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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단결투쟁 당당하게 현장속으로
미안합니다.
작성자 새길벗
댓글 0건 조회 1,294회 작성일 200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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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사를 대신해서


1
올해 저에게 가장 뜻깊고 보람있던 기억 중의 하나는 415총선이었습니다.
지구당위원장이 당원들과 지역 주민들앞에서 당을 대표하는데
힘을 보탠 일이었고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이루어낸 일이었습니다.

그때 지구당 게시판에 선거 마지막 날,
국회진출 하루전날 승리를 예감하고 미리 감격했을 때
적어놓았던 글을 다시 읽어보니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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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 선동방송
단호하고 자신감 넘치게 보이려고
방송차량 운전석 위에 올라 나발 부여쥐고
큰 목소리로 지지를 호소하는데

" 내일,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들어갑니다.
약속드립니다.
다시는 농약병 옆에 끼고 죽음을 생각하는 농민들이 없게 하겠습니다.
다시는 토끼같은 아이들 두고 목을 매 자살하는 노동자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다시는 온 가족이 자살해야 하는 세상이 아니도록 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약속드립니다.
정말로 약속드립니다."

이 대목을 말하는데
왜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2000년 4월 13일 밤
울산패배를 접하고서 흘렀던 눈물이 생각났습니다.
그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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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전히
농민들은 농약병을 끼고 있고
여전히 온 가족이 자살하는 일은 빈번하고
또다시
한사람의 노동자가 목을 매 자살을 했습니다.

자랑스러웠던 원내진출의 성과가 부끄럽고 죄스러운 현실로 다가오고
선거운동 마지막 날 자신있게 외쳤던 약속이 거짓말이 되어 버리고 있어
저는 부끄럽고 무섭습니다.
태산같은 책임감이 있어야 할텐데
당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위로만 할 뿐입니다.

고인이 된 노동자 김춘봉님 앞에 한없이 죄송합니다.
그분도 아마
민주노총과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의 지침에 따라
계급투표를 했을터인데
그에게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하고 외롭게 죽게 만든 당의 무기력이
가슴 찢어지도록 아픕니다.

더 늦기전에 당이 그들에게 했던 약속들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노동자의 절망과 농민들의 분노, 동반자살로 내몰리는 가족들앞에
손놓고 있기만 하다면 그건 진보정당이 아닙니다.
그건 우리가 꿈꾸고 건설하려고 했던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 아닙니다.
그건 우리에게 투표한 민중들이 기대했던 행복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속삭이던
새로운 그 무엇이 더이상 아닙니다.

더 늦기전에 더 늦기전에
당 지도부에게 약속이행을 간청해봅니다.
태산같은 책임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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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총선시기 그래도 '민주노동당이 희망!'임을 외치며 '감동의 정치'를 맛보고 싶다면 민주노동당의 당원이 되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을 감행하시라!고 권하며 당당해 하던 그 순간들을 반성합니다.

미안합니다.

의원을 10명이나 선출해주셨고 아직은 '날선 낡은 이데올로그가 판치는 현실'에서 13%에 달하는 지지를 보내주셨던 분들께 사죄를 드립니다.

더 열심히 당의 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내실있게 만들며, 진정으로 진보정당의 위상에 걸맞는 사업들을 배치하고, 힘들어하는 서민들의 손을 부여잡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일에 너무나 '부족했던' 민주노동당! 대신 사과를 드립니다. 

"우리의 입이 되어줄 의원 한명만 있었어도....," 울먹이던 늙은 단병호의 소회가 의원 한명 없던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지난 반년을 보낸 죄책감에 당신께 사과를 드립니다.

눈덩이처럼 늘어난 빚더미의 당 살림살이는 내팽겨쳐두고 '열나게 당원이나 늘리라'면서 단식하고 계신 어느 분을 대신해 당원들께도 사과 드립니다.

대구에서 '그것이 굶어 죽은 것이든, 병으로 죽은 것이든...,' 우리가 미처 챙기고 살피지 못한 죄책감을 또한 반성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또 미안합니다.

이런 당이 '그나마 비빌 언덕'이라며 희망을 품고 있는 하이닉스 매그나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당은 해줄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아니 결과가 어떠하든 최선의 노력!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그 곳'에 기울일 정도로 당이 한가하지 않습니다.
당은 그보다 더욱 '고귀한 일'을 해야 합니다.그래서 죄송합니다.

어쩌면 당은 2004년의 세밑에서가 아니라 내년에도 쭈욱~ '보다 고귀한 일'에 매달려 한 해를 보내야 할 듯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미리 사죄를 드립니다.

민주노동당은 더이상 당신의 희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난  당신이 희망을 꺽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렵니다.

당신이 진정 '민주노동당이 이 땅에 희망임을!  희망의 근거임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렵니다.

이제 함부로 공수표를 남발하는 짓따위는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눈 앞에 실체화되어 펼쳐지는 사업과 실천들을 통해 믿음을 구체화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2004년의 기억이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한 당신에게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이렇게 사과를 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모쪼록 민주노동당에 대한 마지막 기대마저 접지 마시고 아직은 온전한 정신으로 각각의 공간에서 '건강한 희생과 당의 얼굴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이 있음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며칠 남지 않은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는 행복이 당신의 삶에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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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또 한 노동자의 죽음앞에 선 민주노동당 / 박용진.
2. 미안합니다. / 도승근
진보누리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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