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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단결투쟁 당당하게 현장속으로
아무리 고생을 시켜도
작성자 새길벗
댓글 4건 조회 1,013회 작성일 200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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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노동조합 징계자 수련회에 다녀왔습니다. 강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소식이 궁금해서 가 봤습니다. 노동문제와 관련된 활동을 한 지 25년이 됐지만 ‘징계자 수련회’라는 말은 처음 들었고, 그런 글자가 박힌 행사 현수막도 처음 봤습니다.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내가 그동안 열심히 한 활동이 결국 이 사람들 파면 당하는 데에 도와준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서글펐습니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이런 말들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징계자라는 말 쓰지 맙시다. 최소한 희생자라고 표현합시다. 오늘부터 우리는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바로 국가유공자야. 우리나라 역사를 발전시킨 역사의 주인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를 ‘국가유공자’라고 부릅시다.”

“공무원 생활 하면서 지금까지 가벼운 징계 한번 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5년만에 처음 받은 징계가 ‘파면’입니다.”

“2004년 12월 31일, 23시 58분, 새 해를 2분 남겨 놓고 공무원노조법이 2004년 마지막 법률로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우리가 비록 파면 당했지만, 공무원 동료들을 계속 만납시다. 만나서 계속 얘기합시다. 그렇게 조직을 다시 복원합시다. 함께 갑시다.”

“징계 당한 우리들에게 또다시 앞장서라고 요구하는 것이냐고 불평하는 동지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앞으로 같은 상황을 만난다 해도, 다시 또 파면 당하는 선택을 할 것입니다. 비록 파면 당했지만, 저는 제가 공무원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성북구청 위생과 목욕탕 담당’ 공무원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성북구청! 위생과! 목욕탕 담당!”이라고 또박또박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보고 있는데, 눈물 납디다.)

한 공무원 노동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간디’의 글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글을 동지들 앞에서 읽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행위의 결실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다. 당신이 한 행위에 대해서 지금 당장 결실을 얻는 것은 당신 능력 밖의 일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얻게 될 결과를 당신이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할 것이다.”

공무원 징계자 수련회에 조금 늦게 도착해 뒷자리에 주빗주빗 들어와 앉는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노동자를 보면서, 2년쯤 전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다른 곳보다 일찍 공무원노조가 설립된 서울의 한 구청에서 네 차례에 걸쳐 노조 간부 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교육의 마지막 날, 조금 늦은 시간에 들어와 뒷자리에 주빗주빗 눈치를 보며 끼어 앉는 공무원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그 구청에서 가까운 다른 구청 소속 공무원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다니는 구청에는 아직 노동조합이 설립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뒷풀이 시간에 그 노동자는 “우리 구청도 빨리 이렇게 돼야 할텐데... 이 구청 공무원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우리도 빨리 노조가 만들어지고 이렇게 교육도 하고 그래야 할텐데...”라고 정말 부러워하는 듯 말했습니다. 자기 구청에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은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배우러 왔노라고 했습니다.

바로 그 노동자였습니다. 2년쯤 전, 교육시간에 조금 늦게 와 주빗주빗 눈치를 보며 뒷자리에 끼어 앉던 바로 그 모습 그대로, 징계자 수련회 장소에 조금 늦은 시간에 들어와 눈치를 보며 주빗주빗 끼어 앉았습니다. 그 사람도 파면 당한 공무원이 된 것입니다.

역사 속에는 그런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을 것입니다. 앞에서 깃발을 높이 드는 사람도 있지만, 구석에서 두려워 떨며 따라다닌 사람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 경험을 평생 동안 가슴에 상처로 간직하고 살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징계자 수련회에서 2년 전과 똑 같은 몸짓으로 뒷자리에 끼어 앉던 노동자를 보면서, 그런 사람들이 바로 역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청에서 민주화운동보상신청 사실조사업무를 맡은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거의 자원하다시피 그 일을 맡았다는데,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 공무원이 옆 사람에게 자신이 사실조사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을 거의 절규하듯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사람들은 올바르게 살겠다고 애쓴 진짜 노동자들이야. 지금 운동권에서 어떤 직책을 갖고 있거나 노동조합 간부도 아닌 사람들…. 농성장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 채 구사대나 전경한테 얻어맞고 쫓겨나, 그 뒤에는 취업도 안 돼 고생하는 사람들…. 병원에서 진료 받았다는 기록도 없고 활동을 입증해줄 자료도 없는 사람들…. 어떻게 좀 유인물 한 장이라도 좀 찾아보시라고 부탁을 해보지만 어디서 구해볼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 내가 그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진술조서를 최대한 잘 받아주는 일밖에는 없어. 정말 안타까워.”

