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제발 죽지 말자.
작성자 새길벗
본문
매우 조심스런 마음으로 쓰는 글이다.
이 글이 동지들의 투쟁에 누를 끼치거나, 죽어간 열사들의 뜻을 훼손하는 의미로 읽혀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투쟁에는 때로는 폭력이 수반될 수도 있다. 사소한 폭력일 수도 있고, 어느 시기에는 거대한 폭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투쟁에서도 피지배계급이 먼저 폭력을 행사한 일은 없다. 저항하는 자의 폭력은 언제나 제도적 폭력에 맞서는 정당방위일 따름이다. 오직 그 범주에서만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
우리는 투쟁의 수단으로 간혹 자해적 방식을 사용한다. 빈번하게 자기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고, 드물게는 밥을 굶고, 더욱 드물게는 자기 목숨까지 던져버린다. 이런 행위들은 스스로에 대한 폭력이다. 정당방위가 아닌 한에서 타인에 대한 폭력이 옳지 않듯이, 자기에 대한 폭력 또한 옳지 않다.
이상하게도 한국사회에서는 자해적 투쟁방식이 진보세력의 전유물처럼 돼버렸다. 이는 역사적 보편적 사례에서 드문 경우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자해적 투쟁방식은 진보적 투쟁보다는 파시즘적 광기와 종교적 광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또 한사람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통하게 죽어갔다. 죽은 자의 심정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으며 평가할 수 있을까.
단지 그가 남긴 유서의 이 대목이 가슴을 후벼온다.
"한진 중공업에서도 비정규직이 죽었다는 것을 알면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은 좋은 대우를 해주겠지"
그의 유서 전체에서 가장 서글프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이것을 쓰는 그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렇게 믿고싶었을 것이다. 아주 간절하게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도 그렇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있었을 것이다. 그가 죽었다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리 없다.
몇이나 더 죽어야할까? 수십 수백이 죽어도 저들은 꿈쩍하지 않는다. 오직 살아있는 자들의 투쟁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어차피 단 한번 주어지는 짧은 인생 아닌가. 목숨 붙어있는 날까지 눈 부릅뜨고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삭발하지 말자. 굶지 말자. 그리고 제발 죽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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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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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윤춘호] 계약연장 거부 항의 비정규직 자살 / 2004.12.27
비정규직으로 전환돼 근무 중인 40대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계약 연장을 거부당하자 공장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7일 오전 6시 50분께 마산시 봉암동 한진중공업 마산공장 내 도장공장 2층 계단에서 이 회사 근로자 김모(49·마산시 봉암동)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청소원 옥모(65·여)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옥씨는 "아침에 출근해 청소를 하러 도장공장 쪽으로 가다가 2층으로 가는 계단에 사람이 목을 매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억울하다. 평생을 바쳐 회사를 위해 일했는데 나이가 많다고 나가라고 하는가. 죽어서라도 비정규직 근무조건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노조에서 힘써 달라"는 내용의 편지지 5장으로 된 유서를 남겼다.
김씨는 지난해 4월 회사의 종용에 의해 명예퇴직을 한 후 다음달 곧장 촉탁사원으로 재입사, 창고관리 업무를 해왔으며 회사측은 올해 말 계약해지를 통보한 상태였다.
공장 관계자는 "김씨에게 사내 협력업체 취업을 주선하겠다는 뜻을 전했는데 업체측과 협의가 어떻게 마무리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 등을 불러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고 김춘봉씨 유서 전문
24년간 이 회사를 위하여 몸과 청춘을 받쳤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이렇게 밖으로 쫒겨나게 되었다. 누구를 원망하지도 미워할 수도 없지만,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을 정말로 죽이고 싶다. 돈없고 힘없는 사람은 모두 이렇게 해도 좋다는 말인가.
그 당시 마산 및 울산 공장에서는 많은 동료들이 명퇴를 하였다. 타의든 자의든 생활건이 멀리 떨어져 불안한 마음으로 명퇴를 하고, 또 나이가 많다고 명퇴시키고 근무지가 편안하다고 명퇴를 시켰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다. 2002년과 2003년 두차례 시달리며 명퇴 권고를 받았다. 그 당시 관리부장 김XX, 노무차장 이XX 두 사람이 나에게 수없이 권고하였다. 또한 그 당시 산재환자도 보상을 해주면서 일괄정리하자고 하였다.
나는 이곳 현장에서 작업 중 다리를 다쳐 병원생활을 10개월 하였다. 그 후 노동부로부터 9급이라는 산재 등급을 받았다. 회사 노무팀에서 나에게 이러한 제안이 들어왔다. 산재보상보다는 명퇴를 하고 돈이 좀 작더라도 마산공장 운영할 때까지 촉탁근무를 해주겠다고 하면서 나에게 권하였다.
나 역시 많은 생각끝에 촉탁근무로 하기로 하고 명퇴를 하였다. 그 후 2003년 5월1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마산공장 운영시까지 촉탁을 연장시켜 준다는 문구가 없어서 아니된다고 하니 관리부장, 노무차장이 회사 규정상 그러한 문구를 삽입할 수 없으니 이해하여 달라면서 저희 두 사람이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서명을 권하기에 믿고 도장을 찍었다. 그 후 두 사람은 회사 공금을 착복하여 회사에서 해고당하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나가라고 하니 정말로 미치겠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관리자들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말 한마디 없이 올 6월부터 공장장 이XX, 시설차장 이XX, 관리 김XX 과장 등 관리팀에서는 외주(성광기업)를 주기로 구두 계약을 하며 성광에서 고압가스 교육을 가도록 하였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11월23일 면담을 해보니 모두가 끝난 상태였다. 회사는 자기 편한대로 또한 자기들 하고 친하다고 이렇게 할 수 있냐? 한 사람 가정이 파탄하는 줄 모르고...
그 후 공장장 이XX, 김XX 등 많은 면담을 해보았지만 안되었다. 절대 못나간다. 차라리 여기서 죽겠다고 수차 이야기를 하여도 도와주지도 보지도 않았다. 힘없고, 돈없는 사람은 모두 이렇게 되어도 되는지 정말 회사는 너무하다.
현재 마산에서는 촉탁근무자가 나 외에 6명이 더 있다. 이들 역시 나처럼 나가라고 하겠지. 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이유로 명퇴 촉탁을 하였다. 부탁도 하고 애원도 해보았지만, 모두 허사다. 계약 만료일만 되면 쫒아 내겠지. 다시는 이러한 비정규직이 없어야 한다. 나 한 사람 죽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잘 되면...비정규직이란 직업이 정말로 무섭다.
벌써 혼자서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잠을 자며 생활한지도 21일째다. 아무도 신경을 써주지 않는구나. 나도 지쳐간다. 저번에 다친 허리가 왜 이렇게 아픈지...꼭 이렇게 하여야만 회사는 정신을 차리는지...
지금 밖에서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다. 꼭 그 사항이 이뤄지길 간곡히 원하고 싶다. 그렇게 하여야만 나같은 사람도 인간대접 받을 수 있지...한진 중공업에서도 비정규직이 죽었다는 것을 알면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은 좋은 대우를 해주겠지.
차 지회장님, 그리고 권용상, 김동웅, 이홍오, 나의 이러한 고충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으며 꼭 이 문제를 풀어주길 바랍니다.
2004년 12월 26일
김 춘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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