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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작성자 새길벗
댓글 0건 조회 1,257회 작성일 200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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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는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를 읽은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 소설속의 주인공(췌장암에 걸린)인 아버지에 대해 사실 별다른 소회가 없습니다.
대중에 널리 알려진 것과 다르게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고...,

오히려 영화 '가족'에서 주현이 연기했던 늙은 생선장수 아버지가 오래도록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가슴 시린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제 쉰살이 넘은 한 늙은 노동자가 자살을 했습니다.

빈소에는 20대의 훌쩍 자란 두 자녀가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습니다.

배달호가 그랬듯..., 김주익이 그랬듯..., 이 절망의 땅 그 끝자락에서 견딜 수 없었던 노동자 아버지들은 죽음을 택했고 아이들은 남겨졌습니다.

김진숙 동지가 읽어 내려가던 추도사의 마지막.

"어버이날 요구르트 병에 카네이션을 꽂아놓고 아빠를 기다린 ○○이. 아빠 얼굴을 그려보며 일자리 구해줄테니 사랑하는 아빠 빨리 오라던 ○○이.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구절은 아직도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바비인형과 함께하는 400만원짜리 호텔 송년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아버지였을지언정...., 이미 성인이 다 되어버린 자식들에게 제 방 하나 만들어줄 형편이 되지 않는 경제력 부족한 아버지였을지언정....,

그들은 이 야만의 사회를 버티고 지켜내 온 이 땅의 아버지입니다.

그들을 누가 죽인걸까요.

노무현과 열우당이? 차떼기당과 수구기득권들이?

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자신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들의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무관심했거나 또는 왜곡된 논리로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을 설파하던 이들의 손을 들어준 모두의 책임입니다.

당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아버지들을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 희망을 잃어버린지 오래되는 이들이고, 신용불량 관련 상담을 하다보면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못다한 자괴감'에 몸부림치는 이들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사회로부터, 그나마 기댈 언덕이라고 믿었던 가족으로부터마저 고립되어버린 이 시대의 아버지를 만나는 반복된 일상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적어도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 노동의 가치가 온전히 존중되고 그 노력들이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임을 최소한 자신의 가족들에게만이라도 인정받는 아버지들을, 그 아버지의 자리를 되찾아주어야 할 책임이 민주노동당에게 있습니다.

아직 힘들더라도 그러한 책임보다는 다른곳에 몰두해 머물러 있는 당의 꼬락서니에 분통 터질지라도 함께 만들어 냅시다.

오늘은 '단답형의, 정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대화로 무장한 우리 아버지'에게 전화라도 걸 생각입니다.

"아버지! 당신을 닮아 무뚝뚝한 아들은...,그러나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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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도승근 
진보누리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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