서 남편과 함께 야근을 하는 날엔 아무도 없는 집에 어린애들 둘만 놓아두고 3일에 한번씩 하는 야근을 해야 했으며, 야근을 하고 이튿날 퇴근해보면 지친 아이들은 허기진 배를 방바닥에 붙인 채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세월이 기억나 지울 수가 없습니다.”
"20년간 식당일 한 아줌마를 주물공장에 보내다니..."
통일중은 지난 해 3월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250명에 대해 집단휴업휴가를 단행했고, 이들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와 노동부로부터 ‘원직복직’ 결정을 내렸다. 식당에서 일하던 이씨도 휴업휴가자에 포함되었으며, 남편은 금속노조 경남지부 파견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씨는 “회사는 2년 전 직영이던 식당을 외주로 전환하면서 소속도 외주업체로 옮길 것을 회유했지만 버텼는데, 지난 해 3월 휴업휴가자에 포함시켜버렸다”면서 “올해 초 회사는 복귀를 시키면서 식당이 아닌 주물공장에서 계단과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20여년간 식당에서 일한 사람을 주물공장으로 파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회사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 처분을 내렸다.
남편인 김씨는 지난 1월 근무처였던 주물공장에 들어갔다가 관리직에 밀려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 결정을 내렸다. 이영희씨는 현재 통일중 1공장 정문 앞에서 천막을 설치해 놓고 88명의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이제 이들 부부는 생계가 막막한 상태다.
“저는 결국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부당해고 되었습니다. 지금 저에게 투쟁사를 하라고 하지만, 저는 투쟁이라는 단어를 잘 모릅니다. … 남편이 노동조합 간부를 하면서 임단투 때 집에 두세달씩 들어오지 않으면 아이들은 ‘왜 아빠는 집에 오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대답을 할 수 없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물어본다면 대답해 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대답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씨는 연설 마지막에 “진흙이 뜨거운 불속에서 돌덩이보다 더 단단해지듯이 회사의 탄압이 크면 클수록 우리들은 더욱 단단해 질 것입니다”고 말했다. 그녀가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집회장소에 있었던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부인의 말을 들으면서 가장의 책임감이 더 무겁게 다가왔던 것이다. 집회 다음날인 17일 아침 이씨와 김씨는 함께 천막에 나타나 이전과 같이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허재우 지부장은 “회사는 무단결근이라 하지만 오히려 회사가 지노위와 노동부에서 권고한 ‘원직복직’을 받아들이지 않고 복귀대상자를 다른 공장으로 보낸 것이 잘못이었다”면서 “회사는 해고사유도 아닌데도 해고를 단행했으며, 부부를 한꺼번에 해고한 것은 분명 잘못”이라고 말했다.
통일중 회사 관계자는 “(부부가 한꺼번에 해고된 것에 대해) 듣고 보니 그런 면이 있다”면서 “김택선씨와 이영희씨는 한꺼번에 해고되었을 뿐이지 그 사유는 다르고, 김씨에 대해서는 아직 해고 통지가 안된 것이기에 절차상으로 해고된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2005/03/17 오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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