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
참여마당
자유게시판
2025년 단결투쟁 당당하게 현장속으로
"비정규직과 함께 밥 먹기 싫다니..." (배달호열사 2주기 추모강연, 오마이뉴스 펌)
작성자 펌돌이
댓글 0건 조회 1,042회 작성일 2005-01-13

본문

 
"비정규직과 함께 밥 먹기 싫다니..."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 노동계에 뼈아픈 충고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윤성효(cjnews) 기자   
 
 
"정규직노조에서 구내 식당을 용역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해 관철시켰다고 자랑하더라. 밥맛이 없다면서 경쟁을 하면 음식 질이 나아진다는 이유였다. 용역업체는 비정규직 아니냐. 회사에서 정규직이 일을 못하니까 비정규직으로 바꾸자고 하면 대응할 논리가 없지 않느냐. 정규직은 그 칼날이 자기들을 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45) 지도위원은 "민주노총이 62만 조합원이라 하고 말과 구호와 펼침막은 넘쳐나지만 노동운동에 진정성이 없다"면서 노동운동에 일침을 가했다.

김 지도위원은 12일 저녁 창원 삼원회관에서 배달호열사정신계승사업회(회장 김창근)와 금속노조 두산중지회(지회장 강대균)가 마련한 '노동운동의 과제와 전망'이란 주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2003년 1월 9일 분신자살한 고 배달호씨를 추모하기 위해 열린 행사의 하나로, 창원 지역 노동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그녀는 현재 부산 한진중공업의 유일한 해고자다. 2003년 고 김주익·곽재규씨 사망사건 뒤 노-사 합의를 통해 나머지 해고자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김 지도위원만 남겨진 상태다. 그녀는 한진중 용접공으로 있다가 노조 활동과 관련해 해고되었다.

고 배달호씨에 대해 그녀는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돌아가기 전날 집에 수도꼭지를 고쳤을 때 그 마음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것 같다"면서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희망은 노동조합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 김주익 지회장에 대해 그녀는 "어렵게 해서 노조와 회사 사장이 합의한 사항을 회장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번복했을 때, 김 지회장은 아무런 희망도 없었기에 혼자 고공 크레인에 올라갔던 것"이라며 "밑에서 밥이 올라가는 동안 바람에 날려 비빔밥이 되어 있었고, 결국 129일만에 자살했는데,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한 대가가 얼마나 처절한가를 보여 주었다"고 회상했다.

여러 사업장 사례 소개하며 '한탄'

그녀는 비정규직 문제도 1980년대 '민주노조' 건설을 외치던 때와 같이 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의 실상을 이야기하면서 그녀는 "1980년대까지 관리직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지만 생산직은 도시락을 싸다닌 적이 있었는데, 지금의 비정규직이 그때 생산직의 모습이나 마찬가지"라 말했다.

"당시는 통근 버스를 타면 관리직들은 지정좌석이 있어 아무 때나 와서 자기 자리에 앉았다. 생산직들은 먼저 탔더라도 자리를 관리직에 내주어야 했다. 한진중공업에 다닐 때 좌석에 붙어 있었던 관리직 여자의 이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생산직은 선 채로 꾸벅꾸벅 졸아가면서 출근했다. 지금 비정규직이 그런 처지다."

그녀는 최근 한 사업장에 교육을 갔다가 들었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노조에서 정규직의 점심시간을 20분 앞당기자고 요구해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왜 20분 앞당겨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비정규직과 같이 점심을 먹으니 비정규직이 먼저 밥을 먹고 맛있는 반찬도 먼저 먹으니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였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이 해결해야 하고, 비정규직의 문제는 곧 정규직의 문제"라며 "정규직 노조의 규약을 개정해서 비정규직도 받아들여 함께 싸워야 할 것"이라 말했다.

또 그녀는 울산 한 대기업의 사례를 들면서 "정규직이 정년이 되면 그 자리는 자신의 아들이 들어와서 정규직으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명시하자는 요구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노조 간부들에 뼈아픈 충고

김 지도위원은 연이어 노조 간부들에 대한 뼈아픈 충고를 해댔다. "노조 사무실에 가면 무슨 스포츠신문이 그렇게 많은지. 정작 알아야 할 민주노총 사무실이 어디로 이사갔는지는 모르면서, 인기 배우가 어디로 이사갔다는 기사를 보고 있더라. 간부들에게 책 좀 보자고 하면 시간 없다고 하는데, 그래 가지고는 노동운동의 진정성이 없다."

그녀는 "신자유주의가 노동자들을 비겁하게 만들고 있어 무섭다"고 말했다. "같은 사업장인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먼저 해고가 되었는데도 남성들은 그냥 있다. 해고 바람이 불면 나이 든 노동자들이 먼저 대상이 되는데 젊은 사람들은 모른체 하고, 집회를 해도 참석하지 않는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노동운동에 논리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임금 인상 일변도의 교섭과 파업은 문제라 지적했다. "지하철의 경우 처음 파업 들어갈 때는 거창하게 기자회견까지 열어 '시민안전' 때문이라 하고, 병원도 '국민건강'을 내세우며, 다른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작 타결을 볼 때는 수당 몇 푼 올리는 임금인상 아니냐."

그녀는 "보수언론이며 정부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왜 자기 몸에 불을 지르고, 크레인에 올라가겠느냐"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노동조합 힘이 약화되었을 때 자본은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된다"면서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연대해야 하고, '의리'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01/13 오전 9:01
ⓒ 2005 OhmyNews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