나중에 나하고 좀 길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을 때, 그는 자신하고 있는 업무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정말 의로운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느꼈어요. 학생운동, 노동운동, 사학비리관련운동, 전교조, 자유언론운동, 공직자 숙정으로 희생당한 사람들, 긴급조치, 국가보안법, 갖가지 유형의 정의로운 사람들에 대한 애환과 고통까지 다 드러내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해요. 정말 훌륭한 사람들인데 잘못하면 역사 속에 그냥 묻혀버리고 말 거예요. 보상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한 사람도 남김없이 조사해서 우리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해요. 제가 하는 일이 그런 의미라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년 전, 그를 처음 만났던 날 “공무원노조를 준비하다가 나중에 파면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보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무엇이 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선택했어요. 그 생각이 제 삶을 이끌어갑니다.”

며칠 전, 그 공무원 노동자가 두 달의 수배생활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한 뒤, 경찰서에 자진 출두했습니다. 어렵게 전화 통화가 됐습니다. 잠시 안부를 묻고 나서 저는 그에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징역 잘 살고 나오세요. 나중에 봅시다.”

어제는 그 노동자의 부인이 남편 면회를 다녀왔다고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구속된 공무원들의 가족 모임을 만들겠다면서 날더러 도와달라고 했지만, 가족들을 돕는 일조차 결국 가족들까지 또 고생시키는 일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고생을 시켜도 ‘세속의 때’를 묻힐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던 그 공무원의 유난히 때 묻지 않은 얼굴이 생각납니다. 공무원 노조의 정당성이 온 땅에 물결치는 날까지 그는, 그리고 저도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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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징계자 수련회/하종강
진보누리에서 펌

댓글목록

새길벗님의 댓글

새길벗 작성일

  이 글 읽고 랜맨부류들은 또 결국 이 사람들 파면 당하는 데에 밀어넣은 것에 대해 책임지라고 같잖은 시비걸며 재랄을 떨겠지요.

흰머리 아자씨님의 댓글

흰머리 아자씨 작성일

  양쪽을 보세요 한쪽만 보면 에꾸될거유

레인맨님의 댓글

레인맨 작성일

  필명 흰머리 아저씨님의 정의는 한마디로 지혜로운 눈의 시의적절한 표기 이신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새길벗은 애꾸는 되지 않을것 같습니다..약간 당동벌이 성향이 있을뿐이지 저 더러운 수구애들과는 질적으로 다는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근데 새길벗은 약간 사팔뜨기 "사시" 시각이 있는건 분명한것 같습니다 따라서 새길벗은 이념안과에서 교정을 하면 금방 치료되지 않나 싶습니다. ㅎ

레인맨님의 댓글

레인맨 작성일

  하종강이 저 아자씨는 언제나 눈물 찔큼형 입니다.. 하종강님의 노동운동 전략은  알아듣지 못할 어려운 노동이념이 아니라 이땅의 기층의 노동자의 눈높이에 맞는 알기쉬운 노동운동을 하시려 하기 때문입니다  안면근육이  심각하고 툭 건들면 터질것같은 울음형 표정이지요..... 하종강씨 무쟈게 미남 입니다 프로야구 선수 김성환 닯은.. 하종강님은 노동운동에 대한 진정성과 헌신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분 이십니다.. 여성노동운동가는 부산의 김진숙 언니같이 현장의 아픔을 누구보다 더 잘아시는 이실겁니다 하종강 김진숙님 같은분 때문에 그나마 민노총이 버티지 않나 싶습니다 민노총은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째칸한것들이 노동이념에 함몰되어  몽조리 조져 버렸지 않나 싶습니다..그랴고 하종강님은 민주노총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일테면 3대독자 귀한자식 대하듯 민노총을 사랑해서 민노총 아해들 조동버릇이 나뻐지지 않았나 봅니다 이앞전 쓴소리좀 하라고 하니까 그러마고 하시드만 아직도 여전하신것 보니 아마두 민노총을 끝까지 사랑만 하실려나 봅니다...바쁘지만 조만간에 하종강님 한테 존-나게 싫은소리 또한번 하러 가야 겠습니다..지금 민노총에게 필요로 하는것은 사랑이 아니라 매서운 회초리 이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