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회사 구해낸다고
작성자 새길벗
본문
노사화합적으로다가 하도급화 비정규직으로 얌전히 내몰려
존엄성말살 당하며 쎄빠지게 일해줘도
지속적으로 강요되는 노동 유연화 변화 프로그램들
그것에의 얌전한 굴종은 더 많은 내몰림이기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노동가치에 대한 박탈감을 극복해 보려고
노동조합 설립 가입하자마자 바로 폐업으로 길거리로 내몰아 버리는 거
이게 바로 깨지고 피보는 싸움될게 뻔한거 뭐하러 하냐며
기업 입장에 대한 일방적 존중과 강요된 얌전함을 통해 펼쳐지는
아름다운(?) 노사상생과 화합의 고마운(?) 대가로 또한 고스란히 돌아오는게지요.
빌어쳐먹을....
=============
좀처럼 눈구경을 할 수 없었던 지역에 어제 제법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大寒' 이라는 절기에 걸맞게 무척이나 찬바람이 불던 오늘, 하이닉스비정규직노조의 천막농성장에 다녀왔습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이 곳 청주로 내려 온 단병호의원과 함께 했던 오전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늦은 저녁에 당원들과 함께 컵라면 몇 박스를 사 들고 천막농성장에 방문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익히 아시다시피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격적으로 폐업한 하청업체들로 인해 졸지에 거리로 내몰린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길게는 15년에서 10년 가까이 IMF의 파고를 헤쳐나오며 기업의 고통을 분담하고 작년 2조200억이라는 순이익을 기업에 안기는데 일조했던 노동자들입니다.
회사를 살리겠노라고, 청춘을 바친 기업에 쏟아부은 땀과 열정을 포기할 수 없노라고, 상여금을 반납하고 각종수당을 포기하고 이만큼 회사를 구해낸 그 원동력들입니다.
그러나 '노사화합이 하이닉스를 살렸다'며 보수언론들이 도배를 하고 노사화합대상을 받는 이면에 자본의 노예가 되어버린 정규직노조의 얼굴이 비정규직노동자들로 인해 투영되고 있습니다.
사상 유래없는 순이익을 거둔 기업의 결실은 기업과 정규직의 몫이었을지언정 그들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특근과 잔업을 반복하며 하루 평균 12~14시간 이상을 일하는 입사 10년이 넘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연봉이 2천만원입니다.
거리로 내몬 비정규직 노동자들 전부에게 기본급을 10만원씩만 올려주어도 용역깡패 600명에게 쥐어주는 한달평균 40억의 예산이면 20년치 연봉인상분이 나옵니다.
그러나 기업은 철저히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작은 바램조차 용인하지 않았고 정규직노조 또한 그들을 외면했습니다.
농성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나는 더이상 잃을것도 없는 사람이다. LG반도체를 거쳐 이곳에 이르기까지 10년을 넘게 회사의 영욕과 함께 해 왔지만 당장 다른 곳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다 해도 이 곳만큼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많이 있다. 유틸리티 업종에서 나름대로 전문가로 자처하고 있는 내가 동지들과 이 싸움을 접을 수 없는 이유는, 그동안 현장에서 너무나 인간적인 모멸감과 존엄성말살을 겪어오며 이제는 더이상 나와 같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노동자는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평생을 투쟁의 '투'자도 모르던 나에게 이 하이닉스 자본은 나에게 투사로서의 삶을 살게 해주었다."라고 말합니다.
노사화합의 표상으로 추앙되어지고 있는 하이닉스의 지금, 그 이면에 자본의 노예로 전락한 노동자들, 정규직노조의 추한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이 곳에 다 적진 않겠습니다.
택시운전을 하는 한 당원이 며칠 전, 하이닉스 정규직 노동자를 태울 일이 있어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물었던 일이 있습니다.
그 정규직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걔네들은 우리와 이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친구들이다. 회사가 문을 닫았으면 얼른 다른 직장이나 알아보지. 왜 업무에 방해되게 회사 정문 앞에 와서 시끄럽게 떠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택시운전을 하는 당원은 그 친구를 차에서 쫓아내고 싶은 감정을 참느라고 모진 인내를 해야 했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목에 날아들 칼날에 무딘 인식들은 이처럼 자본과 수구언론.보수정치에 의해 세뇌되어 저항의지를 제 스스로 꺽어 버리고 왜곡된 논리에 삶의 대부분을 맡겨두고 있습니다.
이제 2월이면 정기국회가 열리고, 무디고 박제화된 인식들의 머리위로 비정규직의 어두운 그림자가 온통 대한민국을 뒤덮는 전주곡이 울려 퍼질 것입니다.
현대차에서..., 하이닉스에서...,
자본의 수치로 한줌밖에 되지 않는 이들의 투쟁은, 자신들이 겪었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노동가치에 대한 박탈감을 극복해 보려는 작은 실천임과 동시에 '기업은 살찌고 노동자는 배고픈' 이 신자유주의의 최전선에서 정규직들의 비정규직화를 막아내는 의미심장한 투쟁임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차디찬 인도 위에 스티로폼 몇 장을 깔고 누운 그들에게 따뜻한 연대의 눈길을 보내주길 기원합니다.
----------------
하이닉스비정규직노조 천막농성장을 다녀와서 / 도승근
진보누리에서 펌
- 이전글왜! 이러나 정말, 하도급 노동자 또 사망 05.01.21
- 다음글*** 시 : 남지 철교 05.01.2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